월간 특집② ‘마음’의 잔액은 안녕하십니까?

영성과 신심

월간 특집② ‘마음’의 잔액은 안녕하십니까?

신앙인이 끝까지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자산

2026. 07. 13
읽음 789

19

12

🏦 바티칸은행이 지난해 약 895억 원의 순수익을 올렸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교회도 투자한다는 사실이 의외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얼마나 벌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사용하느냐입니다. 돈은 삶에 꼭 필요하지만, 삶의 주인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 주식과 코인, 재테크가 일상이 된 시대. 신앙인은 돈을 어떻게 바라보고 사용해야 할까요?

 


 

교회에도 돈은 필요합니다

 

최근 바티칸은행이 2025년 한 해 동안 5,100만 유로, 우리 돈으로 약 895억 원의 순수익을 기록했다는 뉴스가 화제였습니다. 이는 전년보다 55.5% 증가한 수치이고, 최근 10년 사이 가장 높은 실적이라고 합니다. 이런 소식을 들으면 조금 의외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바티칸도 투자를 하나?’, 교회도 자산 운용을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교회도 이 세상 안에서 살아갑니다. 성당을 유지해야 하고, 가난한 이들을 도와야 하며, 선교와 교육, 자선 활동도 이어 가야 합니다. 그러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돈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그 돈을 무엇을 위해사용하느냐입니다.

 


 

욕심보다 불안이 먼저입니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도 돈과 투자 이야기는 이제 매우 자연스러운 대화 주제가 되었습니다. 매일 국내외 주식과 코인 이야기를 하며 희로애락을 겪는 청년들을 쉽게 만납니다. 누군가는 미국 주식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코인 시장이 다시 오르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월급이 들어오면 자동으로 투자 계좌로 돈이 빠져나가고, 잠들기 전까지 휴대 전화로 시장 상황을 확인하는 청년들도 적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보며 요즘 젊은 세대는 열심히 돈 벌 생각은 안 하고 투자할 생각만 한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목 현장에서 만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가까이 들어 보면, 그 안에는 단순한 욕심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서울에 내 집 하나 마련하지 못하는 불안한 현실 속에서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어쩌면 돈 자체보다도 불안하지 않은 삶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투자를 공부하고, 어떻게든 미래를 준비하려 애씁니다. 그런 모습을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살아가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고, 책임 있게 미래를 준비하려는 마음도 분명 그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돈을 관리하는가, 돈이 나를 관리하는가

 

그러나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여기에서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내가 돈을 관리하고 있는지, 아니면 돈이 나를 지배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가톨릭 교회는 돈 자체를 악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성실하게 일하고, 미래를 준비하며, 가족을 위해 경제적인 책임을 다하는 것은 중요한 삶의 모습입니다. 투자 역시 그 자체만으로 죄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돈이 삶의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될 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루카 16,13)

 

이 말씀은 단순히 돈을 벌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돈이 삶의 주인이 되는 순간, 인간은 자유를 잃게 된다는 뜻에 더 가깝습니다. 돈은 분명 필요합니다. 그러나 돈이 내 생각을 전부 차지하고, 내 기분을 결정하며, 내 관계를 흔들고, 내 양심의 기준까지 바꾸기 시작한다면, 그때부터 돈은 더 이상 도구가 아닙니다. 어느새 나를 다스리는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가치

 

오늘날에는 돈이 단순한 생활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가치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어떤 차를 타는지, 어떤 집에 사는지, 얼마를 버는지가 마치 그 사람의 인생 전체를 설명하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SNS에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투자 인증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조급해집니다. 나만 늦은 것 같고, 나만 모르는 것 같고, 나만 뒤처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신앙은 우리에게 분명히 말합니다. 인간의 가치는 통장 잔액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얼마를 벌었는지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살아갔는지를 먼저 바라보십니다.

 

물론 우리는 현실 안에서 살아갑니다. 돈은 필요하고, 미래도 준비해야 합니다. 가족을 책임지고, 노후를 생각하며,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대비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신앙은 현실을 외면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신앙인은 더 정직하고 성실하게 현실을 살아가야 합니다.

 


 

끝까지 잃지 말아야 할 자산

 

그러나 그 과정에서도 끝까지 잃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돈 때문에 사람이 무너져서는 안 됩니다. 수익 때문에 양심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비교 때문에 감사하는 마음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불안 때문에 하느님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돈은 좋은 종이 될 수 있지만, 무서운 주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돈을 잘 사용하면 누군가를 살리고, 가정을 지키며,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돈을 섬기기 시작하면 돈 때문에 우리의 마음은 메말라 가고, 관계는 끊어지며, 끝없는 비교와 불안 속으로 밀려들게 됩니다.

 

그러므로 신앙인의 재테크는 단순히 자산을 불리는 기술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내가 가진 것을 하느님의 뜻 안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사용하며, 어떻게 나누느냐의 문제입니다. 많이 버는 것보다 바르게 버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자산을 지키는 것도 필요하지만, 영혼을 지키는 것은 더욱 필요합니다.

 

통장 잔액은 오르내릴 수 있습니다. 주식 시장도 오르내리고, 코인 시장도 오르내립니다. 그러나 마음의 잔액까지 바닥나게 해서는 안 됩니다. 비교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것, 불안 속에서도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을 지키는 것, 돈을 벌면서도 양심을 잃지 않는 것,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끝내 하느님을 놓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신앙인의 가장 중요한 재테크일 것입니다.

 


 

🔗 함께 읽으면 더 좋은 아티클

 

 
 
Profile
서울대교구 사제. 현재 신당동 성당에서 부주임 신부로 사목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행복을 찾고, 그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며 살아가기를 늘 기도합니다. 언제나 그렇게 살아가는 사제가 되겠습니다.

다른 분들이 함께 본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