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오늘도 순교하셨나요?

성경 이야기

혹시, 오늘도 순교하셨나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오늘의 순교

2026. 0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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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히 묵상해 봅시다.

 

  • 나는 나만의 기준을 내려놓고 이웃을 사랑하고 있나요?
  • 오늘 내가 기꺼이 감당할 수 있는 즐거운 불편은 무엇인가요?
  • 나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떼어 놓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순교자의 피 위에 세워진 우리

 

2세기의 교부 테르툴리아누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순교자의 피는 교회의 씨앗이다.”

 

우리 한국 교회 역시 순교자들의 피와 땀 위에 세워진 순교자의 후손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의 신앙은 어떻습니까?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현대 신앙의 가장 큰 걸림돌로 물질주의세속화를 꼽으셨습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더 편한 길, 적당히 타협하는 신앙을 속삭입니다. 내 입맛에 맞는 나만의 하느님’, 내 취향에 맞는 나만의 교회를 만들려 합니다. 이러한 세속적 태도로는 결코 순교자들의 숭고한 신앙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순교는 단순히 과거의 역사가 아닙니다. 오늘날의 이기주의에 맞서 다시금 순교의 정신을 일깨워야 합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루카 9,23)

 

예수님의 이 말씀은 바로 지금 우리를 향한 초대입니다. 이 말씀에 따르면 나를 버리는 것십자가를 지는 것이 순교 신앙의 핵심이며, 예수님을 온전히 따르는 길입니다.

 


 

열심히 했는데… 왜 순교가 아니죠?

 

먼저 순교는 단순히 극기나 초탈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위대함이 아닙니다. 그런데 종종 내가 이것저것 많이 하고, 힘든 일도 버티며하고 있으니 순교의 삶을 충실히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나도 힘들게 하고 옆 사람도 힘들게 한다는 사실은 생각하지 않은 채 말입니다.

 

내 바쁜 시간을 포기하고,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고, 기도 열심히 하고 봉사 열심히 하니까 순교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내 기준과 내 생각’, 를 버리지 않은 것일 수 있습니다. 내 만족과 내 구원만을 위해 순교처럼 포장된 신앙을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십자가를 지는 사람, 십자가를 지우는 사람

 

둘째로 순교는 십자가를 져야하는데, 우리는 내가 피해 보는 것, 내가 불편한 것, 내 생각과 다른 것은 죽어도 받아들이기 힘들어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오늘날 갈수록 더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예수님을 위해 십자가를 지고 있다는 착각에만 허우적거리며, 정작 다른 사람에게 십자가를 지우고 있는것은 아닌지, 옆 사람과 공동체를 제대로 돌아보고 있는지 살피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바리사이형 위선적 순교를 살아가곤 합니다.

 

순교의 본질은 가장 높은 차원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에 충실하기 위해 자신을 버리는 것이고,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 십자가를 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바로 우리 한국 초대 교회 순교 성인들이 함께했던 공동체의 모습에서 잘 드러납니다.

 


 

한마디의 환대가 천국을 만들었습니다

 

백정 출신인 순교자 복자 황일광 시몬의 이야기는 큰 울림을 줍니다. 당시 천하디천한 신분이었던 그를 천주교 신자들은 양반과 똑같이 형제로 대우하며 환대했습니다. 감격한 그는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양반들조차 나를 형제라 불러 주고 웃으며 대해 주니, 천국은 이 세상에도 하나가 있고 후세에도 하나가 있음이 분명하다.”

 

한국 교회의 순교자들은 단순히 죽는 순간에만 위대했던 것이 아닙니다. 일상에서 자신의 지위와 기득권을 버리고,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스스로 불편함과 희생을 감수했기에 이러한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나만 옳다는 아집을 버리고 이웃과의 관계안에서 복음을 우선시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회복해야 할 순교의 영성입니다.

 


 

나를 사랑에서 떼어 놓는 이것

 

바오로 사도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로마 8,35)

 

오늘 나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떼어 놓는 것은 무엇입니까? 나의 욕심, 게으름, 자존심, 그리고 이기심이 아닌지 돌아봅시다.

 

가장 작은 이에게 보내는 미소 하나도 오늘의 순교입니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거창한 죽음이 아니더라도 우리에게는 매일 순교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길에 떨어진 쓰레기를 묵묵히 줍는 번거로움, 내 주장보다는 이웃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주는 인내, 나의 기준과 다르더라도 하느님의 뜻을 기다리는 겸손, 조금 손해 보더라도 공동체의 화합을 위해 양보하는 마음 등……. 이것이 바로 하느님과 이웃을 위한 즐거운 불편입니다.

 


  

오늘의 순교는 조금 불편한 선택입니다

 

극단적 이기주의로 인해 상처와 분노가 가득한 이 사회에서, 우리 신앙인들이 먼저 즐거운 불편의 순교적 삶을 살아가길 희망합니다. 나를 조금이라도 버리고 내 십자가를 기꺼이 짊어질 때, 비로소 이 땅에 하느님 나라가 임할 것입니다.

 

이번 한 주간, 바오로 사도의 물음을 가슴에 새기며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는 아집을 기쁘게 내려놓아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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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춘천교구 사제. 현재 교구장 비서 겸 사무국장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달리기를 좋아해 매일 아침 10km, 주말에는 30km정도를 달리며 마라톤 대회에도 참가합니다. 때로는 힘들지만, 그 고비를 넘어서면 ‘러너스 하이’라는 큰 기쁨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죽을 것 같이 힘든 순간’에도 곧 기쁨이 찾아오리라는 ‘희망’을 놓지 않으며 오늘도 기쁘게 달리며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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