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 아쿠티스①│열다섯 살 소년은 어떻게 성인이 되었을까?

신학 칼럼

카를로 아쿠티스①│열다섯 살 소년은 어떻게 성인이 되었을까?

죽음 앞에서도 하느님을 바라본 소년, 카를로 아쿠티스

2026. 09.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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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다섯 살의 짧은 생을 살았지만, 카를로 아쿠티스 성인의 사랑은 죽음 이후에도 이어졌습니다. 죽음 앞에서도 하느님을 바라보았던 소년, 그리고 그의 마지막 길을 함께한 사람들. 전구와 시성으로 이어진 카를로의 이야기를 만나 봅니다.

 


 

15년밖에 살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사랑받을까?

 

지난 202597,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레오 14세 교황님의 주례로 카를로 아쿠티스의 시성식이 거행되었습니다. 비록 열다섯 살의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삶과 신앙의 증거는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러한 삶의 발자취 덕분에 카를로 아쿠티스는 시성식 이전부터 이미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신자들은 그를 ‘MZ 세대의 성인’, ‘디지털 시대의 성인’, ‘밀레니얼 세대의 성인’, ‘사이버 사도의 모델’, ‘성체성사의 사도등 다양한 호칭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또한 아시시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에 모셔진 성인의 유해를 참배하기 위해 수많은 신자가 줄지어 방문하는 모습은, 오늘날에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카를로 아쿠티스를 사랑하고 공경하는지를 잘 보여 줍니다.

 


 

카를로가 평생 품었던 질문 하나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청년들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단순한 물음을 넘어, 나는 누구를 위하여 존재하는가?”(Per chi sono io?)라는 참된 질문을 통해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위해 살아가기를 바라셨습니다. 카를로 아쿠티스 성인 역시 생전에 이 질문을 마음에 품고 살아간 듯합니다. 어린 나이에도 언제나 이웃을 먼저 생각했고, 이웃 사랑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을 자신의 소명으로 여겼습니다. 이는 하느님의 영광과 이웃의 선익을 위해 하느님께서 자신 안에 심어 주신 가장 좋은 것을 드러내며 살아간 삶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러한 성인의 모습이 세상에서 더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랐지만, 하느님께서는 성인을 너무도 빨리 당신의 품으로 부르셨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열다섯 살에 하느님의 품에 안긴 성인의 마지막은 너무도 갑작스럽게 찾아왔습니다. 어머니의 증언에 따르면, 성인은 백혈병 진단을 받기 전 다리에 작은 멍이 생기고 약간의 통증이 있었지만, 무리한 운동 때문이라고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후 감기 기운과 함께 오른쪽 눈 흰자위 안쪽에 작은 붉은 점까지 발견했으나, 단순한 감기 증상으로 생각했습니다.

 


 

주님께서 저를 부르고 계십니다!”

 

그러나 병세가 악화되어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게 되었고, 첫 검사 직후 주치의로부터 급성 전골수성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는 종양 세포가 매우 빠르게 증식하는 병으로,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한 위중한 질환이었습니다. 가족들은 카를로 아쿠티스 성인에게 병에 대한 사실을 숨기지 않고 모두 전했고, 성인은 낙담하거나 두려워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고 합니다.

 

주님께서 저를 부르고 계십니다!”

 

죽음의 기로에서도 절망보다 하느님을 먼저 바라보았던 소년 카를로 아쿠티스의 이러한 모습은, 그가 어린 나이에도 얼마나 깊고 성숙한 신앙을 지니고 있었는지, 그리고 왜 시성되었는지를 알게 해 줍니다.

 

백혈병 진단을 받은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성인은 혼수상태에 빠졌고, 몇 시간 뒤인 20061012일 오후 545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많은 이들이 슬픔 속에서 성인에게 세상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건넸습니다. 특히 장례 미사는 성인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았는지를 잘 보여 주었습니다. 친구들은 물론, 생전에 성인에게 도움을 받았던 이들, 곧 거지들과 노숙자들까지 장례 미사에 함께했다고 합니다.

 


 

소년의 마지막 길에 누가 찾아왔을까?

 

생전에 거리의 거지들과 노숙자들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고 담요를 챙겨 주었던 성인이었기에, 그들 또한 그 사랑을 잊지 않고 장례 미사에 함께했습니다. 이는 카를로 아쿠티스 성인이 성경 말씀을 몸소 살아갔음을 보여 줍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어머니의 증언에 따르면, 유방암을 앓고 있던 한 여인은 항암 치료를 시작하기 전이었음에도 장례 미사 후 성인에게 기도한 뒤 치유를 받았다고 합니다. 또한 아이를 갖지 못하던 마흔네 살의 한 여인은 장례 미사 중 카를로에게 전구를 청하였는데, 미사가 끝난 며칠 후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많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카를로에게 기도하며 그의 전구를 청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어쩌면 젊은 소년 카를로 아쿠티스의 시성으로 향하는 여정은 바로 이 장례 미사 때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침내, 가장 사랑했던 도시로

 

카를로 아쿠티스 성인의 유해는 아시시에 모셔져 있습니다. 성인은 이탈리아 밀라노 출신이었지만, 아시시에 묻히기를 원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그는 아시시라는 도시를 사랑했습니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을 공경했던 카를로 아쿠티스 성인은 그의 삶에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자연과 동물을 소중히 여겼습니다. 또한 생전에 아시시를 즐겨 찾았으며, 특히 개학을 앞둔 시기에는 아시시에서 기도하는 시간을 자주 가졌습니다.

 

처음에는 가족 묘지에 안장되었으나, 시복 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아시시를 사랑했던 성인의 뜻에 따라 유해를 아시시로 옮겨 모시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젊은 소년이었던 카를로 아쿠티스 성인은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도시 아시시에서 영면에 들었습니다. 주님께 성실한 이들의 죽음이 주님의 눈에는 소중하기에”(시편 116,15 참조), 주님께서는 당신께 성실했던 카를로 아쿠티스 성인을 자비로운 품 안에 받아 주셨으리라 믿습니다.

 


 

참고

1) 프란치스코 교황,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9286.

2) 프란치스코 교황,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8257.

3) 안토니아 살차노 아쿠티스, 《내 아들 카를로 아쿠티스의 비밀》, 2021.

 

 


 

 *이어지는 두 번째 글은 다음 주에 공개됩니다.

 


 

🌿 평범한 하루, 특별한 신앙

 

<평범해서 더 특별한 성인, 카를로 아쿠티스>는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일상에서 하느님을 사랑하며 살아간 카를로 아쿠티스의 삶과 신앙을 만나는 연재입니다.
심용일 비오 신부님과 함께 카를로 아쿠티스가 걸어간 신앙의 길을 천천히 따라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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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수원교구 사제. 청소년 사목신학을 공부하며 청소년과 가정, 교회 공동체가 함께 성장하는 길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청소년을 교회의 미래에만 머무는 존재가 아니라, 오늘의 교회를 함께 이루어 가는 소중한 구성원으로 바라보며 그들의 삶과 신앙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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