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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꺾마’라는 말처럼 중요한 것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입니다. 새 사제로 살아가며 저 역시 열정의 의미를 다시 배우게 되었고, 결국 하느님을 향한 꺾이지 않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2022년 가을,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의 세계 최대 이스포츠 대회인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에 참가한 프로게임단 DRX 소속 프로게이머 김혁규(Deft) 선수는 조별 예선 1라운드 패배 후 한 인터뷰에서 “오늘 지긴 했지만…… 저희끼리만 안 무너지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인터뷰를 한 기자는 이 인터뷰를 담은 영상의 제목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붙였습니다.
이후 김혁규 선수의 DRX팀이 대회에서 극적인 우승을 차지하자 이 인터뷰가 다시 회자되었고, 인터넷상에서는 ‘중꺾마’라는 줄임말이 유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겨울에 열린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포르투갈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16강에 진출했을 때, 경기 후 한 관중이 선수단에게 전달한 태극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이처럼 스포츠뿐만 아니라, 어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이 목표를 향한 ‘꺾이지 않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새 사제가 된 저에게도 하나의 ‘목표’가 있었습니다.
새 사제 = 열심하다?
흔히 ‘새 사제’에 대해 갖게 되는 느낌은 ‘열심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막 사제로 서품받았고, 이제 막 새 사제로 본당에 부임했으니, 처음 맡게 되는 본당 사목에 열과 성을 다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지요.
실제로도 새 사제뿐만 아니라, 많은 선배 신부님들도 본당 사목과 특수 사목에서 열과 성을 다해 헌신하고 계십니다. 저 또한 수많은 선배 신부님, 특히 선배님들이 새 사제셨을 때 보여 주셨던 열정적인 모습을 기억하며, 나도 사제가 되면 선배 신부님들처럼 열심히 하겠노라고 다짐했었습니다. 그래서 새 사제로서 제 ‘목표’는 바로 열정을 품고 열심히 하는 것이었습니다.
현실은 달랐다
그런데 실제로 사제 생활을 시작해 보니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물론 처음 부임한 본당의 많은 신자들이 반겨 주셨고, 또 새 사제라고 많이 사랑해 주시고 기도도 많이 해 주십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제가 생각했던 것만큼 열정이 타오르지는 않았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하루하루를 살아 내는 데 급급한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당장 내일 해야 할 강론 준비와 여러 단체의 일들을 신경 쓰다 보면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모든 것이 처음인 저에게는 주어지는 일들을 하나하나 해 나가는 것 자체도 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본당에 오면 곧바로 나름의 창의적인 사목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러한 여유는 생각조차 나지 않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열정은 점점 식어 가고, 마음이 꺾여 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선배 사제가 들려준 한마디
그러던 어느 날, 한 선배 신부님께서 이런 말씀을 들려주셨습니다.
“사제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다.”
이 말을 듣고 저는 제가 놓치고 있던 점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열정과 열심함 뒤에 숨겨져 있었던 것은 나를 드러내기 위한 욕심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사제직은 나의 욕심을 채워 나가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므로, 나에게 주어진 사제직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저의 대신학교 입학 추천서를 써 주신 추천 신부님(흔히 ‘아버지 신부님’이라고 부릅니다)께서도 여러 조언을 해 주셨습니다.
“사제는 고해성사 시간과 미사 시간에 늦지 않아야 한다.”
“강론 준비에 있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신자들에게 말씀하고자 하시는 바가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즉 사제의 기본에 충실해야 함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충실하기만 해도 잘하는 것이라고 덧붙여 주셨습니다.
결국 답은 기본이었다!
결국 ‘열심함’이란, 다양하고 창의적인 일들을 펼쳐 나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마땅히 해야 할 일과 기본에 충실하는 것까지 포함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덕분에 식은 듯했던 제 열정도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은 것이 아니라, 연탄불처럼 은근하게 오래 지속되는 열정으로 변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느님을 향한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점도 깊이 느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욕심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대신 내가 중심에 두어야 할 것, 즉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대한 열정을 유지하고, 사제직의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저의 서품 성구인 루카 복음 22장 42절의 말씀을 다시금 떠올려 봅니다.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루카 22,42)
아버지 뜻대로
이 구절을 사제 서품 성구로 생각하게 된 시작은 2024년 12월이었습니다. 신학교 과정 중 6학년을 마무리하고 부제 서품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그 무렵 여러 가지 어려움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 어려움 속에서 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다고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 부제 서품 준비 피정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던 중 예수님께서 수난을 앞두시고 겟세마니 동산에서 기도하시는 장면을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묵상 속에서 예수님께서는 정말 간절하게 기도하셨습니다. 그 묵상 속에서 저는 ‘예수님께서도 하느님의 뜻 앞에서 정말 간절하게 기도하셨구나. 그리고 아버지의 뜻을 받아들이셨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묵상을 통해 저는 부제로서, 더 나아가 사제로서 살아가며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제의 삶은 사제 개인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해 사람들을 예수님께로 이끄는 것임을 잊지 않고 살기 위해,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라는 구절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한 번이라도 누군가에게 뜨거웠던 사람으로
그때의 다짐을 지금도 자주 떠올립니다. 흔히 열정이라고 하면, 활활 타오르는 불과 같은 뜨거움이 느껴집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연탄처럼 활활 타오르지는 않아도 은은하게 긴 시간 동안 온기를 전하는 것도 열정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연탄처럼 오랜 시간, 많은 사람에게 신앙의 온기를 나누는 사제가 되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연탄불의 열기가 약하다며 ‘이게 열정이야?’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는 그 열기를 통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면, 다 타버려 새하얀 연탄재가 되더라도, 단 한 번이라도 누군가에게 뜨거웠던 사람이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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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기도해 주세요.
〈사제의 첫 계절〉은 새 사제들의 첫 사목과 신앙의 여정을 함께 나누는 연재입니다. 오늘의 이야기를 전해 준 권순호 비오 신부님이 하느님을 향한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사제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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