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특집② 똑똑, 피자 대신 ‘부활’ 도착했습니다!

영성과 신심

월간 특집② 똑똑, 피자 대신 ‘부활’ 도착했습니다!

그날 밤, 닭강정이 가르쳐 준 부활 이야기

2026. 04.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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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자는 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닭강정이 도착했습니다. 분위기가 어색해질 법한 순간, 오히려 사랑으로 더욱 따뜻해졌습니다.

 

🕯 부활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서 시작됩니다. 신앙 학교에서 벌어진 뜻밖의 사건,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한 부활의 빛’.

 

🐣 닭강정 하나로 드러난, 작지만 분명한 복음의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피자 실종 사건, 그리고 닭강정의 등장

 

부활을 처음 배운 장소는 신학교의 강의실이 아니었다. 어쩌면 부활은 언제나 가장 엉뚱한 곳에서, 가장 예상치 못한 얼굴로 찾아오는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그것이 닭강정이었다.

 

살레시오 여름 신앙 학교가 한창이던 어느 늦은 밤, 뜻밖의 소식이 들어왔다. 아이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피자가 업체의 실수로 주문이 빠진 것이었다. 부랴부랴 대체 메뉴로 닭강정을 주문해야 했다. 누군가의 잘못을 따져야 하는 상황, 아이들의 실망한 얼굴을 감당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 것이었다. 선생님들과 봉사자들, 그리고 아이들까지 아무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누구의 잘못을 따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모두 마음을 모아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잘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아이들은 닭강정도 맛있을 것 같은데요!”라며 오히려 격려해 주었고, 선생님들은 더욱 따뜻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돌보았다. 그 돌발 상황 속에서 나는 문득 어떤 빛을 보았다.

 

, 이것이다. 이것이 바로 부활이다.’

 

부활은 무덤이 비어 있는 이른 아침에만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다. 피자가 닭강정으로 바뀌는 작은 소동 안에서도, 실망이 웃음으로 바뀌는 그 순간에도 부활의 빛은 스며든다. 계획의 실패, 예상치 못한 어긋남, 그리고 누군가의 실수. 죽음처럼 느껴지는 것들이 사랑 안에서 새로운 무언가로 변할 때, 부활은 그 자리에서 살아 움직인다.

 


 

가장 듣고 싶어 하는 한마디

 

살레시오회 청소년 사목을 하다 보면 신앙 학교가 끝날 때마다 평가 회의를 진행한다. 아이들은 참으로 솔직하다. “프로그램이 재밌었어요!”, “밥이 맛있었어요!”, 심지어 신부님과 수사님들이 잘생겼어요!”라는 평가도 나온다. 물론 그 말은 나를 보고 한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우리는 웃고 또 웃는다.

 

그런데 그 모든 찬사를 제치고 우리가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 그리고 실제로 들을 때마다 가슴이 가장 뜨거워지는 말이 있다.

 

신부님과 수사님들이 서로 사랑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습니다.”

 

이 한마디 앞에서 우리는 말을 잃는다. 프로그램이 화려해서가 아니다. 강의 내용이 깊어서도 아니다. 복음을 전하는 이들이 서로 사랑하고 함께 기뻐하는 모습, 그 자체가 가장 강력한 복음 선포였다.

 


 

말보다 먼저 보이는 사랑의 힘

 

살레시오회 창립자 요한 보스코 성인은 늘 말씀하셨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오히려 그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껴야 한다고. 그 사랑은 언어가 아닌 삶으로 전해진다. 아이들은 언제나 우리가 하는 말보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먼저 읽는다. 그리고 그 모습 안에서 하느님 나라를 발견한다.

 

선교의 핵심은 우리가 전하는 내용만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다. 둘씩 파견된 제자들이 서로 협력하며 사랑하고, 기꺼이 희생하는 그 일상의 풍경 안에서 하느님 나라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전달되고 확장되어 간다.

 

생각해 보면 부활도 그렇게 왔을 것이다. 거대한 폭발이나 눈부신 섬광이 아니라, 빈 무덤 앞에서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로, 생선을 나누어 먹는 아침 식사로, 또는 의심하는 손을 잡아 주는 따뜻한 손길로. 부활의 빛은 언제나 아주 작지만, 구체적인 사랑의 언어로 찾아온다.

 


 

어둠을 몰아내는 부활의 빛

 

그래서 나는 오늘도 믿는다. 피자가 닭강정으로 바뀌는 그 소소한 소동 안에서도, 평가 회의 끝에 수줍게 건네는 아이의 그 한마디 안에서도, 지쳐 쓰러질 것 같은 봉사자 곁에 슬며시 앉아 말없이 웃어 주는 수사님의 눈빛 안에서도, 부활은 이 순간에도 살아 있다고.

 

어둠은 언제나 크고 무겁게 느껴진다. 그러나 부활의 빛은 작은 곳부터 먼저 스민다.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그 눈빛 하나, 실수를 탓하지 않고 함께 해결책을 찾는 그 마음 하나가 쌓여 마침내 어둠을 몰아낸다.

 

닭강정은 예상보다 훨씬 맛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예상보다 훨씬 더 기뻤다.

 

알렐루야!

 

피자 실종 사건 뒤, 기쁨을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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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살레시오 수도회 소속으로, 현재 서울대교구 구로3동성당에서 보좌 신부로 사목하고 있습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KBS 〈아침마당〉 등에 출연했습니다. 청소년들이 예수님을 닮아가는 삶의 기쁨을 발견하도록 돕는 것을 중요한 사명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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