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사제 이야기] ‘사랑’이 저를 여기까지 이끌었습니다

영성과 신심

[새 사제 이야기] ‘사랑’이 저를 여기까지 이끌었습니다

세속의 유혹과 흔들림을 지나,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기까지

2026. 0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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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제의 길은 거창한 기적에서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 만난 한 신부님의 따뜻한 사랑과 어머니의 묵묵한 기도, 장애가 있는 동생과 함께한 평범한 일상에서 하느님께서는 저를 조금씩 부르고 계셨습니다.

 


 

게임보다 더 뜨거운 사랑을 만나다

 

안녕하세요. 202624일에 사제품을 받고, 의정부교구 정발산 성당 부주임 신부로 부임한 박승준 요셉 신부입니다.

 

저는 사제품을 받기 이전에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영원한 가치보다 세속적인 가치에 더 마음을 빼앗기곤 했습니다. 게임이나 만화, 스포츠에 많은 시간을 쏟으며 그것들에서 즐거움을 찾았습니다. 그때의 저는 잠깐의 기쁨을 주는 것들이 더 가치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사제가 된 지금은 조금씩 그런 것들을 내려놓고, 그 안을 하느님과 신자들을 향한 사랑의 열기로 채워 가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이라는 가치에 열정을 쏟으며, 그분을 향한 사랑과 신자들을 향한 사랑이 식지 않도록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사랑, 신부님을 통해 배웠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 본당 협력 신부님의 모습을 보며 사제 성소의 꿈을 키워 나갔습니다. 신부님께서 신자들에게 보여 주신 것은 바로 사랑이었습니다. 저는 그 따뜻한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주위의 신자들이 마음을 편히 열 수 있도록 해 주시는 분이셨습니다. 신부님께서 신자들을 진심 어린 사랑으로 대하는 따뜻한 목자이셨기에, 신자들도 신부님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처럼 저는 협력 신부님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였습니다.

 


 

엄마 성소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으로

 

저희 어머니는 제가 사제 성소의 여정, 즉 부르심의 여정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습니다. 흔히 말하는 엄마 성소처럼, 어머니의 권유로 사제 성소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처음 신학교에 들어갔을 때는 힘들 때마다 어머니를 원망하였습니다. 신학교 생활을 하며 겪는 어려움(인간관계, 하느님과의 관계, 공동체 생활, 제한되어 있다고 여겼던 삶)을 모두 어머니 탓으로 돌리며 원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홀로 신학교 대성전에 앉아 기도하다 제 마음속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나를 부르신 것은 어머니가 아니라 하느님이시고, 내가 선택해 사제의 길을 가려고 하였구나.’

 

그 생각과 함께 마음을 다시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제가 사제가 되기까지 십 년의 시간을 기도와 사랑으로 함께해 주셨습니다. 성모님께서 예수님의 전 생애를 함께하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어머니의 모성애는 제 성소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저는 하느님께서 어머니를 통해 저를 부르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끝나지 않는 유혹, 더 커지는 부르심

 

사제가 되기 위해 신학교에서 십 년의 과정을 보내는 동안에도 세속적인 것들에 대한 갈망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사제 성소를 포기하고 싶다는 유혹이 매 순간 제 안을 흔들었습니다.

 

밖에 나가 다른 일을 하며 사는 것은 어떨까? 더 자유롭지 않을까? 결혼 성소는 어떨까?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아도 나쁘지 않겠다. 내가 원하는 게임, 소설, 만화, 운동, 애니메이션을 원하는 시간마다 즐기며 자유롭게 살고 싶다.’

 

이러한 유혹은 힘든 순간마다 제 안에서 피어올랐습니다.

 

그러나 제 안에서 교차하는 유혹과 갈등은 오히려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고, 그분께 더 가까이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었습니다. 신앙의 중심이 흔들릴 때마다 하느님께서 저를 사랑으로 부르셨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기도하다 보면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 결국 나는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신 사랑에 응답하기 위해 이곳에 있구나.’

 

지금도 이러한 유혹이 다 끝났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세속의 가치는 세상에서 끝나지만, 하느님께서 주신 가치와 하늘나라는 영원합니다. 그렇기에 세상의 역경과 고난도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용기를 내어 이겨 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동생은 제 첫 번째 스승이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발달장애가 있는 남동생과 함께 살아온 저는, 하느님께서는 침묵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동생의 장애를 치유해 주시기를 애타게 기도하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침묵뿐이었습니다. 적어도 저의 인간적인 시선으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동생과 보낸 수많은 시간에는 고통과 인내, 좌절과 절망이라는 감정이 함께했습니다. 멀쩡하던 동생이 갑작스럽게 장애를 갖게 된 이유를 하느님께 끊임없이 되물었습니다. 왜 부모님과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지 하느님을 원망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저의 불편함과 인내를 감수하지 못한 이기심에 불과하였습니다. 가족 가운데 가장 가난하고 가장 어려운 이웃은 동생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동생 안에 예수님께서 함께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저는 동생만 없으면 더 편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라는 착각 속에서 동생의 고통 안에 계신 예수님의 사랑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여름휴가 때 동생이 한 달 동안 제주도에 갔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우리 집은 평소와는 전혀 다른 시간을 보냈습니다. 동생이 없자 집 안은 매우 고요하였습니다. 평소에는 동생이 언제 어디서 돌발 행동을 할지 몰라 부모님과 저는 늘 긴장하며 지냈고,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제주도에 있는 동생을 생각하시며, 집 안이 조용하니 한편으로는 쓸쓸하다고 말씀하실 정도로 동생의 빈자리는 컸습니다. 그만큼 우리 가족이 동생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하느님께서 우리 가족의 기도에 침묵으로 응답하신 것은 장애가 있는 동생과 함께 살아가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제가 어릴 적 장애가 있는 동생을 돌본 경험을 통해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게 연민을 느끼고, 그들을 편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지금의 사제 생활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동생은 하느님께서 저에게 당신의 사랑을 체험하도록 보내 주신 은총이었습니다.

 


 

사랑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부르시고 한없는 사랑을 드러내 보이십니다. 저는 사제직에 봉사하며 조건 없는 사랑을 나누고, 신자들이 하느님 사랑의 완전함을 체험하도록 힘쓰고 싶습니다. 저는 단지 표지판을 가리키는 사람에 불과하고, 우리를 이끄시는 분은 주님이십니다. 그러기 위해 저는 예수님처럼 목숨까지도 내어놓을 수 있는 진심 어린 사랑의 마음으로 신자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신자들은 인간관계 안에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고 교회 안에서 사랑을 갈망합니다. 우리의 인간관계는 하느님을 사랑할 때 비로소 상처와 분열, 전쟁과 폭력, 이기심을 넘어 평화와 사랑, 친교와 일치, 나눔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그러므로 저는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것이 곧 세상과 사랑의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여깁니다. 이는 우리 삶의 기쁨이 되며, 더 나아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영원한 생명, 즉 구원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가르쳐 줍니다.

 

사제직은 저에게 큰 기쁨입니다. 제가 받은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은, 하느님의 사랑이야말로 세상을 이겨 낼 수 있는 용기와 힘이라는 사실을 신자들에게 행동으로 직접 보여 주는 것이 아닐까 묵상해 봅니다.

 


 

오늘도 다시 응답합니다

 

사제는 교회 안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그분의 뜻에 순간순간 응답하는 봉사자이자 일꾼입니다. 하느님의 뜻은 모든 이의 구원을 위한 것이며, 그것은 제가 가진 인간적인 힘만으로는 이룰 수 없고 하느님의 은총으로 가능합니다.

 

저는 사제로서 예수님께서 복음을 통해 보여 주셨듯이, 양 떼를 돌보는 목자의 연민을 품고 살아가며 모든 이의 구원을 위해 힘쓰고 싶습니다. 물론 사제로 살아가다 보면 하느님의 뜻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예수님의 뜻을 따르는 일이 절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예수님의 희생 제사를 봉헌하는 사제이자 사목자이며 양 떼를 돌보는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 합당한 삶을 살기 위한 열정과 의지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사제직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올 때마다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날마다 하느님의 무한한 은총을 청하기를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부족하고 나약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부족한 저도 하느님의 뜻에 힘입어 그 크신 부르심에 끊임없이 응답하는 사제로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사제는 목자로서 양 떼인 신자들을 돌보며 살아갑니다. 본당 공동체와 협력하여 하느님의 구원 사업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맡아 수행합니다. 신자들이 하느님께 구원받을 수 있도록 힘쓰는 것이 사제의 사명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기도로 하느님과의 관계를 꾸준히 이어 가야만 하느님의 뜻에 맞게 사제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과 사랑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기도의 힘 없이 혼자 사제직을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게 해야 저 역시 하느님께 구원받고, 신자들도 사제를 통해 그리스도를 알고 그분께 구원받을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 안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은 계속되겠지만, 기도로 하느님과의 관계를 꾸준히 맺는다면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체험하고 그 사랑을 신자들에게 전하는 사제가 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 함께 기도해 주세요.

 

<사제의 첫 계절>은 새 사제들의 첫 사목과 신앙의 여정을 함께 나누는 연재입니다.
오늘의 이야기를 전해 준 박승준 요셉 신부님이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체험하고, 그 사랑을 신자들에게 전하는 사제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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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의정부교구 사제. 서품 성구인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를 마음에 새기며,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세상의 두려움을 이겨 내고 복음을 전하는 사제가 되고자 합니다. 러닝을 즐기며, 달리는 길 위에서 만나는 풍경과 심장박동 소리를 통해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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