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이 전해진 후, 전 세계 곳곳에서 그분을 애도하는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전에 남긴 공식 자서전 《희망》이 각종 온라인 서점 종교 부문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비신자들 사이에서도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서전, 과연 우리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남겼을까요?
➊ 왜 교황은 자서전을 펴냈을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9년 3월부터 약 6년에 걸쳐 《희망》을 직접 집필하고, 초고 페이지마다 친필 서명을 남기며 첫 자서전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습니다. 처음에는 선종 이후에 출간을 염두에 두었지만, 2025년 가톨릭 교회의 희년을 맞아 ‘희망’의 가치를 일깨우고자 했던 교황의 강한 뜻에 따라 특별히 올해 초 세상에 공개되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미래란 곧 희망이란 이름으로 불립니다. 희망을 품는다는 것은 인류가 겪는 악의 비극을 외면하는 순진한 낙관론과는 다릅니다. 진정한 희망이란 어둠 속에 갇히지 않고, 과거에 발목 잡히지 않으며,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내일을 밝게 바라볼 줄 아는 마음의 힘입니다."
➋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잊지 았았던 교황
《희망》은 이탈리아에서 아르헨티나로 출발한 배 마팔다호의 침몰 사건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교황은 자신의 조부모와 아버지가 이 배를 탈 예정이었으나, 자산을 제때 처분하지 못한 탓에 탑승하지 못했다고 밝히며, 그래서 자신이 지금의 자리에 있다고 고백합니다. 이주민 가정에서 자란 교황은, 평생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먼저 생각하며 살았고, 교황 즉위 후에는 첫 순방지로 난민들이 머무는 작은 섬, 람페두사로 떠나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이주민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와 조부모님은 수많은 이탈리아인처럼 아르헨티나로 건너가 모든 것을 잃으셨습니다. 저 역시 오늘날 버림받은 이들 중 하나가 될 수 있었기에, 제 마음속에는 늘 이런 절박한 물음이 맴돕니다. ‘왜 내가 아니라 그들인가?’
저는 기도하기 위해, 그들과 함께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그리고 구체적인 연대의 모범을 보여 준 그 작은 섬의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람페두사로 가야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잠든 양심을 깨우고 우리 모두의 책임을 일깨우기 위해서였습니다."
➌ 프란치스코, 이 시대가 바란 참된 리더
《희망》은 전 세계인의 열광과 지지를 얻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참된 리더십을 생생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지내기 위해 전통적인 교황 거처 사도궁이 아니라, 사제관 건물인 산타 마르타의 집 201호실에서 머물고, 교회 개혁에 앞장서며, 평신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는 많은 사람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기기도 했습니다.
"참된 목자는 언제나 백성과 함께 걷습니다. 앞에서 걸을 때는 인도하기 위함이고, 가운데서 걸을 때는 격려하며 양 떼의 냄새를 잊지 않기 위함이며, 뒤에서 걸을 때는 백성이 새로운 길을 여는 ‘영적 감각’을 존중하며 길을 잃었을 때 그들과 함께 되찾아 가기 위함입니다."
➍ 끝없이 외친 용기와 사랑의 목소리
《희망》에는 젊은 시절 실수와 부끄러움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반성하며 더 나은 모습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던 교황의 인간적인 모습도 담겨 있습니다. 가장 높은 자리에서도 자신의 약하고 부족한 모습을 기억하며 살아온 그의 고백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저는 제 죄들을 기억하고 그것들을 부끄러워합니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주님께서는 저를 홀로 내버려두지 않으셨습니다. 그분은 결코 아무도 홀로 내버려두지 않으십니다. 저는 죄인입니다. 이것이 제 자신에 대한 가장 정확한 정의입니다. 이는 그저 말뿐인 것도, 논리적 기교도, 문학적 표현도, 연극적 몸짓도 아닙니다. 저는 주님께서 자비로운 눈길을 주신 죄인입니다. 그래서 교황으로 선출되었을 때 수락하겠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죄인입니다. 그러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자비와 무한한 인내를 믿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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