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오스adiós, ‘하느님의 종’ 프란치스코!

영성과 신심

아디오스adiós, ‘하느님의 종’ 프란치스코!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기억하며 다시 읽는 《희망》

2025. 04. 25
읽음 227

2025421, ‘가난한 이들의 교황으로 불렸던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선종하셨습니다. 예수회 출신의 첫 교황이자 라틴 아메리카에서 선출된 최초의 교황으로서, 그분은 온 생애를 통해 가난한 이들, 사회적 약자, 그리고 공동의 집인 지구에 대한 사랑과 연민을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공식 자서전 《희망》에서 우리 그리스도인과 교회에 남긴 마지막 말씀을 만나 보세요.

 

"주님의 양 떼를 돌보는 대사제로 뽑으신

주님의 종 프란치스코가
이제 하느님 나라의 사제단에 들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소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류 가족에게 사랑을 베풀며

주님의 평화를 이루는 도구였으니,
이제 주님의 종 프란치스코가

하늘의 성인들과 함께 평화를 누리게 하소서. 아멘."

(프란치스코 교황의 영원한 안식을 위한 기도 中)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란 마지막 순간

 

저는 하느님께서 부르시는 그날까지 이곳(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머물 것입니다. 저는 제 죽음에 대해 아주 현실적인 태도가 있습니다. 누군가 암살 위험을 말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때가 되면 저는 성 베드로 대성전이 아닌 성모 대성전에 묻히게 될 것입니다. 바티칸은 제가 마지막으로 봉사하는 집일 뿐, 영원한 안식처는 아니니까요. 지금은 촛대 보관용으로 쓰이는 방에서, 제가 늘 의지하고 교황 재임 중에 백 번도 넘게 은총의 품에 안겼던 평화의 모후 곁에 잠들 것입니다.

 

그렇게 저를 위한 모든 장례 준비는 끝났다고 합니다. 교황 장례 예식이 너무 성대해서 담당자와 상의하여 간소화했습니다. 화려한 장례 제대도, 관을 닫는 특별한 의식도 없애기로 했습니다. 품위는 지키되, 다른 그리스도인들처럼 소박하게 치르고 싶습니다.

 

주님께서 저에게 이미 셀 수 없는 은총을 베풀어 주셨음을 잘 알고 있지만,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은총을 더 청했습니다.

 

저를 돌봐 주소서, 때가 언제가 되든 그것은 당신 뜻대로······. 하지만 주님도 아시다시피 저는 육체적 고통에 참 약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부디 너무 고통스럽지 않게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한낱 지나가는 발걸음일 뿐입니다.”

 

교회는 언제나 미래를 품고 있습니다.

교회는 과거, 곧 당신 시대를 살다 부활하신 살아 계신 그리스도 안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미래에도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함께 계시겠다는 그리스도의 약속 안에 교회의 미래가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저는 그 기나긴 역사 속 한걸음에 불과합니다. 저는 봉사와 친교를 더욱 실천하는 교황직을 꿈꿉니다. 교황직의 본질은 바로 섬김입니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교황의 직함은 하느님의 종들의 종Servus Servorum Dei’입니다. 모든 이를 섬기고 모든 이에게 봉사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죠. 하지만 무엇보다 교황은 본래 로마의 주교였고, 지금도 로마의 주교입니다.

 요즘 젊은 세대가 종교와 거리감을 느낀다고 한다면, 우리는 세속화를 탓하기보다 우리 삶이 보여준 증거에 대해 깊이 돌아봐야 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바로 그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안티오키아의 이냐시오 성인께서는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리스도인이라 말하지 않아도 그리스도인답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인답지 않으면서 그리스도인이라 말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교회는 모든 이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합니다. 그 누구도 홀로 떨어진 섬이나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개인일 수 없습니다. 미래는 어느 한 사람도 소외시키지 않고 모두가 함께할 때에만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무관심의 유혹을 이겨 내고 깨어 있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참된 사랑은 안주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연민, 자비에 가장 일상적으로 대립하는 것은 무관심입니다. 무관심은 사람을 죽일 수 있습니다. 사랑은 결코 무관심을 품지 않습니다. 우리는 팔짱을 끼고 무관심한 채로, 또는 팔을 벌려 널브러진 채 하느님의 섭리를 방관하는 자세로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스도인은 손을 내미는 사람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미래란 곧 희망이란 이름으로 불립니다.

희망을 품는다는 것은 인류가 겪는 악의 비극을 외면하는 순진한 낙관론과는 다릅니다. 진정한 희망이란 어둠 속에 갇히지 않고, 과거에 발목 잡히지 않으며,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내일을 밝게 바라볼 줄 아는 마음의 힘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안주하지 않고 기뻐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행복은 언제나 만남을 통해 찾아옵니다. 우리 곁의 모든 이를 그리스도를 직접 만나는 소중한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이 시대의 복음화는 바로 이런 기쁨과 희망이 물결처럼 번져 나갈 때 이루어질 것입니다.

 

우리가 모였을 때 비로소 희망이 시작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희망은 이미 당신이란 존재와 함께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하나 되는 순간, 진정한 혁명의 물결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는 세상을 뒤엎는 혁명이 아닌, 사랑으로 변화시키는 혁명입니다. 복음이 진정으로 살아 숨 쉬는 곳에서는 언제나 혁명이 일어납니다. 이는 과시나 수단이 아닌,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살아 있는 복음이 빚어내는 온유한 사랑의 혁명입니다.

온유한 사랑이란 추상적 관념이 아닌, 우리 가까이에서 구체적으로 실천되는 사랑입니다. 이웃을 바라보기 위해 눈을 들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작은 이들과 가난한 이들, 미래를 두려워하는 이들의 부르짖음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며, 우리의 공동의 집인 오염되고 병든 지구가 내는 침묵의 부르짖음까지도 귀담아듣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고 들은 다음에는, 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다.

 

우리는 겸손해야 합니다.

거짓된 확신이 아니라, 주님께 마음의 자리를 내어 드려야 합니다.

온유한 사랑은 결코 나약함이 아닙니다. 진정한 힘입니다.

가장 강인하고 용감했던 이들이 바로 이 길을 걸어왔습니다.

우리도 온유한 사랑으로, 또 용기로 이 싸움을 이어 갑시다.

여러분도 이 길을 걸어가십시오. 온유한 사랑과 용기로 이 싸움에 동참하십시오.

저는 한낱 지나가는 발걸음일 뿐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최초의 공식 자서전,

희망을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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