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기도③│‘아버지의 뜻’은 어디에서 이루어질까?

성경 이야기

주님의 기도③│‘아버지의 뜻’은 어디에서 이루어질까?

‘하늘’에서 시작된 기도가 ‘땅’으로 이어지는 순간

2026. 0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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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님의 기도는 단순히 외우는 기도가 아니라, 예수님의 삶을 담은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소서.’라는 청원에 담긴 의미를 따라가며,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길과 오늘 우리의 기도가 향해야 할 곳을 함께 살펴봅니다.

 


 

주님의 기도, 이제 을 묻다

 

지난 주님의 기도②│이름이 빛나는 곳에 나라가 온다에서는 주님의 기도의 첫 두 청원을 통해, 하느님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고 하느님 나라가 오기를 청하는 것이 결국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우리의 구원을 바라는 기도임을 살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소서.’라는 기도 안에 담긴 예수님의 순명과 하느님 나라를 향한 우리의 믿음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같은 기도, 다른 한 문장

 

주님의 기도는 마태오 복음서 69-13절과 루카 복음서 112-4절에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이 두 기도문을 비교하면 흥미로운 점이 여러 가지 발견된다. 그 가운데 하나가 루카 복음서에는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라는 기도문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루카 복음사가가 의도적으로 해당 구절을 제거한 것이 아니라면, 마태오 복음사가가 해당 기도 내용을 기존의 기도문에 추가했을 것이다. 이는 마태오 복음사가가 아버지의 뜻이라는 표현을 매우 좋아한다는 점에서 분명하게 확인된다. 그는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고, 아버지의 나라가 오는 것 자체가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과 연결되어 있음을 명확히 드러내기 위해 해당 기도문을 추가했을 가능성이 크다.

 

주님의 기도에서 사용하는 ’(θέλημα)이라는 단어는 희랍어로, 원하다’(θέλω)에서 파생된 단어다. 이 단어는 마태오 복음서에서 주님의 기도를 포함해 6회 사용되는데(6,10; 7,21; 11,26; 12,50; 21,31; 26,42 참조), 모두 예수님께서 아버지의 뜻을 말씀하시는 장면에서 쓰인다. 실제로 마태오 복음서의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언제나 아버지의 뜻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시는 분으로 그려진다. 그런데 아버지의 뜻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대목 가운데 하나가 겟세마니 기도 장면이다. 여기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기도하신다.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이 저를 비켜 가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마태 26,39)

 

여기서 원하다’(θέλω)가 사용되는데, 예수님께서는 다시 이렇게 기도하신다.

 

아버지, 이 잔이 비켜 갈 수 없는 것이라서 제가 마셔야 한다면,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마태 26,42)

 

여기서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라는 내용은 주님의 기도에 담긴 기도문과 정확히 동일한 표현이다(γενηθτω τθλημσου).

 


 

이름에서 까지 이어지는 하느님 나라

 

다른 복음서에서도 같은 장면에서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모든 것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하신다. 그러나 마태오 복음서에서는 이 표현을 두 번 반복해 아버지의 뜻을 더 강조하신다. 이는 마태오 복음서 전체의 분위기와도 잘 연결된다. 특히 주님의 기도에서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에 이어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를 덧붙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왜 굳이 주님의 기도에 이 내용을 담아 두었을까?

 

산상 설교를 마무리하는 대목에서 예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 그날에 많은 사람이 나에게, ‘주님, 주님! 저희가 주님의 이름으로 예언을 하고, 주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고, 주님의 이름으로 많은 기적을 일으키지 않았습니까?’ 하고 말할 것이다. 그때에 나는 그들에게, ‘나는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 내게서 물러들 가라, 불법을 일삼는 자들아!’ 하고 선언할 것이다.”(마태 7,21-23)

 

이 대목을 살펴보면 주님의 기도 속 세 청원에 담긴 이름’, ‘나라’, ‘이 모두 언급된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사실 아버지의 이름, 아버지의 나라, 아버지의 뜻은 모두 같은 의미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라 해도 될 만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먼저 아버지의 나라는 아버지의 뜻이 온전히 이루어지는 곳이며, 아버지의 뜻이 온전히 이루어질 때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날 것이다. 실제로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이들만이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마태오 복음서 721절의 말씀도, 따지고 보면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이는 이미 하늘나라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의미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마태오 복음서 1250절에서는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만이 예수님의 가족이 된다고 선언하시는데, 이는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만이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는 의미.

 


 

하늘에서처럼, 이제는 이 땅에서도

 

하늘에서는 아버지의 이름이 언제나 거룩히 빛난다. 아버지의 뜻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나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땅은 어떠한가? 당신 백성인 우리 그리스도인들마저도 아버지의 뜻보다 자기 뜻을 앞세우며 살아가는 모습으로 가득한 땅이 아닌가? 결국 아버지의 뜻이 진정 이루어져야 할 곳은 바로 이 땅이다. 그렇게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될 때 이 땅은 하느님 나라가 될 것이고, 아버지의 이름은 영원히 거룩하게 빛날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아버지의 뜻을 이루시고 이 모든 것을 몸소 이루어 내셨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예수님의 재림을 기다리고 있다. 모든 것이 영원히 완성되는 것은 종말에 이르러서야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주님의 기도는 주님께서 하루빨리 다시 오시어 모든 것을 완성해 주시기를 청하는 기도라고 할 수 있다.

 


 

겟세마니에서 시작된 순명의 기도

 

우리는 종종 주님의 기도를 주님께서 직접 바치시던 기도라고 오해하곤 한다. 특히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소서.라는 대목에서 그러하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예수님께서 겟세마니 동산에서 바치신 기도문을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수님께서는 우리와 같은 인성을 지니셨기에 십자가의 죽음을 피하고 싶은 인간적인 고민도 하셨다. 그러나 모든 유혹을 이겨 내시고 기꺼이 십자가의 죽음을 선택하심으로써 아버지의 뜻을 이루셨다. 이 모든 과정에서 예수님께서도 이 기도를 바치시며 당신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셨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런 의미에서 주님의 기도 앞부분은 주님께서 직접 바치시던 기도를 우리에게 전해 주신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다음 글에서 다루게 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라는 기도문은 주님께서 직접 바치신 기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예수님께서는 참하느님이시므로 유혹을 받으시더라도 악에 빠지지 않으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님의 기도는 당신께서 바치시던 기도에 제자들을 위한 기도를 덧붙인 것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더 적절하다. 실제로 예수님께서는 겟세마니 동산에서 잠에 빠져 있던 제자들에게 이렇게 권고하셨기 때문이다.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여라. 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따르지 못한다.”(마태 26,41)

 


 

외우는 기도에서 믿는 기도로

 

지금까지 우리는 주님의 기도 앞부분을 살펴보았다. 이 기도문을 살펴보면서 그 내용이 모두 마태오 복음서에서 예수님에 대해 전하는 가르침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주님의 기도는 예수님께서 이루신 일들을 정리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예수님께서는 공생활 동안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게 하시고,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을 이루셨다.

 

우리는 주님의 기도를 통해 우리의 일상 안에서도 예수님을 통하여 이 모든 일이 온전히 이루어지기를 청해야 한다. 이것이 주님의 기도를 바치는 이유다. 아니, 어쩌면 주님의 기도는 이 모든 것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는 강렬한 믿음을 드러내는 신앙 고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어지는 네 번째 글은 다음 주에 공개됩니다.

 


 

🙏 함께 읽는 주님의 기도

 

<주님의 기도, 다시 읽다>는 익숙한 말씀 속에 담긴 예수님의 깊은 뜻을 묵상하는 연재입니다.
염철호 요한 신부님과 함께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소서.’라는 청원에 담긴 의미를 살펴보며,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순명의 길과 우리가 살아가야 할 믿음의 방향을 함께 묵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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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부산교구 사제. 로마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를 취득하고 현재 부산가톨릭대학교에서 부총장으로 일하며 성서와 언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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