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우리 시대의 영성가들> 시리즈의 아티클로 ‘시대의 징표를 읽는 영성: 구티에레즈의 해방 영성’에서 이어집니다.
|
🙏 우리는 종종 영적인 삶과 일상의 삶을 분리한 채 살아간다. 기도는 특별한 시간에만 이루어지고, 일상은 신앙과 무관한 영역으로 남겨 두곤 한다. 로욜라의 이냐시오 성인은 이러한 분리를 넘어, 일상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현존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이끈다. 그는 일상 자체가 하느님을 만나는 자리임을 깨닫게 한다. 그의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 찾기’와 양심 성찰은, 삶의 매 순간을 신앙의 눈으로 다시 바라보게 한다. 이 글은 이냐시오 영성을 통해, 평범한 일상이 어떻게 하느님과 만나는 장소가 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
나는 강론을 준비할 때 되도록 일상에서 일어난 이야기로 시작한다. 어린 시절, 신부님의 강론 첫 문장이 “어제는 제가 말이죠……”인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인지에 따라 귀가 열리고 닫히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신부님의 경험이든, 유명한 사람의 일화이든, 모든 사람이 겪을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든, 살아 있는 삶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나에게 새로움을 주었다. 가끔 그 이야기를 떠올려 곱씹다 보면, 그것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복음의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따라오기도 한다.
많은 이들은 일상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강론을 선호한다. 왜 그럴까? 아마도 본능적인 깨달음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발견하고, 그분의 초대에 응답할 수 있다. 이를 깨달은 사람에게 일상은 더 이상 진부하고 지루한 시간이 아니다. 일상은 ‘하느님과 만나는 아름답고 신비한 공간’, 즉 영적 여정과 진리 탐구의 중요한 맥락으로 고양된다.
양심 성찰, 일상 속에서 하느님을 발견하는 방법
로욜라의 이냐시오 성인은 일상을 통해 하느님을 발견하고 그분의 부르심에 응답하라는 가르침을 전한다. 예수회를 통해 전해진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 찾기”라는 가르침의 핵심은 우리 삶에서 살아계시고 활동하시는 하느님께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이 영성은 영적 삶과 세속적 삶을 분리하지 않는다. 가족, 친구, 직장, 인간관계, 고통과 기쁨, 자연, 문화, 음악 등 우리 삶의 모든 요소가 하느님을 만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또한 인생의 중대하고 결정적인 순간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현존이 쉽게 간과되는 일상적인 순간에서도 하느님을 알아보게 한다. 진리와 깨달음에 도달하기 위해 굳이 일상의 관심사에서 멀어질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일상에 깊이 침투해야 함을 알려 준다.
이냐시오 성인은 일상에서 하느님을 발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양심 성찰”을 제시한다. 양심 성찰은 일상에서 하느님을 찾을 수 있는 아주 효과적인 기도이다. 양심 성찰은 다음과 같이 다섯 단계로 구성된다.
첫째, 우리 주 하느님께 받은 은혜에 대해 감사드린다.
둘째, 죄를 알고 떨쳐버릴 수 있는 은총을 청한다.
셋째,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성찰하는 현재까지, 혹은 사건별로 헤아려 본다. 먼저 생각에 대해서 그리고 말에 대해서 이어서 행위에 대해서 특별 성찰에서 말한 것과 같은 순서로 한다.
넷째, 잘못한 점들에 대해서는 우리 하느님께 용서를 청한다.
다섯째, 그분의 은총으로 이를 개선할 결심을 한다. 주님의 기도로 마친다.
― 《영신수련》, 43항
양심 성찰은 단순한 자기반성적 기도가 아니라, 하느님을 만나는 기도다. 왜냐하면 이 기도는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기보다 하느님을 바라보고, 하느님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이 특징은 일상에서 받은 하느님의 은혜를 묵상하며 감사를 드리는 첫 단계에서부터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작업은 명확하게 감사를 드릴 수 있는 중요하고 특별한 순간뿐만 아니라,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들을 통해서도 감사드리는 법을 배우게 한다.
성찰 속에서 삶의 크고 작은 모든 것이 놀라운 기적으로 느껴진다. 건강하게 걷고 뛸 수 있는 자유, 무더운 여름을 물러가게 하는 시원한 바람, 일할 수 있는 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동료, 우연히 만난 사람들의 친절 등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의 도우심을 찾을 수 있다. 이냐시오 성인은 겉보기에 아무리 하찮아 보이더라도 가만히 바라보면 감사드릴 이유가 너무나 많음을 알려 준다. 모든 것에서 하느님을 찾는 기도는 이처럼 매일매일 숨어 있는 기쁨을 찾으며 이를 감상하고 음미하게 한다.
우리를 활동 중의 관상가로 만드는 하느님의 흔적을 찾는 성찰
미국의 예수회 신부 제임스 마틴은 그의 저서 《모든 것에서 하느님 발견하기》에서 이냐시오 영성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마틴 신부는 이냐시오의 양심 성찰과 함께 “하느님의 흔적을 찾는 성찰”을 우리에게 권한다. 이 성찰은 자신의 삶을 통해 하느님께서 어떻게 함께 하셨는지 바라보는 기도이다. 대개 하느님 체험은 체험이 이루어지는 그 순간보다 나중에 그 순간을 뒤돌아볼 때 더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하느님 체험은 기적같이 놀라운 체험이나 주입 관상 기도 안에서만 일어나지 않고 일상에서도 일어난다. 이 성찰은 자신의 삶 전체를 신앙의 눈으로 되돌아보면서 매 순간 자신의 곁을 지나가신 하느님의 흔적을 찾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우리 곁을 지나가고 난 뒤, 우리는 성찰을 통해 지나간 그분의 등을 보게 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선 일상 안에서 하느님께서 활동하시도록 그분의 자리를 마련해 드리는 일이고, 그다음 잠시 멈춰 서서, 그분과 함께한 순간을 알아보고 맛보는 것이다. 이러한 성찰을 통해 하느님의 흔적을 찾는 일에 익숙해진다면, 하느님 체험이 일어나는 그 순간에도 눈앞에 계신 하느님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곧 ‘활동 중의 관상가’가 되는 것이다.
다른 한편,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 찾기 영성’은 응답받지 못한 기도에 대한 신앙인들의 물음에 답을 얻도록 도울 수 있다. 우리는 간절하게 바랐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기도에 실망하고 좌절한다. 이러한 좌절은 하느님께서 정말로 나를 사랑하시는지, 혹은 하느님께서 정말로 계시는지에 대한 의심 가득한 질문까지 던지게 된다. 그런데 보통 이러한 좌절감은 신중하지 못한 성급함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간절히 기도할 때, 내 기도를 들으신 하느님께서 바로 내일 우리 삶에 개입하시어 이 상황을 극적으로 변화시켜 주시길 바란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시간에서 당신의 방식으로 응답하신다. 마치 나이 많은 장인의 손길처럼, 느리지만 정성스럽게 응답하신다. 양심 성찰을 통해서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을 찾는 사람은, 우리 기도에 서서히 그리고 신중하게 응답하시는 하느님의 활동 방식을 더 잘 알아차릴 수 있다.
제임스 마틴은 이러한 하느님의 응답을 새로운 곳으로 이사한 사람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새로운 곳에 이사한 사람은 외로움을 느끼고, 하느님께 친구를 보내달라고 기도한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새 친구가 생기기 바란다. 하지만 진정한 우정이 순식간에 생겨나지 않는 것처럼 그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보다는 아주 천천히 사람들과 친분을 쌓아 가게 될 수 있다. 어쩌면 기도한 다음 날 누군가가 다정하게 말을 걸거나 도와줄 일이 있는지 물을 수 있다. 그런데 만일 우리가 당장 진정한 우정을 나눌 만한 친한 친구가 나타나기만을 바란다면, 누군가가 건네는 친절한 말 한마디처럼 작은 일은 놓치고 지나칠지도 모른다. 성찰은 이런 작은 일을 놓치지 않으며, 그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을 알아보도록 도와준다.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는 영성을 살아간다면, 신앙이 구체적인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육화됨을 느낄 수 있다. 모든 일에서 하느님을 찾는 사람은, 불안하고 모호한 상황 속에서도 마음의 평화를 지니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하느님께서 선으로 인도하실 것이라는 희망을 간직하게 된다. 또 인간을 위한 하느님의 사랑과 활동을 확인하면서, 자연스럽게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평화와 희망과 사랑의 사람, 신앙의 삶을 구체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 간다.
*다음 화에 계속됩니다.
🔗 함께 보면 좋은 아티클
- [김정일 안드레아 신부] 신앙과 이성은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
- [최민섭 요셉 신부]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인싸? 아니 아싸!
- [최대환 세례자 요한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 교양의 원천을 찾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