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5주일 복음 묵상

성경 이야기

연중 제25주일 복음 묵상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마르 9,35)

2024. 11. 27
읽음 71

몇 년 전 EBS에서 <학교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며, 당시 전국 석차 0.1%에 해당하는 학생들의 비밀을 다룬 적이 있습니다. 0.1%의 학생들과 평범한 학생들의 차이를 중점적으로 비교 분석한 내용이었습니다. 학생들의 IQ, 기억력과 연산력, 부모님의 학력과 소득 수준, 거주 지역과 재학 중인 학교 등 여러 가지 요소를 비교한 결과, 실제 큰 차이는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0.1%의 학생들과 평범한 학생들 사이에는 한 가지 뚜렷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 사실은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학교에서 0.1%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보다 무엇을 더 많이 하는지를 살펴보면서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비밀은 바로 성품이 착하고, 또 친구들의 질문에 설명을 많이 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설명하는 대상이 다르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0.1%의 뛰어난 학생들은 전교 2등, 3등의 친구만이 아니라 전교 꼴찌가 와도 개의치 않고 친절하고 다정하게 설명해 줬습니다.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사람, 곧 전교 순위에 드는 친구들에게 설명하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입니다. 그러나 자신과 수준 차이가 크게 나는 전교 꼴찌 친구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사람의 성품이 착하다고 해서 모두 머리가 뛰어나고 모든 것을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착하기 때문에 자신보다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에게도 기꺼이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고 가르쳐 주고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결국 방송은 사람이 이타적인 삶을 지향하며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것에 0.1%로 속하려고 애쓰고 있을까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길에 제자들에게 수난과 부활을 두 번째로 예고하십니다. 고통스럽지만 꼭 가야만 하는 길을 가시면서도 예수님께서는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십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러한 말씀에는 관심이 없고, 어떻게 보면 자신들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이야기처럼 생각하며, 서로 누가 더 큰 사람인가를 두고 논쟁을 벌입니다. 제자들도 서열을 정하고 싶었나 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잘못된 지향을 아시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예수님께서는 어린이 하나를 껴안으시며 예수님의 이름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십니다.

어린이는 아직 보호자의 관심과 돌봄이 필요한 존재입니다. 그렇게 가장 작은 존재이지만, 그 존재까지도 따뜻하게 안아 주는 사람이 가장 큰 사람이라는 것을 예수님께서는 몸소 보여 주십니다. 예수님을 믿고 그분을 닮아 가려는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나요? 주님을 닮아 가면서 누가 보더라도 일반적인 세상 사람들과는 뭔가 다르다는 말을 듣는, 사랑으로 가득한 0.1%의 사람들이 되길 희망합니다.

 


주일 복음: 마르 9,30-37.

 

참고

사피엔스 스튜디오. (2021.3.24.). “김경일 인지심리학자 #08 | 공부 잘하는 애들은 왜 꼭 성격도 착할까?”. 유튜브. https://youtu.be/3m2vgXE0tSk?si=iwUGZ3N7TQthlQ_m

Profile
인천교구 사제. 역사신학을 전공했고, 현재 시흥 은계성당에서 사목하고 있습니다. '미움으로 살지 않고 선한 마음으로 말씀 살아내기'라는 좌우명을 지키며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다른 분들이 함께 본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