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루카 10,20)

성경 이야기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루카 10,20)

2025년 7월 6일 연중 제14주일

2025. 07. 04
읽음 51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선종하신 후, 많은 이가 그분의 발자취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큰 수술 후 병원에서 퇴원하신 후에도 회복이 채 되지 않은 몸으로 교도소를 방문하셨습니다. 예전처럼 재소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지는 못했지만, 한 명씩 손을 잡아 주시며 당신의 본분을 다하셨습니다. 지난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는 그분의 마지막 공적 여정이었습니다. 바티칸 성 베드로 대광장에 모인 이들에게 축복을 내리시고는 차를 타고 광장을 도는 계획을 세우셨습니다.

 

교황님은 망설이며 간호사에게 물으셨다고 합니다. 제가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자신의 곁을 지켜 준 의료진들에게 교황인 자신을 다시 광장으로 데려다준 데 대해 고마움을 표하셨다고 합니다. 계획대로 광장에 모인 사람들과 만나기 위해 마지막 외출을 하셨고, 다음 날 하느님께로 돌아가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영적 유언으로는 이런 말씀을 마지막에 남기셨습니다. 내 삶의 마지막에 겪은 고통은 세상의 평화와 민족 간의 형제애를 위해 주님께 바칩니다.”

 

자신에게 남은 작은 힘마저 모두에게 나누어 주고 가시는 교황님의 모습에 감동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가톨릭 교회의 수장으로서 높은 자리에 계셨지만, 모두 함께할 수 있는 낮은 곳에서 우리와 똑같은 나약한 인간이자 죄인임을 몸소 보여 주셨습니다. 무엇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보편교회 기념일 교황 담화문의 마지막에서 늘 자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시곤 했습니다. 과학 문명의 발달로 교황님의 모든 행보가 실시간으로 드러났고, 덕분에 우리는 교황님의 온유한 모습도 생생하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겪은 고통까지도 세상의 평화와 민족 간 형제애를 위해 주님께 봉헌하시는 모습도 그러합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며 예수님께 파견된 제자들의 모습이 이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다시금 떠올리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짝지어 파견하시며, 자신들의 능력이나 재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위험 속에서도 평화를 빌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도움이 필요함을 가르쳐 주십니다. 희망의 순례자로 평화를 선포하시다 떠나신 교황님의 말씀을 마음속 깊이 새기며 살아가는 한 주간 되기를 기도합니다.

 

인간의 마음은 평화를 향한 모든 여정의 첫 발걸음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예레미야 예언자처럼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평화를 어떻게 이룩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는 것이죠.

공부를 못해서, 특별한 지식이 없어서, 국가의 지도자가 아니라서,

아직 어려서, 아니면 이미 너무 늙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또 어떤 이들은 세상이 너무 크고, 너무 복잡하며,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집과 동네, 일터와 학교는 결코 멀리 있지 않습니다. (……)

 

우리 자신을 작게 만듭시다. 겸손하게 만듭시다.

다른 이들을 섬기는 이가 됩시다. 너그러움과 온유함, 겸손을 키워 갑시다.

이는 초대 교회 공동체인 에페소 신자들에게 바오로 사도가 가르치신

단순한 마음가짐이자 작은 실천입니다(에페 4,1-6 참조).”

─ 프란치스코 교황, 《희망》, 59-60

 

 

 

Profile
인천교구 사제. 역사신학을 전공했고, 현재 시흥 은계성당에서 사목하고 있습니다. '미움으로 살지 않고 선한 마음으로 말씀 살아내기'라는 좌우명을 지키며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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