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플라톤주의는 본래의 플라톤주의와는 달리 원천적인 신적 존재와 물질적 세계 사이에 초자연적인 중간 단계를 도입한다.”
초기 교부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철학 사상은 플라톤과 신플라톤주의 철학이었다. 신플라톤주의자들은 전통적인 플라톤 사상을 제대로 해석하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플라톤의 대화편을 충실히 해석하고 플라톤이 세운 아카데미아의 후계자로 자처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신플라톤주의는 기본적으로 감각적인 것과 이성적인 것을 구별하는 플라톤의 이원론적인 관점을 하나로 통합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입장은 종교적인 색채가 가미되면서 본래의 플라톤 철학과는 구별되게 된다.
신플라톤주의는 고대 후기와 중세 시대에서 그저 ‘플라톤주의자들’로만 불렸다. ‘신플라톤주의’라는 용어는 근세 말에 본래 플라톤 사상과 구별되는 고대 후기의 사상을 의미하기 위해서 비로소 사용되기 시작했다. 신플라톤주의는 플로티누스로부터 시작해서 포르피리오스와 프로클로스를 거쳐서 6세기까지 이어졌으며, 플라톤 당대의 제자들의 사상인 ‘고전적 플라톤주의’와 로마제국 초기에 번성했던 ‘중기 플라톤주의’와는 구별된다. 아카데미아의 철학적 회의론에 반대하면서 안티오코스를 시작으로 2세기 후반까지 번성한 중기 플라톤주의는 구약 성경을 토대로 철학 체계를 구축하려고 했던 필론에게 큰 영향을 끼쳤고, 오리게네스를 통해 그리스도교 철학의 형성에 기여했다.
신플라톤주의는 본래의 플라톤주의와는 달리 원천적인 신적 존재와 물질적 세계 사이에 초자연적인 중간 단계를 도입한다. 이렇게 해서 플라톤의 이원론을 발전시킨 삼원론의 체계를 사상의 중심으로 삼게 된다. 이러한 삼원론적 체계는 플라톤적인 이원론이 가지는 대립적인 모순성을 조화시키기 위해서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운동과 생성의 개념, 그리고 스토아적인 통일적 생명의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신플라톤주의는 주술과 같은 종교적 실천을 수행하는 유사 종교의 특성을 지니며, 동방적 기원을 지닌 신비주의적 경향도 띈다. 하지만 당시 그리스도교는 신플라톤주의뿐만 아니라 알렉산드리아에서 번성했던 중기 플라톤주의의 어휘와 범주를 통해서도 신앙의 내용을 해석하려고 했다. 전체적으로는 교부 시대부터 시작해서 플라톤주의, 정확하게는 신플라톤주의 사상은 위僞 디오니시우스를 통해서 그리스도교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 이 콘텐츠는 《그리스도교 철학: 주체성의 발견》 일부를 발췌 및 재구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