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으로 계시하신 구원의 역사

성경 이야기

말씀으로 계시하신 구원의 역사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어 주는 희망의 메시지

2025. 0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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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과 관계 맺기

우리는 삶을 통해 서로 관계를 맺고 많은 것을 나눕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화해야 합니다. 누군가를 알기 위해서도 대화가 필요하듯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서도 대화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부족한 이성으로는 하느님을 볼 수 없고 깨달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이 먼저 우리에게 말씀을 건네시고 가르쳐 주셔야 합니다. 이것은 신학적 용어로는 계시(啓示)라고 합니다. 하느님께서 내가 바로 이런 존재다.’ 하고 먼저 알려 주셔야 우리가 바르게 알 수 있습니다. 계시라는 것이 결국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당신을 보여 주시는 것입니다. 교회의 공적인 계시는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사람이 되어 오셔서 수난, 죽음, 부활로 자신을 드러내신 것입니다. 그러나 신앙생활을 하며 하느님을 찾는 우리에게 사적으로 계시를 보여 주시기도 합니다. 계시는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가장 잘 드러납니다. 구약에서는 예언자를 통해서 메시지를 전하셨습니다.

 

하느님 체험을 도와주는 성령

성경은 한마디로 신앙 공동체의 체험 글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체험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떤 일을 실제로 보고 듣고 겪는 것이라 정의합니다. 하느님을 체험했다고 하는 것은 머리나 생각으로만이 아니라 온몸, 즉 자신의 인격 전체로 경험했다는 것입니다. 우리 생활에서도 체험이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그런 아픔을 겪는 이를 완전히 공감하며 위로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하느님을 체험한 경험은 다른 이에게 그 경험을 드러내 주며 초대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사적 계시는 하느님 체험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경을 읽고 묵상할 때 그 말씀이 살아 있다는 체험과 깨달음에 감동할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성령의 도움 덕분입니다. 신앙의 선조들이 체험했던 영적인 체험을 오늘날 성경을 읽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도 바로 그 덕분이지요. 때로는 우리 자신의 편협한 생각이나 자의적인 판단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이해하기 때문에 오류를 범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성경을 읽으면서 논리적으로 따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신앙은 논리적,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성경을 해석하는 것은 교회 공동체의 중요한 권리이고 의무입니다.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어 주는 구원의 메시지

이것들을 기록한 목적은 예수님께서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여러분이 믿고, 또 그렇게 믿어서 그분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20,31)

요한 복음에서는 성경을 기록한 목적을,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라고 했지만 바오로 사도는 구원을 얻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그대가 예수님은 주님이시라고 입으로 고백하고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으키셨다고 마음으로 믿으면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 곧 마음으로 믿어 의로움을 얻고, 입으로 고백하여 구원을 얻습니다.”(로마 10,9-10)

생명과 구원은 결국 같은 의미입니다. 생명과 구원을 주는 성경은 우리가 하느님의 사람이 되게 하도록 잘못을 책망하고 허물을 고쳐 주며 올바르게 사는 법을 가르쳐 주고 우리를 회개의 생활로 인도함으로써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되게 하며 우리를 하느님의 생명과 구원에 참여하게 합니다.

 

복음은 구약의 완성이며 성취

가톨릭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후 성경, 특히 구약 성경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반 신자들을 구약 성경에 접근시키려는 노력을 많이 기울여 왔습니다. 그 좋은 예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개혁입니다. 이전에는 주일 미사 때 구약 성경의 독서가 없었으나 지금은 독서에서 구약 성경을 꼭 읽습니다. 이는 교회가 신자들에게 구약 성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구약 성경은 신학생들조차 읽을 수 없는 교회의 금서 목록 중 하나였습니다. 교회의 이러한 조치는 종교 개혁 이후에 취해졌습니다.

당시 개신교는 오직 성서, 오직 하느님, 오직 믿음이라는 주장을 견지했습니다. 그래서 가톨릭 교회는 개신교의 사상이나 성향을 극단적으로 거슬러 행동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따라서 가톨릭 교회 안에서는 성경을 읽는 것 자체를 소홀히 하게 되었고 구약 성경을 읽는 대신 그리스도를 본받는 수양서인 《준주성범》을 오랜 세월 동안 읽었습니다.

 

구약 성경을 글자 그대로 해석했을 때 너무나 인간적인 요소가 많아 잘못 이해할 위험성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가톨릭 교회의 상황은 19세기 이후에 들어와서 변화되기 시작합니다. 성경을 신앙생활에서 다시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는데 이런 변화는 개신교의 활발한 성경 연구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비오 12세 교황의 1943년에 나온 <성령의 영감(Divino Afflante Spiritu)>이라는 회칙은 정식으로 성경 문헌을 개방하고 성경 연구의 문을 공식적으로 열어 주었습니다. 이로써 가톨릭 교회 안에서도 성경을 활발히 연구하여 많은 결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구약 성경은 가장 오래된 책이며, 또 내용도 매우 다양하고 풍부합니다. 신약 성경 저자들은 구약 성경을 그리스도의 복음을 구약의 보충으로 여긴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구약의 완성이며 성취로 보았기 때문에, 구약에 계시가 된 내용을 신약에서 새삼스럽게 되풀이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하느님의 계시를 전체적으로 올바르게 파악하려면 반드시 구약과 신약 성경을 함께 읽어야 합니다.

Profile
서울대교구 사제. 1984년 사제품을 받은 후, 다양한 성당에서 사목하며 18년간 서울대교구 대변인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현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을 맡고 있으며, 바쁜 사목 활동 속에서도 여러 매체에 꾸준히 글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저서로 《성경 속 궁금증》, 《성경 속 상징》, 《성경 순례》, 《당신을 만나 봤으면 합니다》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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