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한 사람의 인생을 구할 수 있을까?

철학 탐구

공부가 한 사람의 인생을 구할 수 있을까?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고백록》 (2)  

2026. 0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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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교양의 시간 시리즈의 아티클로 <진리를 사랑하는 마음은 끝내 올바른 인생길을 찾는다>에서 이어집니다. 👉 전편 읽기

 


 

 🧐 1,600여 년 전에 쓰인 《고백록》, 오늘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읽을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는 다채로운 고전 《고백록》
  •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갈망과 방황, 회심의 여정에서 발견하는 참된 공부의 의미
  • 《고백록》의 시선으로 오늘의 방황과 불안을 돌아보는 시간

 


 

참행복의 안내자, 《고백록》 읽기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고백록》은 읽어 본 적 없어도 누구나 그 이름을 익히 들어 보았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고전입니다. 우스갯소리를 섞어 고전을 누구나 제목을 알지만 아무도 읽어 보지 않은 작품이라고 정의할 때, 아마 이 책을 떠올리는 사람도 많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읽어 보지 않아도 이 책에 대해서 무엇인가 잘 알고 있다는 착각하기도 쉽고, 널리 알려진 만큼 오히려 선입관이나 어디선가 접한 피상적인 통념으로 이 고전을 오해하거나 축소하기도 쉽습니다. 하지만 《고백록》은 권위 있는 고전인 동시에 의외의 면모를 많이 발견할 수 있는 현대적인작품이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이 책을 단지 경건한 신심 서적이라 생각할 수도 있고, 어떤 이는 한 위대한 지성이 청년기의 방황을 심리학적으로 묘사한 주관적 회고록이라 예단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고대를 대표하는 사상가가 쓴 철학적이고 난해한 저서일 것이라며 거리감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고정 관념들이 그리 틀리지는 않았다고 판단할 만한 내용이 책에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다양한고정 관념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이 책을 특정한고정 관념으로 규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 주기도 합니다. 이 책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역동성과 풍부하고 다양한 층위가 있어서 여러 번 읽은 사람에게도 매번 새로운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백록》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재적인 대화의 상대라 말할 수 있습니다. 독자는 《고백록》에서 지성과 감성과 감각 모두를 아우르는 자극과 영감을 만나게 되며, 무엇보다도 앎과 삶을 관통하는 진정한 공부의 진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고전은 참된 공부가 무엇인지를 개념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경험하고 체득하는 여정으로 독자들을 초대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교양을 위한 고전의 예로서 《고백록》을 살펴보고 추천하는 이유는 고전을 읽고 교양을 체득하는 공부가 지식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참행복에 결정적인 안내자가 된다는 것을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삶, 실천적 지식의 참의미를 증명하다

 

우리는 《고백록》을 우선 윤리적·종교적 회심의 여정으로 읽기 마련입니다. 이는 너무나 당연하고 정당합니다. 저자 자신이 그런 의도를 숨기지도 않습니다.

 

13권에 이르는 《고백록》 가운데 특히 그의 유년기에서 시작해 청년기가 저물 무렵 신앙인으로서 완전한 회심에 이르고 어머니 모니카와 사별하기까지의 삶을 자서전적으로 기술한 1권에서 9의 내용에서도 분명히 드러납니다. 이는 하느님을 제대로 모르던 시기를 거쳐 신앙에 대해 지성뿐만 아니라 의지로도 내적인 동의를 하고, 깊고 정화된 신적 사랑에 이르는 총체적이고 진실한 종교적 고백입니다.

 

다른 한편 종교적 회심의 길은 윤리적 성숙의 여정이기도 합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종교적 고백의 중요한 요소로 윤리적 차원의 삶의 변화를 함께 들려주고 있습니다. 육욕, 세속적 성공과 명성, 허영과 감상적 예술이 주는 값싼 위로를 추구하는 태도가 종교적 진리에 마음을 모아 가면서 어떻게 실질적으로 새로운 생활 방식으로 전환될 수 있었는지 진솔하면서도 날카롭게 파고들고 있습니다. 그에게 윤리학이란 단지 이론적 지식이 아니라, 삶을 변화시키고 이끄는 실천적 지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실천적 지식이야말로 플라톤에서 스토아 철학과 신플라톤주의로 이어지는 고대 철학의 지향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고대 철학의 정신을 온전하게 이어받은 인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부와 교양의 참의미를 몸으로, 삶으로 익혀 보여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 갈망 그리고 영원한 평화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고백록》이 흥미롭고 감동적이며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이유는 그가 이 저서에서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인간의 여러 갈망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육체적 차원에서 시작해서, 사회적·정서적·지성적·영적 차원의 갈망이 차례로 등장하고, 그것을 채우기 위한 시행착오 역시 투명하고 깊이 있는 성찰의 대상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독자는 현재 관심사에 따라 이러한 여정의 다양한 기착지들을 새삼 돌아보거나 더 심층적으로 숙고하게 됩니다. 그래서 인간의 모든 갈망이 참된 행복의 추구와 결부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인간에 대한 부분적 이해를 넘어 전체적 이해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현재 자신이 지닌 인간 이해의 제한성 역시 깨닫습니다.

 

《고백록》은 하느님을 떠나서는 우리의 영혼에 안식이 있을 수 없다는 고백에서 시작해(1), 영원한 안식일의 평화에 대한 장엄한 찬양(13)으로 종결됩니다. 그러나 독자는 책을 읽으며 그때그때 자신이 처한 상황 앞에서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번민하는 마음을 돌보기 마련입니다.

 

그때 《고백록》이 도달한 영원한 평화에 대한 관조는 피안의 약속만이 아니라 지금의 방황과 불안을 삶의 여정에 통합하는 기준을 독자들에게 제시합니다. 《고백록》의 다양한 차원은 독자들이 인생을 직선적이거나 단편적으로 보지 않고, 영원에서부터바라보는 관조와 인생의 목적에 대한 확고한 방향성을 배우도록 초대합니다.

 


 

책과 공부, 삶을 구하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걸어온 모색의 길은 《고백록》에서 잘 묘사되었다시피 그의 공부 여정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신앙의 진리를 발견하고 이에 어울리는 삶의 방식을 따르기로 결단을 내리는 중년에 이르기까지 고전, 교양, 공부는 그가 진리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도록 이정표의 역할을 했습니다.

 

수사학의 고전에서 시와 연극을 아우르는 로마 시대의 문학 작품들, 키케로의 철학서들, 신플라톤주의의 종교 철학의 고전들, 그리고 마침내 사도 바오로의 서간에 이르기까지 책과 공부는 그의 정신적인 전망을 열어 주었습니다. 이는 언젠가 이루어질 윤리적·종교적 회심과 결단의 선행적 지표가 되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고전들을 읽고 익히는 것이 직접적으로 그의 회심으로 이어진 것만은 아니었고, 때로 고전 공부가 그리스도교적 삶을 전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방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고전을 연구하며 그 안에서 삶의 길을 발견하고 그 한계 또한 진지하게 대면하면서, 그다음 차원의 전망에 어울리는 또 다른 공부의 길에 나서는 여정은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생애 내내 그치는 법이 없었습니다.

 

이렇듯 공부에 대한 항구한 열정은 때때로 오류와 자만심이라는 위험을 초래하기도 했지만, 신앙의 길이 아직 모호하고 윤리적 성숙에 채 이르지 않았을 때에도 자신을 성찰하고 진리에 마음을 여는 태도를 잃지 않도록 그를 지켜 주었습니다. 그러므로 그에게 공부는 인생을 구해 준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교양과 공부를 그 자체로 절대화하지만 않는다면, 인내와 여유를 가지고 인생의 참행복을 추구하는 여정에서 이들은 참으로 소중한 동반자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삶을 통해 확인하게 됩니다.

 


 

*다음 화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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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의정부교구 사제. 독일에서 종교 철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에서 <최대환 신부의 음악 서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책과 예술, 산책을 좋아하며,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강의하고 글을 씁니다. 제가 쓰고 말하는 일들이 이웃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고, 복음 선포의 활동이 되기를 희망하며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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