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는 걸림돌일까, 디딤돌일까?

성경 이야기

십자가는 걸림돌일까, 디딤돌일까?

연중 제22주일│하느님의 일을 선택할 때 발견하는 ‘생명’의 길

2026. 0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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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히 묵상해 봅시다.

 

  • 나는 사람의 일과 하느님의 일 가운데 무엇을 더 먼저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나요?
  • 손해처럼 보이는 선택이 오히려 나를 더 행복하게 했던 경험이 있나요?
  • 오늘 내가 기꺼이 질 수 있는 작은 십자가는 무엇인가요?

 


 

십자가… 이건 너무 어려운 숙제 아닌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비장하게 당신의 수난과 죽음을 예고하셨다. 그러나 베드로는 이를 반박하였고,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한다며 베드로를 질타하셨다. 그리고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르라고 초대하셨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이기적일 수밖에 없고, 더러는 남의 행복도 가끔은 무시하고 빼앗는 본성을 가진 인간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아예 우리를 하느님께 드리는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라고까지 요구했다. 자신을 산 제물로 바치며 스스로 십자가를 지고 싶어 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1독서의 예레미야 예언자는 이러한 요구 앞에서 처절하게 괴로워하였다.

 

주님, 당신께서 저를 꾀시어 저는 그 꾐에 넘어갔습니다. 당신께서 저를 압도하시고 저보다 우세하시니 제가 날마다 놀림감이 되어 모든 이에게 조롱만 받습니다. …… 주님의 말씀이 저에게 날마다 치욕과 비웃음거리만 되었습니다.”(예레 20,7-8)

 

이렇게 자신의 생존이 절박한 상황에서 하느님의 일만 생각하라는 것은, 행복은 둘째치고 생존마저 포기하라는 말씀처럼 느껴진다. 나의 일보다 남의 일, 모두의 일, 하느님의 일을 먼저 생각하여 십자가를 지는 것은 매우 이기적이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이 세상에서 너무 어리석게 보이기도 한다.

 


 

사람의 일 vs 하느님의 일

 

사람의 일, 나의 일에만 몰두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보다 다른 이를 딛고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다른 사람을 뒤로 밀어내고 내리눌러 올라간 세상에서 느끼게 될 감정은 무엇일까? 과연 그렇게 만족스럽고 기쁠까? 사람에게는 이기적인 본성도 있지만, 하느님께서 품어 주신 본성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결코 그런 삶으로 평안하고 행복할 수 없음을 안다.

 

사람뿐만 아니라 이 세상 자연도 마찬가지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쓰고 싶은 대로 다 쓰고 나면, 엄청난 환경 오염과 자연의 이상 현상을 다시 겪게 될 것을 알기에 매우 거북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것이 평안이 아닌 감당하기 어려운 자연의 복수만 불러온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우리는 결코 이기적으로 자기 일만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다. 사실은 하느님의 일에도 깊은 관심을 지닌 존재다.

 


 

뼛속까지 새겨진 하느님의 일

 

예레미야 예언자도 결국 하느님께 백기를 들었다.

 

“‘그분을 기억하지 않고 더 이상 그분의 이름으로 말하지 않으리라.’ 작정하여도 뼛속에 가두어 둔 주님 말씀이 심장 속에서 불처럼 타오르니 제가 그것을 간직하기에 지쳐 더 이상 견뎌 내지 못하겠습니다.”(예레 20,9)

 

뼛속 깊이 새겨진 하느님의 말씀 때문에 그는 기억하지도, 말하지도 않으려 해도 하느님의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예레미야가 예언자로서 수없이 치욕과 수모를 겪고 외로움에 떨었던 것은 그의 관심이 하느님의 일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사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십자가 끝에 기다리는 생명

 

하느님의 일에 대한 관심은 지금 당장은 손해를 보거나 별 의미 없고 불편하게만 여겨질지 모르지만, 그 위로와 보상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이웃과 나누게 될 웃음과 기쁨이 그것이다. 힘들고 고통스러워하던 이웃이 나의 작은 손길로 행복하게 웃게 되는 기적 같은 일은 분명히 있다.

 

피조물을 위한 나의 번거로움과 수고로움으로 자연의 아름다움 안에서 나와 나의 자녀들이 행복하게 살아가게 될 모습은 하느님의 일을 위한 우리의 수고에 대한 보상이 될 것이다. 이는 우리가 질 십자가의 결과이며, 하느님의 일을 먼저 생각해서 얻게 될 목숨, 곧 생명이다.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을 잃을 것이고”(마태 16,25)

 

이는 사람의 일을 위한 수고로움은 결국 죽음으로 끝날 것이라는 뜻일 것이다.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마태 16,25)

 

이 말씀은 자기 일보다 하느님의 일을 먼저 찾는 수고로움은 영원히 남을 것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마태 16,26)

 

그리고 이는 자신은 잃은 채 재물과 명예와 안락함을 누리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으니, 사람의 일보다 하느님의 일을 더 꼼꼼히 챙기자는 초대의 말씀이다.

 

그렇게 하느님의 일을 생각하는 것은 우리 삶의 걸림돌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자신을 기쁘게 완성해 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그리고 다소 부담스럽고 번거롭고 수고로운 일이라 하더라도 하느님의 일을 먼저 생각하며 살아갈 때, 우리는 큰 기쁨과 깊은 의미, 참된 행복을 누리게 된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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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의정부교구 사제. 현재 의정부교구 성소국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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