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필요한 시대에 필요한 책

가톨릭 예술

희망이 필요한 시대에 필요한 책

《희망》, 어떻게 만들어진 책일까?

2025. 03.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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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공식 자서전 《희망》이 한국에서 출간되기까지 가톨릭출판사의 다양한 인물들이 활약했다. 그중 담당 편집자 박다솜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황의 공식 자서전을 세상에 선보이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그간의 여정을 요약하자면 우당탕탕’ ‘우여곡절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는데……

 


안녕하세요. 축하드립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자서전 《희망》이 한국의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벌써 재판을 여러 차례 진행했다고 들었습니다.

실물 책이 입고되기도 전에 3쇄를 찍을 줄은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는데요. 한국의 많은 분이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각별히 사랑하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어요. 특히 지난 2월 말에 교황님의 건강이 위독하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더 큰 관심이 생긴 것 같아요. 처음 예상보다 뜨거운 반응에 기쁘고, 최초의 교황 자서전에 참여할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희 마케터들도 많은 언론사와 서점에서 정말 많은 연락을 받고 있어서, 바쁘지만 기분 좋게 일하고 있다는 후문을 전하더라고요.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자서전이 가톨릭출판사에서 출간된 이유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가요?

원래 이 책은 교황님이 돌아가신 후에 출간될 책이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2025년 가톨릭 교회의 희년을 맞아 공개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고, 이탈리아의 한 출판사에서 국내에서는 저희에게만 유일하게 연락해 왔어요. 그리고 작년 9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공식 출간이 발표되었죠. 저희가 이 책을 수월하게 계약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동안 저희가 그 출판사의 여러 책을 진행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꾸준히 성실하게 교회 안에서 좋은 원석들을 발굴하고, 책을 소개하길 잘했었죠.

 

올해 1월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 책이 출간되었죠. 교황님이 각국 언어로 된 책을 보시는 모습도 화제가 되었는데요. 어떤 기분이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저희 저작권 담당자는 실시간으로 전 세계의 여러 대형 출판사들과 함께하는 느낌이 좋았다고 했지만, 사실 저는 초조하다’, ‘아찔했다라는 표현을 쓰고 싶어요. 한국에서의 출간 소식을 기다리는 기자분들이 많던 차였거든요. 저희도 빨리 마무리해서 교황님께 꼭 한국어로 된 책을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사실 가톨릭 교회 안에서 책을 내기 위해서는 교회 검열이라는 절차가 있거든요. 책을 냈을 때 교리상으로 문제가 없는지 승인을 받는 시간이 필요해서 일반적인 도서에 비하면 작업 시간이 꽤 걸리는 편입니다. 물론 이 책은 교황님의 책이라 그런지 이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었죠.

 

그래도 작업 속도를 내기 위해 번역자가 4명이나 참여했다고 하죠.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이재협 신부님과도 작업을 해 보셨겠지만, 이번 편집 과정은 또 어땠을까요?

이재협 신부님은 <바티칸 뉴스>를 꽤 오래 담당하셨고, 제가 이전에 신부님이 번역하신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하는 희망의 기도》라는 책 편집도 맡았었기 때문에 일 자체는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실 출간 일정이 정말 급박했기 때문에, 저희 김대영 사장 신부님께서 먼저 <바티칸 뉴스> 팀과의 공역을 진행하면 어떨지 의사를 여쭤보았죠. 신부님도 흔쾌히 받아들여 주셨고, 그 뒤로는 작업 속도가 붙어 최종 번역본까지 정말 빠르게 완성되었습니다.

 

이 책에 주석이 참 많잖아요. 주석이 많다는 점은 독자들에게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보통의 일반 도서에서 이렇게 주석이 많이 달린 책을 처음 봤는데요. 원서에는 주석이 아예 없고, 모두 역자분들이 넣어 주신 내용이에요. 원래는 이것보다 더 많았는데, 편집 과정에서 중복되거나 불필요해 보이는 것들을 일부 삭제했죠. 물론 주석을 읽지 않아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전혀 문제는 없어요. 그런데 교황님이 살아오신 배경 자체가 저희와는 아예 문화권이 다르다 보니까, 그런 걸 설명하기 위해 들어간 내용이 대부분이에요. 그분이 교회와 세상을 향해 전하는 말씀들을 조금 더 잘 이해하고 싶다면 주석과 함께 책을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특히 원문에 쓰인 단어들을 교황님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사용하시는지 알 수 있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조금 더 재미있게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희망》에는 지금껏 공개되지 않은 교황님의 사진들도 수록되어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어요.

여태까지 우리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교황님의 모습들도 담겨 있기 때문에 책을 살펴보는 맛이 분명히 있으실 것 같아요. 이 책에 들어간 사진들은 저희가 각각 계약해서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마감 직전까지 해외 저작권자와 소통했던 추억(?)이 생각납니다. 무사히 정해진 날짜에 맞춰 마감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어요.

 

마감일을 지킨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일이죠. 마감 당일에는 특별한 일이 없었나요?

이 책은 막판까지도 여러 가지 수정이 참 많았어요. 제가 대단히 교정 실력이 좋은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여러 차례 교정을 봤는데요. 마지막에는 저희 편집자들도 다 같이 나눠서 교정을 봤어요. 그 과정에서 정말 아찔했던 수정이 있었는데요. 교황님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언급하는 내용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 이름을 말씀하세요. 정말 큰 사고가 날 수 있었는데, 한 편집자가 젤레스키젤렌스키로 바로 잡아 줬어요. 정말 그 부분을 보고 하느님 감사합니다!”를 외쳤습니다. 빠르게 출간해야 하는 상황에서 여유 있게 작업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저희 모두 정말 교황님의 생애를 온전히 잘 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기도하며 작업을 진행했죠.

 

이 모든 사람의 노력이 많은 독자들에게 잘 전달되면 좋겠네요. 《희망》을 작업하는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어느 부분이었을지 궁금해요.

교정을 보면서 혼자 눈물을 닦은 적이 많을 정도로 이 책에는 감동적인 장면이 정말 많은데요.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두 가지만 꼽자면, ‘프롤로그에서 교황님이 자신들의 조부모가 이탈리아에서 아르헨티나로 떠나는 한 배에 타지 않아서 바다에 침몰하지 않았고, 그래서 자신이 태어날 수 있었다는 이야기하시거든요. 그 부분을 보며 2014년 방한하셨던 교황님이 세월호유가족들의 아픔에 정말 진심으로 아파하시고 위로하고 싶으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지금도 교황님이 폐렴으로 고통받고 계신데요. 13장을 보면 신학생 시절에 처음 폐에 문제를 발견하고 수술을 받으시는 장면이 나와요. 그때 한 수녀님께 예수님을 닮아 가고 있군요.”라는 말씀을 듣고 마음의 평화를 얻으셨다고 해요. 고통은 여전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고통을 받아들이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신 부분에서 저 또한 많은 생각을 했어요.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하지만, 정말 그 고통과 시련들을 하느님 안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기를, 그것들을 우리가 예수님을 닮아 가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묵상했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저희가 펴낸 이 책을 곧 바티칸에 계신 교황님께 전달할 예정이에요. 교황님이 다른 나라에서 나온 책들을 다 보셨기 때문에 저희 책에도 관심이 많으신 상황이라고 전해 들었었거든요. 꼭 얼른 건강한 모습으로 쾌유하셔서 한국어판 책도 보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공식 자서전 《희망》이 정말 좋은 이유는 이 책이 정말 필요한 시대를 우리가 살아가고 있기 때문인데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또 독서 취향에 상관없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필독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에 어둠이 차오르는 순간에도 우리가 반드시 희망을 품을 수 있다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시는 교황님의 이야기가 많은 분의 가슴속에 남으면 좋겠어요.

 

혹시 《희망》 다음에는 어떤 책을 작업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제 작업하는 책은 바로 WYD 총괄 코디네이터를 맡고 계신 서울대교구 이경상 주교님의 역서입니다. 우리 청소년, 청년들이 함께 기도하며 신앙생활을 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책이 될 텐데요. 제목은 《기도, 사랑의 여정》입니다. 세계적인 이냐시오 영성의 대가 마누엘 루이스 후라도 신부님의 책이에요. 사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습관이 들지 않으면, 혼자 기도하기가 참 어렵잖아요. 그런 사람들 모두 기도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 되리라 생각해요. 《희망》 안에서도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젊은이들에게 평화와 희망의 세계를 향해 계속해서 나아가자고 격려하세요. 저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처럼 교회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 나가며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희망》 읽기

 

 


박다솜 편집자가 작업한 책들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하는 희망의 기도》, 프란치스코 교황 지음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즉위 10주년을 기념하는 책으로 그간 강조하신 10가지 핵심 메시지를 정리하고 있어요. 《희망》에서 교황님의 생애를 만난 뒤, 그분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다면 이 책도 읽어 보세요.

 

《성녀의 작은 길》, 성녀 소화 데레사 지음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겸손이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시는데요. 교황님의 이토록 낮고 겸손한 모습에 감동한 분들이라면 이 책도 추천합니다. 소화 데레사 성녀의 말씀 모음집으로, 단순하고 소박한 영성의 길을 걸어가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성령의 약속, 마르티니의 영신 수련》,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 지음

마르티니 추기경의 영신 수련 강의를 담은 책입니다. 예수회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희망》에서 영신 수련을 여러 번 언급하시지요. 영신 수련이 궁금했던 분들에게 권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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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깊이를 더하고, 삶의 영감을 주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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