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 일하실 자리를 남겨 두고 있나요?

성경 이야기

하느님께서 일하실 자리를 남겨 두고 있나요?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기념일│하느님께 내어 맡기는 신앙

2026. 07.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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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히 묵상해 봅시다.

  • 불안한 순간일수록 하느님을 더 신뢰하고 있나요, 아니면 나 자신을 더 붙들고 있나요?
  • 하느님께 의탁한다고 말하면서도 스스로 통제하려고 하지는 않나요?
  • 오늘 내가 하느님께 맡겨 드려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두려움이 문을 두드리는 순간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하느님께 의탁한다는 표현을 사용하곤 합니다. 의탁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떤 것에 몸이나 마음을 의지하여 맡김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을 믿는 그리스도인인 우리에게 이 의탁이라는 단어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거대한 일들을 마주하곤 합니다. 그런 순간이 찾아오면 우리는 하느님께 의탁하게 됩니다. 우리 힘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을 하느님께서 도와주시기를 청하는 마음이 담긴 신앙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기 능력을 초월하는 사건을 마주했을 때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낍니다. 내가 해결할 수 없고, 두려움 속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우리는 하느님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어찌할 수 없는 두려움을 마주할 때 하느님께 더 의탁하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매우 무서운 말씀을 하십니다. 사도들이 의회에 넘겨지고 채찍질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이런 폭력에 대한 예고는 사람을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람들이 너희를 넘길 때, 어떻게 말할까,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그때에 너희에게 일러 주실 것이다. 사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마태 10,19-20)

 

이 말씀은 사도들에게 큰 위안이 되었을 것입니다. 가장 두려운 순간에도 하느님께서 사도들과 함께 계신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두렵고 위태로우며 고통스러운 순간이지만, 바로 그 순간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하느님께 의탁하게 되는 순간인 것 같습니다.

 


 

계획은 완벽한데 왜 불안할까?

 

사실 살아가다 보면 우리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더 많다는 사실을 느끼게 됩니다. 이는 단순히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마주했을 때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일상의 사소한 일들 안에서도 내 뜻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날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자기 뜻을 조금이라도 더 실현하기 위해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며 살아갑니다. 준비된 계획 안에서 우리는 스스로 준비한 모든 것을 펼쳐 보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이런 철저한 계획 속에서 드러나는 것은 나 자신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계획을 통해 통제할 수 없는 것들까지 통제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계획을 세우면 세울수록 드러나는 것은 결국 나 자신뿐입니다. 나의 계획이 철저하면 철저할수록 하느님께서 드러나실 수 있는 자리는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은총, 힘을 빼야 비로소 보이는 것

 

그렇지만 어쩌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하느님께 의탁하며 살아가는 것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느님께 의탁해야 하는 순간은 남들에게 미움을 받거나 모함을 당할 때, 또는 커다란 폭력 앞에 섰을 때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삶의 모든 순간에 하느님께 의탁할 필요가 있습니다.

 

매 순간 하느님께 의탁한다는 것은 우리의 삶 안에서 하느님께서 드러나시도록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느님께서 다 해 주시리라 생각하며 게으르게 살아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을 분명히 인식하고, 우리가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하느님께 전적으로 의탁해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결과를 이루어 주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신의 힘을 믿기보다 하느님께 자신을 내어 맡길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힘을 뺄수록 하느님께 더 의탁하게 되고,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삶 안에서 더 큰 은총으로 우리를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우리는 두려움을 넘어, 매 순간 하느님께 자신을 내어 맡기며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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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서울대교구 사제. 현재 동성중학교에서 지도 신부를 담당하고 있으며, WYD 지역 조직 위원회 봉사자부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목 현장에서 만나는 청소년들의 전인적인 성장을 이끌기 위한 교육적 고민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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