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영성과 신심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교회 음악가, 조은영 실비아와의 만남

가톨릭 유산의 한 축을 이룰 정도로 그리스도교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정성껏 부르는 노래는 두 배로 기도하는 것과 같다.”

음악이라는 언어는 교회의 울타리를 넘을 정도로 너무나 강렬합니다.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오르간 소리는, 가톨릭 신앙을 갖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도 움직일 힘이 있습니다.

 

과연 음악 없는 교회를 상상할 수 있을까요. 물과 산소가 없다면 푸르른 새싹도 하루 만에 말라 시드는 것처럼, 우리에게 성가는 물과 산소처럼 익숙하지만, 정작 이것이 없다면 우리가 성전에서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는 금세 생동감을 잃고 시들어질 것입니다.

 

이처럼 교회 음악은 신앙 공동체를 이루는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안에 있으며, 이는 실제로 수천 년 동안 이어 온 가톨릭 교회의 역사와 함께한 사랑스러운 친구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교회 음악에 관심을 두고 이를 연구하여 가톨릭 전례를 더욱 풍요롭게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오늘은 이탈리아의 오페라 도시 베로나에서 교회 음악을 연구하고 계신 조은영 실비아 자매님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자매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어떤 공부를 하셨고, 현재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안녕하세요. 일단 저를 소개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신 신부님께 감사드리며 독자분들께도 고개 숙여 인사드립니다. 저는 로마 교황청 성음악 대학에서 그레고리오 성가를 전공한 교회 음악가 조은영 실비아입니다. 그레고리오 성가와 함께 성악, 바로크 성악, 쳄발로를 전공하였고요. 현재 베로나 주교좌 성당에서 주일에 라틴어-그레고리오 성가 미사 담당 오르가니스트, 카펠라(성가대) 솔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베로나 국립 음악대학에서 합창 지휘를 도전하고 있어요.

 

교회 음악이라는 과목은 어떻게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교회 음악을 가톨릭 교회 음악 역사와 여러 종교 및 특히 개신교 교회 음악 역사를 구분하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서양 음악사 기록의 시작도 가톨릭 교회 음악과 함께 출발했습니다. 교회 음악, 즉 가톨릭 교회 음악은 전례 안에서 불리는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를 올리는 장소에 모인 이들이 함께 노래하며, 더불어 오르간이라는 악기를 통해 시작된 가톨릭 교회 음악 역사입니다. 이렇게 역사의 흐름에 따라 전례에서 발전되어 형성된 음악의 형태를 기록한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현재 CCM이라 불리는 동시대 성가들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형식을 말합니다.

 

교회 음악을 공부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시작은 우연이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하느님의 이끄심이었다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고 싶네요. 저의 꿈은 성악가였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이탈리아에서 성악을 공부하고 싶어서 이틀 동안 금식하며 부모님의 허락을 받았어요. 그 후 이탈리아 페루지아라는 도시에서 언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로마 교황청 성음악 대학에 성악과가 있는 줄 알고 무작정 입학 준비를 시작했고, 우여곡절 끝에 입학했습니다. 그러나 그 학교에는 성악과가 없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결국 로마 산타 체칠리아 국립 음악원 성악과에 입학하며 두 학교에서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두 학교에서 수업을 병행하는 게 제 역량으로는 무리였어요. 결국 교황청 성음악 대학에서 그레고리오 성가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베로나에서 활동하고 계신데요. 혹시 그곳에서 체험했던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어느 해, 주일 미사 전례에서 성가를 이끌어야 했습니다. 때마침 환절기라 코감기와 목감기로 고생하며 가까스로 성가를 부르고 미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때 한 신자분이 다가와 당신이 메고 계시던 스카프를 풀러 제 목에 둘러 주시면서 감기 빨리 나으세요.”라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그 순간 울컥해 눈물이 났고, ‘, 참 따뜻한 분이시다.’ 하는 감동이 오래 남아 있습니다.

 

한국 교회의 교회 음악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되면 좋을지요?

솔직히 매우 조심스럽고 답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한국 교회 음악에 대해 배워야 할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귀국 후에 인천가톨릭신학교에서 전례음악 수업을 맡으며, 수업에 참관한 신학생, 수사님, 수녀님들을 통해 많이 배웠습니다. 한국에서 미사(주일, 어린이, 청소년, 청년) 참례 후 들었던 강렬한 생각은 많은 사목자들이 전례 음악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시고, 음악 그 자체보다 말씀(성경)의 영성을 담은 성가를 이끌어 주시면 좋겠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전례음악 사목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신학교에서 전례 음악 교육이 우선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간절히 전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미사 중에 성가로 마음의 위로를 받는 신자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매 순간 전례 음악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준비하여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그 길을 잘 걸어갈 수 있도록 독자분들께서도 응원과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에 응해 주신 조은영 자매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2차 바티칸 공의회의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에서는 성음악을 성대한 전례의 필요하고도 불가결한 구성 요소로 정의하고 있습니다(6112항 참조). 또 로마 미사 경본에는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Ubi caritas est vera, Deus ibi est(참사랑이 있는 곳에 하느님 계시네)”

이 글을 읽는 교우 여러분도 성음악이 우리에게 주는 고마운 은총의 선물을 항상 기억하며, 기쁜 마음으로 주님을 정성껏 찬미하셨으면 좋겠습니다.

 

Profile
인천교구 사제. 현재 로마에서 성경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성경에 담긴 메시지를 연구하는 것이 제 주된 일이지만, 그것을 넘어 교회 안에는 세속에서 찾을 수 없는 사랑과 배려가 존재한다는 것을 가능한, 많은 이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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