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도, 완치도 바라지 않은 채 나는 그저 그분께 나를 맡겼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나를 온전히 맡기니 문득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말이 떠올랐다.
“모든 것을 받으려면 아무것도 갖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하면 그분께서 모든 것을 내어 주실 것입니다.”
─ 베르나데트 모리오, 《기적은 존재한다》, 37쪽
베르나데트 모리오는 프랑스 예수 성심 프란치스코 수녀회 소속 수녀입니다. 오늘 소개할 《기적은 존재한다》를 쓴 작가이기도 하지요. 이 책은 정말 놀랍습니다. 저자가 오랜 시간 병으로 고통받던 중 루르드 성지 순례를 떠나 치유를 얻고, 또 그 ‘기적’을 교회에서 공식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루르드를 방문한 적 없는 사람이라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 가득합니다. 또한 몸이 아파 치유 기적을 소망하거나, 코로나 시기를 보내며 해외 성지 순례를 꿈꾼 이들이라면 누구나 감동하며 읽을 만한 책이겠다고 생각합니다.
1858, 기적의 시작
이 책의 주요 무대는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 ‘루르드’입니다. 이곳은 1858년에성모님이 베르나데트 성녀에게 나타나신 이후 전 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성모 발현 성지로 거듭났습니다. 특히 이때 만들어진 샘물에 놀라운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바로 이 샘물을 마시거나 온몸을 담글 수 있는 침수장에서 몸을 씻은 후 병이 나았다는 사례가 아주 많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2008, 루르드에서 일어난 일
모리오 수녀는 30세부터 40년 넘게 크나큰 통증을 느끼며 살았습니다.그러다 2008년, 우연한 기회에 루르드 순례에 참여하지요. 이때 침수장에서 몸을 깨끗하게 씻어 내고, 성체 강복 때 하느님의 사랑으로 타오르는 체험을 하며 무언가 달라진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루르드에서 돌아온 지 3일째 되는 날, 완전한 치유를 경험합니다. 한순간에 온몸을 감싸던 보조기를 던져 버린 것입니다.
70번째 기적
그러나 이 치유가 공식적으로 인정받기까지는 10년이 걸렸습니다. 교회가 기적을 증명하는일에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취하기 때문이지요. 그리하여 모리오 수녀가 겪은 일은 2018년에서야 루르드의 70번째 기적으로 인정받습니다(성모님이 발현하시고 루르드 의료국이 세워진 이후, 약 135년간 ‘설명되지 않는 치유’ 건은 무려 7,400여 건이나 접수되었다고 합니다).
《기적은 존재한다》는 ‘기적’에 관한 내용을 다루지만, 기적 체험을 유별난 사건처럼 묘사하지는 않습니다. 모리오 수녀에게 기적이 일어나는 과정과 교회 안에서 기적을 인정받기까지의 일화를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느낌으로 담백하게 소개하기 때문에 누구나 충분히 기적을 체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합니다. 그 안에서 저자가 체험한 은총을 많은 이들에게 나누려는 의지가 느껴질 뿐입니다.
책을 만드는 사람의 시선에서 이 책을 더 눈여겨본 것은 이야기를 나눈 짜임새 때문이었습니다. 이 책은 1장에서 바로 모리오 수녀에게 일어난 기적을 소개하며 독자들의 눈길을 완전히 사로잡습니다. 그리고 그 자세한내막이 궁금해지는 호기심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2장을 통해 저자의 어린 시절과 병을 얻게 된 사연 등을 알려 주며 그가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 보여 줍니다. 3장에서는 다시 시점을 이동해 1장 이후의 이야기를안내하지요. 이렇게 독자가 흥미를 느끼고 그 몰입감을 뒤 페이지까지 이어가도록 재미있게 흐름을 정리한 점이 돋보였습니다.
기적이란 무엇일까요? 누구나 눈에 보이는 기적을 꿈꾸겠지만, 사실 지금 우리가 숨 쉬며 살아 있다는 일 자체가 엄청난 기적입니다. 그저 이 사실을 자주 잊어버릴 뿐이지요. 모리오 수녀는 이 책을 통해 기적은 ‘신이세상에 개입했다는 명확한 징표’라고 상기시켜 줍니다. 그런 면에서 ‘기적’이 존재한다는 사실, 주님께서 우리를 늘 바라보고 계신다는 그 믿음 하나를 품고 살면 예수님이 내 안에 찾아오시어 사랑과 기쁨을 담뿍 채워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그 사랑의 손길을 느끼며 살 때, 그곳이 어디든 하느님을 만나고기적을 체험하는 또 다른 루르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by. 효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