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종종 이렇게 생각합니다. “누군가 죽음에서 돌아와 경고해 준다면, 나도 바로 회개할 텐데…….”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기적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말씀이 우리를 살린다고. 오늘 복음은 우리 마음을 붙잡고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그 말씀에 귀 기울이고 있습니까?” 박진수 신부님의 주일 강론을 소개합니다. |
오늘 복음은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입니다. 호화롭게 살던 부자는 자신의 집 앞에서 구걸하던 거지 라자로를 무시하며 자신만 즐겁게 살았습니다. 타인과 나누거나 베풀지 않던 부자는 죽은 이후, 불길 속에서 고초를 겪게 됩니다. 그와 달리 라자로는 아브라함의 곁에 머물러 있습니다. 부자는 아브라함에게 라자로를 이승에 있는 자신의 형제들에게 보내 달라고 청합니다. 왜냐하면 라자로가 다시 돌아가 형제들에게 경고한다면, 그들만큼은 회개하여 자신처럼 영원한 고통의 벌에서 구원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요청을 거절하면서 아브라함이 말합니다.
“그들이 모세와 예언자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누가 다시 살아나도 믿지 않을 것이다.”(루카 9,31)
마지막 구절의 이 말씀은 우리들의 믿음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합니다. 얼핏 생각하면 비유에 나오는 부자가 그랬듯이, 죽은 이들 가운데 다시 살아나는 기적을 체험해야 완고한 마음을 버리고 회개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복음서는 모세와 예언서, 즉 하느님으로부터 전해진 성경의 말씀을 믿지 않으면 그 어떠한 기적을 본다고 해도 회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놀라운 기적에 대한 환상
신기한 기적이 일어난다면 회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과연 비유 속 부자만의 생각일까요?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러한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겁니다. 기도가 잘 되지 않는 듯이 느껴질 때면, 신앙생활이 무의해진 것 같을 때면, 혹은 믿음에 의심이 생길 때면 ‘놀라운 기적’이 한 번만이라도 눈앞에서 펼쳐지기를 바랐던 적이 있지 않으신가요? 우리는 기적을 통해 신앙생활이 유의미해지고, 믿음이 확고해지며 기도가 잘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요?
물론 기적은 하느님의 활동을 드러내는 표징으로 신앙을 성장시키는 데 어느 정도는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신기한 체험 때문에 생겨난 신앙은 또 다른 체험들만을 요구하게 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하느님 혹은 예수님과 깊은 인격적인 만남을 통해 성장해야 하는 믿음은 그 본질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오늘 복음은 기적이 아닌, ‘모세와 예언자들의 말씀’, 즉 성경 말씀에 귀 기울이며 예수님과 하느님을 체험하고 회개하는 것이 신앙의 핵심임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이 박해받았던 순교자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순교자들이야말로 복음이 가르치는 내용을 충실히 살아갔던 이들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 신앙의 선조들인 순교자들은 어떠한 기적이나 신기한 체험을 통해 신앙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성경의 가르침을 배우며 그것을 통해 삶을 돌아보고 그 안에서 힘을 얻은 분들입니다.
예를 들어,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께서는 순교 직전 옥중에서 여러 편지를 남기셨습니다. 신부님께서 쓰신 마지막 편지(1846년 8월 26일에 작성)를 보면, 성경의 내용들을 바탕으로 하여 신자들이 예수님의 고난에 기쁘게 참여하도록 격려하고 그것을 통해서 영원한 생명에 이르기를 가르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도 그러한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오늘 복음이 말하는 것처럼, 회개하고 하느님을 따름에 있어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기적의 체험이 아니라, 성경의 가르침과 예수님의 말씀을 지키고 행하는 것입니다. 성경이 알려 주는 대로 그리고 예수님이 보여 주시고 가르치신 대로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며 살아간다면, 그 삶은 하느님이 주시는 행복과 기쁨으로 가득할 것입니다. 이러한 삶이야말로 소중한 기적의 체험이며 우리를 참되고 깊은 신앙으로 이끌어 줍니다.
🌸 오늘의 묵상 포인트
나는 성경 말씀을 통해 힘과 용기를 얻고 있나요?
하느님을 따르기 위해서는 성경의 가르침과 멀리 떨어져서는 안 됩니다. 성경 말씀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하느님께서 주시는 행복과 기쁨을 충만히 누릴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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