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오늘, 하느님을 위해 무엇을 선택하겠습니까?”

성경 이야기

“당신은 오늘, 하느님을 위해 무엇을 선택하겠습니까?”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 겨자씨 같은 믿음

2025. 0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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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앞세계 각국의 순례자들을 맞이하는 한 분이 있습니다전통 도포와 갓 차림에 두 팔을 벌린 모습바로 조선 땅의 첫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입니다그분의 곁에는우리 조국에 사제를 모시기 위해 평생을 바친 성 정하상 바오로의 발자취가 겹쳐집니다박해와 죽음 앞에서도 복음을 선택한 그들의 용기는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을 맞이한 우리에게도 묻습니다. “당신은 오늘하느님을 위해 무엇을 선택하겠습니까?” 오늘은 박진수 신부님의 주일 강론을 소개합니다.

 


 

2023916, 로마 바티칸에서는 한국 천주교회에 뜻깊은 작은 행사가 열렸습니다. 바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1821-1846) 성상 축복식입니다.

 

김대건 신부님 성상이 성 베드로 대성전에 첫 번째로 세워진 아시아 성인의 성상인 만큼, 한국인 사제로서 정말 감격스러운 일로 느껴졌습니다. 한국 첫 번째 방인 사제로서 한국 천주교회의 큰 초석이 되어 주신 김대건 신부님께서 바티칸 성당 입구 외벽 한쪽에서 두 팔을 벌린 채로 세계 모든 신자들을 환영해 주시고, 바티칸을 찾아오는 많은 이들을 하느님 사랑 안으로 이끄시게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 전통 복장인 도포를 입고 갓을 쓰고 계신 외적인 모습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낯설음은 오히려 예수님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진 전 세계 보편 교회의 위대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습니다.

 

로마 유학 시절, 우정을 나눈 외국 신부들이 종종 김대건 신부님은 어떤 분이셨는지 물어봤습니다. 성무일도에는 김대건 신부님과 동료 순교자들을 기억하는 날이 있는데, 마침 한국인인 저를 만나게 되었으니 김대건 신부님에 대한 호기심을 풀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김대건 신부님께서는 15, 어린 나이에 마카오로 건너가 신학을 배우고 25세에 사제 서품을 받았어. 당시 조선은 당시 천주교를 박해하고 있었고, 신부님께서는 사제 서품을 받고 조선으로 돌아온 지 일 년 만에 붙잡히셨어. 임금은 프랑스어와 라틴어 같은 서양 언어에 능통하고 국제 정세에 밝았던 신부님의 능력을 안타까워해서 부와 명예를 약속하면서 성인을 회유하려 노력했어. 하지만 신부님께서는 그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예수님에 대해 더욱 굳은 믿음을 보이셨어.”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는 외국 신부들은 김대건 신부님께서 보여주신 용기와 열정에 놀랍니다. 하지만 저 역시 신부님께서 보여 주신 삶에 다시금 감동받습니다. 그리고 신부님의 피와 땀으로 세워진 이 교회가 그 뜻을 잘 이어질 수 있도록 저부터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도 하게 됩니다.

 

김대건 신부님에 대한 고마움을 생각할 때면, 오늘 함께 기억하는 정하상 바오로 성인도 같이 떠올리게 됩니다. 왜냐하면 김대건 신부님이 최초의 방인 사제가 되기까지 가장 큰 역할을 하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조선에 입국한 첫 번째 외국인 선교사인 주문모 신부가 1801년 신유박해 때 순교한 이후에, 조선에는 성직자가 없었습니다. 올바른 신앙생활을 위해 성직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깨달은 정하상은 역관 유진길 등과 함께 조선에 성직자를 모셔 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습니다. 그들은 교황청에 직접 편지를 보내 성직자 파견을 요청하였고, 그 결과 파리 외방 전교회 소속인 모방 신부와 샤스탕 신부가 조선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에 만족하지 않고, 후손들이 더욱 안정적인 영성 생활을 위해서는 조선인 출신 사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정하상은 모방 신부 등과 상의하여 세 명의 소년을 신학생으로 선발하여 마카오로 유학을 보냅니다. 그중에서 최방제 프란치스코는 유학 중에 병으로 세상을 일찍 떠났고, 최양업 토마스는 조선인 출신의 두 번째 신부가 되었으며, 김대건 안드레아가 첫 번째 신부가 되었던 것입니다.

 

평신도들의 서학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되었던 조선 천주교회가 방인 신부를 갖게 되기까지는 이렇게 자신의 온 생애를 하느님께 봉헌한 정하상 바오로 같은 성인들의 헌신과 노고가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루카 9,24)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기억하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은 그러한 삶을 살아가셨던 분들일 것입니다. 지상에서의 삶을 넘어 천상에서의 구원을 바라고 희망하는 것. 우리도 신앙의 선조들을 본받아 영원한 천상 행복을 희망하며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 오늘의 묵상 포인트

 

오늘의 나는 신앙을 포기하게 만드는 유혹 앞에서 어떻게 서 있나요?

김대건 신부님은 부와 명예에 대한 약속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신앙을 지키셨습니다. 오늘의 나는 수많은 유혹 앞에서 신앙을 어떻게 지키고 있는지 묵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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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서울대교구 사제. 로마에서 성서 신학을 전공했고, 현재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에서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평화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참된 평화를 전하며 살아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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