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 우리 각자에게 주어지는 ‘자기 대면’의 초대입니다.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진리와 사랑을 위해 스스로를 내어놓을 용기를 다시금 되새겨 봅니다. 오늘은 박진수 신부님의 주일 강론을 소개합니다. |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요한 3,14)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모세가 구리 뱀을 들어 올렸던 것처럼 당신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에 앞서 모세오경 이야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집트 탈출 후 백성들은 부족한 양식과 물 때문에 모세에게 불평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하느님께서는 이집트 종살이에서 해방된 것도 잊어버린 채 눈앞의 어려움 때문에 당신께 등을 돌린 이스라엘 백성들을 벌하시기 위해 불 뱀들을 보내셨고, 많은 백성들이 죽게 됩니다. 백성들은 다시 기도하기 시작했고,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구리 뱀을 만들어 기둥 위에 매달아 놓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불 뱀에게 물렸을 때, 구리 뱀을 쳐다본 이들은 나았습니다(민수 21,4-9 참조).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불 뱀은 하느님이 행하신 심판을 의미합니다. 이스라엘이 하느님께 불충실함으로써 지은 죄에 대한 결과이기 때문이지요. 이와 달리, 구리 뱀은 구원을 가리키는데, 주목할 부분은 구원을 얻게 되는 방법입니다.
“누구든지 그것(구리 뱀)을 보면 살게 될 것이다.”(민수 21,8)
구리 뱀을 바라본다는 것은 자신들이 지은 죄를 마주한다는 것을 뜻할 수 있습니다. 즉 자신들이 지은 죄와 그로 인한 벌을 용기 있게 바라봄으로써 그것을 극복하고 치유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십자가와 자기 대면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 대면self-confronataion’과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자기 대면은, 자신이 겪었던 고통이나 자신이 행했던 죄를 외면하지 않고 정직하게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럴 수 있을 때, 내가 그때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등을 깊이 돌아보면서 치유와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그것은 구원을 향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우리가 십자가를 바라보며 얻게 되는 은총과도 닿아 있습니다. 우리는 집에서 혹은 성당에서 십자가를 종종 바라봅니다. 그럴 때마다 여러분은 어떠한 생각을 하시는지요? 이천 년 전 과거에 저 멀리 이스라엘 땅에서 일어났던 사건으로만 느껴지시나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매달린 모습으로 우리 곁에 계신 이유는 우리가 그것을 단지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으로만 기억하도록 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마치 구약의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자신들의 죄를 용기 있게 마주함으로써 치유될 수 있도록 구리 뱀을 들어 올리게 하신 것처럼, 우리도 우리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매달려 올려지신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각자가 지은 죄와 나약함을 마주하고 구원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오늘 복음의 마지막 구절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요한 3,17)
마지막으로,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서 겪으셔야 했던 ‘십자가에 들어 올려짐’은 우리도 예수님처럼 십자가 위에 들어 올려져야 한다는 초대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랑을 위해, 진리를 위해, 그리고 이웃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어놓으셨고 들어 올려지셨습니다. 우리들은 예수님을 따르는 그분의 제자들입니다. 결코 쉬운 길은 아니겠지만, 십자가에 매달려 계신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우리도 사랑을 향해, 진리를 향해, 그리고 이웃을 향해 우리 자신을 내어놓을 수 있는 용기를 조금씩 더 낼 수 있기를 바라 봅니다.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을 지내는 오늘, 십자가 죽음과 들어 올려짐을 통해 예수님께서 보여 주신 희생과 사랑에 감사드리며, 우리도 예수님의 구원 사업에 기꺼이 동참할 수 있는 은총을 청했으면 좋겠습니다.
🌸 오늘의 묵상 포인트
나는 십자가를 바라볼 때 무엇을 느끼나요?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은 과거의 사건이 아닙니다. 우리는 십자가를 바라보며 각자의 죄와 상처를 성찰하는 것만으로도 은총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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