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루카 10,27)

성경 이야기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루카 10,27)

2025년 7월 13일 연중 제15주일

2025. 07. 11
읽음 62

 

대학원 조교 시절 내가 모시던 교수님은 시각 장애인이었다. 한번은 병원에서 초청한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강의에 교수님을 모시고 갔다. 교수님은 질문을 던졌다. “어머니, 만약 돈 1억 원을 누구에게 맡기고 외국을 1년쯤 다녀와야 한다면 누구에게 맡기시겠어요?” “, 중학교 때부터 단짝이었던 친구에게요.” 교수님은 그 말에 왜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친구에게 맡기시려고 하세요?” 하고 되물었다. “그 친구는 떼먹지 않을 것 같아서요.” 강의장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웃음이 잦아든 뒤, 교수님이 말했다.

 

그러게요. 그 친구는 떼먹지도 않고, 적게 받았다고도 하지 않고 그대로 돌려주지 않을까요. 하느님이 지금 장애를 가진 아이를 세상 누구에게 맡길까 고민하신다면 누구에게 맡기려고 하실까요. 저 사람은 특별한 사랑이 필요한 아이를 학대할 것 같고, 또 저 사람은 입양 보낼 것 같고.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특별한 사랑을 줄 사람을 선택하셔서 여러분에게 여러분의 아이를 맡기신 게 아닐까요?”

 

침묵이 흐른 뒤 강의장은 울음바다가 되었다. 교수님의 질문 하나가 장애 자녀와 자신을 보는 눈을 바꾸는 기적을 만들었다. 우리는 하느님이 선택한 부모다. 하느님의 선택이 옳으시도록 자녀를 키워야겠다는 마음이 부모들의 마음에 스며드는 순간이었다.”

─ 이서원, 《그 말이 듣고 싶었어》, 163-164

 

이서원 작가가 쓴 책의 일부입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율법 교사 역시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분께 무언가를 배우거나 청하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이 잘 아는 것으로 예수님을 시험하고 자신의 정당함을 드러내려고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율법 교사는 율법이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가기 위한 길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통적인 율법의 틀을 허무는 예수님의 모습에 맞서 율법 교사는 그러면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라고 묻습니다. 그 물음에 예수님께서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이야기를 율법 교사에게 들려주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비유 이야기를 마치시며 강도를 만나 초주검이 된 어떤 이에게 이웃이 되어 준 이는 누구냐?”라고 되물으셨습니다.

 

율법 교사는 그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이웃이 정해지면 그 이웃을 사랑하겠다는 율법주의에 갇힌 율법 교사에게, 예수님은 사고의 폭을 넓히도록 이끌어 주신 것입니다. 결국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 율법을 주셨다면, 그것은 편협하고 고정관념에 갇힌 생각으로 실천하라는 의미가 아님을 예수님은 일깨워 주십니다. ,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을 통해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지 우리에게도 알려 주셨습니다. 하느님의 선택이 옳으셨음을 증명하듯, 우리는 이웃을 미리 정해 놓지 않아야 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기꺼이 이웃이 되어 주기 위해, 우리에게 전해진 사랑과 자비, 생명의 말씀을 기억해야겠습니다.

 

 

 

Profile
인천교구 사제. 역사신학을 전공했고, 현재 시흥 은계성당에서 사목하고 있습니다. '미움으로 살지 않고 선한 마음으로 말씀 살아내기'라는 좌우명을 지키며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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