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생각은 어떤가.”
“놀랍네. 자네에게 이런 재능이 있었구먼.”
“아냐, 다 성령께서 함께해 주신 덕분이네.”
그는 자신이 받은 사랑을 한순간도 잊지 않은 모양이다.
- 니코데모
- 왕실 관리
- 베타니아의 마리아
- 아리마태아 요셉
- 마리아 막달레나
- 태생 소경
- 필립보
- 토마스
- 사마리아 여인
그는 자신의 이야기뿐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모두 나에게 들려주었다.
글로 적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글을 읽지 않았다.
조곤조곤 몇 시간에 걸쳐 그들의 이야기를, 마치 직접 글을 읽듯 자연스럽게 들려주었다.
시간이 몇 초처럼 흘러가 버렸다.
그분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모을 수 있었을까.
“이제는 어떻게 할 계획인가? 바로 제자들에게 필사를 맡길 건가?”
“아니야.”
“왜? 너무 좋은데…….”
“자네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네만,”
잠시 그는 무엇인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윽고 말을 이었다.
“일단 몇몇 친구들에게만 이야기로 들려줄 예정이네.”
“그게 무슨 뜻이지? 더 많은 사람에게 이야기를 나누려고 시작한 일 아니었나?”
“맞네.”
그는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아직 글이 충분히 영글지 않아서 말이지. 두서도 없고.”
“그렇게 생각하나?”
“내가 글을 쓰던 사람이 아니지 않나. 자네처럼.”
나는 갑자기 설렘과 아련함이 뒤섞인 울림을 느꼈다.
“그래서 말인데, 주님께서 먼 훗날 나를 부르실 무렵, 나와 함께한 친구들(나는 이들을 제자들이라 부르고 싶지 않네)에게 그때 초안을 건넬 예정이네. 그들은 이후 더 깊이 토론하고 다듬어서 후대에 더 완벽한 복음서를 마련할 것이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예수님을 뵙지 못한 이들의 체험도 같이 녹아들겠지.”
“너무 아쉽지 않나. 자네가 살아생전 그 소중한 보물이 쓰이는 것을 못 본다면 말이야.”
“하하, 마태오. 무엇이 아쉽겠나. 나는 아무것도 아니네. 그분만 더 온전히 드러나면 그게 더 좋은 일 아니겠나. 나는 살아 있는 동안에도 계속 그분을 이야기할 것이고, 그분께 건너간 뒤에는 다시 그분 품에서 직접 그 광경을 보게 될 텐데. 그게 더 행복할 것이네.”
나는 웃음으로 그에게 화답했다.
창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내가 세리 시절부터 사용하던 펜이 햇살에 비추어 밝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그분을 만난 뒤로 내가 썼던 장부를 모두 찢어 불태웠지만,
장부를 쓰는 데 사용하던 저 펜만큼은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버지께서 나에게 물려주신 몇 안 되는 유산이었기 때문이다.
“저 펜을 다시 사용하고픈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크게 하고 말았다.
내 말을 들은 그는 나에게 힘을 북돋아 주었다.
“부럽구먼. 자네를 두 번이나 부르시다니.”
나는 먼지가 쌓인 펜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와 함께 밝은 거리로 나섰다.
* 끝.
‘주님을 만난 이들: 요한 복음 속 이야기’ 시리즈를 사랑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오랜 시간 정성껏 연재를 이어 오신 이인섭 아우구스티노 신부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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