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손가락이 닿은 자리

성경 이야기

그 손가락이 닿은 자리

그가 그분을 만난 뒤로 - 열정과 의심 사이에 선 토마스 사도(에필로그)

 

🌗 열정과 의심 사이에 선 토마스 사도(1), (2) 내용을 바탕으로 한 에필로그로,

      전편을 읽고 오시면 내용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전편 읽기

 


 

나는 무거운 정적을 깨려는 마음에 먼저 말을 건넸다.

 

필립보는 오히려 당신이 부럽다고 하던데요.”

아닙니다. 저는 그가 부럽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기까지 왜 그토록 많은 요청을 해야 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상할 대로 상한 자존심이 그를 붙들고 있었다.

 

저는 마지막 그 한마디를 그분께 건네기는 했어도, 사람들 앞에서 의심을 드러낸 사람이에요. 필립보는 다르죠. 마음은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그는 확신이 없었는데도 사람들을 예수님께 인도했잖아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는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어쩌면 그 한마디의 무게가 당신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면요?”

 

그는 놀란 듯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토마스를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의 이야기만큼은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가 최대한 싫증을 느끼지 않도록 조심하며 그에게 계속 시간을 내달라고 청할 수밖에 없었다.

 

왜 제 이야기를 기록하시려는 건지 모르겠네요. 저는 자격이 없어요.”

자격을 묻는 것이 아닙니다.”

……

당신이 그 고백을 할 수 있었던 힘을 나누어 주세요, 제가 아닌, 미래의 그분의 제자들을 위해서요.”

미래의 제자들이요?”

.”

 

나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주님을 눈으로 뵙지 못할 그 사람들을 위해서요.”

 


 

 어느덧 그의 눈꺼풀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가 무릎 꿇고 그분께 건넨 마지막 말에 왜 삶의 무게가 담겨 있다고 생각했을까, 그때 나는 분명 덤덤했는데…….

 

침묵이 한참 동안 내려앉았다.

 

이번에는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는 처음부터 의심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습니다…….”

 

그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

 

그분을 처음 만난 뒤로, 그분께서 하시는 말씀, 그분께서 행하신 일들, 모두 제 눈으로 봤습니다. 그분이라면 제 삶을 바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신은 우리들 가운데에서도 정말 용기 있는 사람이었죠. 사실…….”

 

그는 중간에 내 말을 막으려는 듯 서둘러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제 마음이 식기 시작했어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름 모를 권태인지, 아니면 놀라움도 일상이 된 나머지 무덤덤해진 것인지…….”

그분께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들어가실 때, 그 소란스러운 군중 가운데에서도 당신은 침착했죠. 저는 그때 속으로 많이 놀랐는데 그게 그 때문이었군요.”

, 저는 그저 그들을 바라만 봤어요……. 바라만 봤어요.”

……

그렇게 며칠이 지났어요. 말없이 한참을 지냈어요. 더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할 의욕도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로 예수님께 건넨 말 중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요?”

만찬 때였던 것 같습니다. 평소와 달리 긴 말씀을 저희에게 나누어주셔서 잊을 수가 없어요. 제가 이해하기엔 너무 어려운 말씀이었어요. 당신은 이제 곧 아버지께 가신다고, 너희는 그 길을 알고 있다고 하시길래, 솔직히 여쭤봤죠. 그 길이 어디냐고요. 저는 정말 몰랐거든요.”

사랑하지 않으면 길을 물을 이유도 없죠.”

 


 

당신의 소중한 이야기가 길이 될 수 있어요.”

길이 될 수 있다고요?”

. 당신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두고 저희에게 한 말, 기억나요?”

부끄럽습니다.”

저는 반대로 들었습니다. 그분의 상처를 보고 그분을 믿고 싶다고요. 그것이 진심이었잖아요.”

……

이제는 당신이 다른 사람의 상처가 되어 주세요. 그들의 손가락이 되어 주시고요.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당신은. 그분을 하느님으로 고백하셨잖아요. 그 상처를 보고도…….”

……

 


 

그는 감정이 북받쳤는지 양해를 구하고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그는 평소에 절대 눈물을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의 떨리는 눈에서 그분의 아픔을 볼 수 있었다.

 

그가 그토록 보기를 원했던 것은 결국 그분의 상처였지만,

어쩌면 그 상처를 자기 것으로 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무뎌진 자신을 탓하며 평생 스스로 견뎌낸 그 상처,

사랑하는 그분을 그리워하면서도 자신을 용서하지 못해 스스로 낸 그 상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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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인천교구 사제. 현재 로마에서 성경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성경에 담긴 메시지를 연구하는 것이 제 주된 일이지만, 그것을 넘어 교회 안에는 세속에서 찾을 수 없는 사랑과 배려가 존재한다는 것을 가능한, 많은 이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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