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 아쿠티스②│신발은 한 켤레, 사랑은 한가득

신학 칼럼

카를로 아쿠티스②│신발은 한 켤레, 사랑은 한가득

가진 것을 덜어 내고 사랑을 더했던 소년, 카를로 아쿠티스

2026. 09. 14
읽음 174

7

4

🤍 평범한 일상에서 이웃을 먼저 생각하고 사랑을 실천했던 카를로 아쿠티스. 고통 속에서도 자신보다 더 아픈 이들을 기억하며 늘 그렇듯 좋습니다.”라고 말했던 그의 온유함과 평온함을 만나 봅니다.

 


 

짧은 인생, 소박한 하루

 

카를로 아쿠티스의 세상에서의 여정은 너무도 짧았습니다. 가족들은 물론 많은 이들이 그의 이른 죽음을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그의 삶이 짧았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짧은 생애 동안에도 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되었고, 또래들과는 다른 신앙과 삶의 모습으로 깊은 감동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삶이 짧았던 것이, 어쩌면 하느님께서 카를로 아쿠티스 성인을 조금 더 일찍 당신 곁으로 부르셨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성인은 언제나 검소하고 겸손한 삶을 살았습니다. 여느 아이들과 달리 유행이나 패션에 큰 관심이 없었으며, 옷차림 또한 늘 수수했습니다. 신발도 한 켤레면 충분하다고 여겼고, 그것이 완전히 닳을 때까지 새것으로 바꾸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한 새 신발을 살 돈으로 어려운 이들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성인의 본당 신부였던 지안프랑코 포마 신부님에 따르면, 카를로 아쿠티스 성인은 자신을 드러내거나 특별하게 보이려 하지 않았으며, 우월감을 내세우는 일도 없었습니다. 풍족한 가정에서 자랐음에도 언제나 소박하게 살며 평범하고 복음적인 일상을 살았다고 합니다.

 


 

사람을 보면 그리스도가 보였다

 

카를로 아쿠티스 성인은 언제나 약자의 편에 서고자 노력했으며,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먼저 다가갔습니다. 더 나아가 가난하고 병든 이들, 특히 고통받는 이들을 향한 사랑과 헌신에도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성인의 어린 시절 유모였던 베아타는 카를로 아쿠티스가 거리의 노숙자들에게 다가가 따뜻한 말을 건네고 담요나 침낭을 전해 주곤 했다고 증언합니다. 마치 그들 안에 살아 계신 그리스도의 현존을 발견한 사람처럼 말입니다.

 

성인의 이러한 모습은 자연스럽게 마태오 복음의 말씀을 떠올리게 합니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마태 25,35)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사랑을 전하고자 했던 성인의 모습, 그 작은 이들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을 만나고자 했던 삶의 모습으로 여겨집니다.

 

이처럼 카를로 아쿠티스 성인은 언제나 이웃을 배려하며 그들을 삶의 중심에 두고 살아갔습니다. 병환 중에는 다리와 팔이 부종으로 심하게 부어 있었고 체액이 차 있었습니다. 백혈병으로 큰 고통을 겪는 가운데에서도 그 고통을 호소하거나 불평하기보다는, 자신을 위해 헌신하는 이들을 배려하고자 늘 노력했습니다. 어느 날에는 CT 촬영을 마친 뒤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어 하지 않아 스스로 들것에서 침대로 옮겨 가려고 했습니다. 당직 의사가 CT 촬영 후 병실로 돌아온 성인에게 다시 인공호흡기를 씌우며 괜찮은지 묻자, 성인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저보다 훨씬 더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어요.”

 


 

아픈 건 나인데, 걱정하는 건 다른 사람이었다

 

성인이 앓았던 유형의 백혈병은 매우 극심한 고통을 동반하는 병이었지만, 성인은 이를 전혀 내색하지 않은 채 그 순간에도 자신보다 더 큰 고통을 겪는 이들을 기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어린 소년이었음에도 고통 속에서 온유함을 잃지 않았던 성인의 모습은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감탄을 넘어 경이로움마저 안겨 주었을 듯합니다.

 

한 간호사의 증언에 따르면, “기분이 어떠세요?”라는 질문에 성인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늘 그렇듯 좋습니다.”

 

그리고 30분 후, 성인은 혼수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혼수상태에 이르기 전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감히 헤아릴 수 없지만, 성인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자기 죽음을 준비한 듯합니다.

 


 

마지막까지, “늘 그렇듯 좋습니다.”

 

과연 누가 혼수상태에 빠지기 불과 30분 전, “늘 그렇듯 좋습니다.”라는 평소와 다름없는 말을 남길 수 있을까요. 성인이 직접 말한 바는 없기에 그 마음을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 주님께서 자신을 부르고 계심을 느끼고, 그 부르심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마지막을 준비해 왔기에 이러한 고통 속에서도 평온함을 잃지 않을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백혈병 진단을 받은 그 순간부터 성인의 온유함과 평온함은 이미 마지막을 향해 준비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카를로 아쿠티스 성인은 오직 주님을 중심에 두고 살아가며 삶의 모든 순간에 그리스도를 닮고자 노력했습니다. 특히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기억하며 그들에게 사랑을 전하고자 힘썼습니다. 그렇기에 카를로 아쿠티스 성인의 삶은 단순히 주님의 사랑을 실천한 삶으로만 기억되기보다, 그리스도를 닮고자 했던 삶, 나아가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삶을 몸소 살아 내고자 했던 삶으로 기억되어야 하겠습니다.

 


 

▼ 참고

1) 안토니아 살차노 아쿠티스, 《내 아들 카를로 아쿠티스의 비밀》, 2021.

 


 

*이어지는 세 번째 글은 다음 주에 공개됩니다.

 


 

🌿 평범한 하루, 특별한 신앙

 

<평범해서 더 특별한 성인, 카를로 아쿠티스>는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일상에서 하느님을 사랑하며 살아간 카를로 아쿠티스의 삶과 신앙을 만나는 연재입니다.
심용일 비오 신부님과 함께 평범한 하루하루를 특별한 사랑으로 채워 간 카를로의 삶을 만나 봅니다.

 


 

🔗 함께 읽으면 더 좋은 아티클

 

 
 
 
Profile
수원교구 사제. 청소년 사목신학을 공부하며 청소년과 가정, 교회 공동체가 함께 성장하는 길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청소년을 교회의 미래에만 머무는 존재가 아니라, 오늘의 교회를 함께 이루어 가는 소중한 구성원으로 바라보며 그들의 삶과 신앙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다른 분들이 함께 본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