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특집① like JENNIE 신부님이 춤을 추는 이유

가톨릭 예술

월간 특집① like JENNIE 신부님이 춤을 추는 이유

춤추는 사제가 춤으로 전하는 기쁜 소식

2026. 08.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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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부님이 아이돌 춤을 춘다고요?

 

🙏 블랙핑크 제니의 안무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영상에 사람들은 AI가 아니냐며 놀랍니다.

 

✨ 화제가 된 제니 신부님의 춤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요?

 


 

생각해 보면 저는 남들에게 관심받는 것을 은근히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본당 친교 행사에서 갑자기 무대로 불려 나가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필살기하나쯤은 언제나 마음속에 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 그리 특출나지는 않아도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 일구었던 저의 숨겨진 취미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K-pop 안무 배우기입니다. 이 소박한 취미가 제 사제 생활에서 이토록 요긴하게 쓰일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동안 조용히 이어 온 저의 유쾌한 K-pop 이야기를 이 자리를 빌려 살짝 풀어봅니다.

 


 

나에게 이런 재능이?

 

처음에는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내가 이런 춤을 출 수 있다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화면 속 댄스 가수들의 안무를 보면 신기하게도 금세 따라 할 수 있었습니다. 안무 복제율이 제법 높다 보니 어느새 춤추는 재미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그렇게 하나둘씩 안무를 익히다 보니, 이제는 어떤 무대에 서더라도 남들에게 자신 있게 안무를 보여 줄 준비가 되었습니다. 제가 무대 위에서 할 일이라고는 그저 익혀 둔 안무곡을 틀어 달라고 진행자에게 당당하게 요청하는 것뿐이었습니다. 별것 아닌 몸짓에도 사람들이 놀라워하며 즐거워해 주니, 그 모습을 보는 저 또한 덩달아 행복해졌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 취미를 알고 있는 지인들은 친교 잔치가 열릴 때마다 저를 무대 위로 부르곤 했습니다. 짐짓 싫지 않은 내색을 하며 튕기다가도, 못 이기는 척 그들의 요청을 수락하곤 했습니다. 대단한 실력은 아니지만 제가 가진 작은 재능을 기쁘게 써먹을 수 있으니, 불러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제 무대를 보며 환하게 웃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보람차고 흐뭇했습니다.

 


 

세 살 버릇, 신학교에서도 간다!

 

현대 무용을 전공하던 시절. ⓒ 김두열 신부 제공

 

학창 시절에 틈틈이 갈고닦았던 방구석 댄스 실력은 신학생 시절에도 아주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더구나 저는 뒤늦게 현대 무용을 전공하고 신학교에 입학한 터라(무용학도의 신학교 입학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들려드리겠습니다.), 의도치 않게 온 신학교의 주목을 받는 유명 인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덕분에 원치 않는 무대에 등 떠밀려 가기도 하고, 때로는 계획을 세워 준비한 무대를 마음껏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여러 작품(?)을 무대에 올렸지만, 백미는 역시 아이돌 안무였습니다. 특히 건장한 학사님들이 추는 여자 아이돌 안무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의 마음을 여는 명약이었습니다.

 

특히 이 명약은 저의 신학교 첫 데뷔 무대에서 효과를 톡톡히 보았습니다. 저희 교구 신학교에는 매년 성소 주일에 신입생들이 장기자랑을 선보이는 전통 아닌 전통이 있습니다.

 

이 무대를 위해 제 동기들은 저의 다정(?)하고 자세한 지도로 신학교 역사상 가장 완벽하고 뛰어난 무대를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물론 이것은 지극히 저의 주관적인 평가입니다).

 

그 후로도 공동체의 형제들이 안무 지도를 요청할 때마다 기쁜 마음으로 가르쳐 주었습니다. 제 손길이 닿은 무대마다 객석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그때 느낀 짜릿한 만족감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습니다.

 

어릴 적 놀이처럼 쌓아 온 실력이 주님의 마당에서 이토록 아름답게 쓰이고 있으니 저에게도 기쁜 일이고, 주님께서 보시기에도 참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때로는 아이돌처럼, 때로는 안무가처럼

 

지난날의 안무 인생을 돌아보면 수많은 작품이 떠오릅니다. 영상이나 기록으로 남지 않았지만 참 많은 무대에 섰고, 참 많은 춤을 추었습니다.

 

을 소재로 추억 여행을 떠나 보자면, 제 기억의 앨범은 언제나 기쁘고 행복했던 감정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사소한 즐거움으로 시작된 기억이지만, 그 기억들이 촘촘히 모여 소중한 추억이 되었고, 사제로 살아가는 저를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 줍니다. 이것이 바로 예술이 지닌 힘이자, 춤이 선물해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신부님 맞아요? AI 아니죠?

 

그 긍정적인 힘 덕분에 최근 저는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쌓았습니다. 올해 4월 성소 주일에 교구에서 봉사자들과 함께 랜덤 플레이 댄스(랜플댄)’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랜플댄 프로그램 진행 사진. ⓒ 김두열 신부 인스타그램(@do.2.do.2)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제게는 아주 특별한 별명이 하나 생겼습니다. 바로 제니 신부님입니다. 아이들의 뜨거운 열정에 에너지를 얻어 함께 추었던 블랙핑크 제니의 솔로곡 안무가 저를 완전히 새로운 무대로 이끌어 준 것입니다. 처음에는 사제로서 조금 부끄럽고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많은 분이 유쾌하고 예쁘게 봐 주시니 참 감사할 따름입니다.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올라온 영상 댓글에 진짜 신부님 맞아요?”, “혹시 AI가 합성한 영상 아니에요?”라며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며 혼자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드러내기 쑥스러운 작은 장기였지만, 이를 통해 얻은 사목적 열매들이 참 많기에 주님께 감사 기도가 저절로 나옵니다.

 


 

제 춤을 주님께 봉헌합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아이들과 춤이라는 언어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 저의 친근한 모습을 통해 아이들이 용기를 내어 교회 안에서 즐겁게 지낼 수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제가 여전히 춤을 사랑하고, 저에게 이런 탈렌트를 주신 주님을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혹여나 누군가는 신부가 춤을 추는 게 사목에 무슨 도움이 되겠냐?” 하고 반문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이 재능이 여전히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처음 신학교에 입학하기로 마음먹고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했던 그 순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사제가 되기 위해 춤추기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제 춤을 주님께 봉헌하기로 결심했던 것입니다. 주님께 드린 저의 재능은 어떤 방식으로든 가장 필요한 곳에 쓰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언제까지 제가 무대 위에서 춤을 출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 관절이 다 닳기 전까지, 제 팔다리가 자유롭게 움직여 줄 수 있을 때까지, 저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기꺼이 아이돌로, 안무가로, 그리고 제니 신부로 살아가고자 합니다.

 

먼 미래에 이 글을 다시 읽으며 흐뭇하게 웃고 있을 제 모습을 그려 보며, 언젠가 또 다른 유쾌한 모습으로 여러분께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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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전주교구 사제. 어릴 적 성악가의 꿈은 현실에 묻혔지만, 결국 꿈보다 더 놀라운 현대무용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꿈보다 더 놀랍고 신비한 하느님의 부르심으로 사제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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