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왜 빙 돌아가실까?

성경 이야기

예수님께서는 왜 빙 돌아가실까?

연중 제27주일│정답보다 깨달음을 기다리는 사랑

2026. 10.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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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히 묵상해 봅시다.

 

  • 나는 누군가에게 기다림을 선물한 적이 있나요?
  • 나의 부족함을 깨닫게 해 준 사람은 누구인가요?
  • 나는 지금 예수님과 어떤 길을 함께 걷고 있나요?

 


 

예수님, 왜 바로 말씀하지 않으셨어요?

 

오늘 복음은 너무나도 유명한 포도밭의 비유이지요.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은 율법서의 정신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이들, 예수님 시대의 영적·정신적인 가르침을 담당했던 당시의 지혜로운 이들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들 앞에서 비유로 오늘의 말씀을 하고 계시는데, 누가 읽더라도 이 내용이 어떤 미래를 암시하고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바로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이 생깁니다. 예수님께서는 왜 이런 방식을 통해 그들에게 말씀하시는 것일까요?

 


 

저, 그때는 좀 잘나갔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6년 전 저는 파릇파릇한 수련자였습니다. 군대에서 막 제대하고 돌아와 혈기 왕성했을 시기였죠. 기도도, 일도 모든 일에서 열심히 하고자 하는 열의가 가장 불타올랐던 때였습니다. 실수도 많이 했고, 고집도 많이 부리고, 제멋대로 하는 것도 많아서 공동체에 어려움을 준 적도 있었습니다. 저를 담당하고 계셨던 수련장 수사님께서는 넓은 마음으로 이 모든 것을 다 이해해 주시고 받아 주셨죠. 크게 혼을 내실 만도 한데 침묵으로 일관하시며 묵묵히 지켜봐 주셨습니다. 저는 더욱더 기고만장하여 날뛰기 시작했고,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내가 아는 ‘나’는 진짜 내가 아니었습니다

 

수련기 기간에 저희 수도회에서는 집단 상담을 했었습니다. 여러 명의 형제가 상담 심리 전문가 수녀님의 도움을 받아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열고 대화하여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열정이 넘치고 종종 짓궂긴 했지만, 스스로 마음이 따뜻하고 배려심이 깊은, 그리고 매우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죠. 아무도 제게 ‘그만해라’, ‘적당히 해라’라는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수녀님께서는 집요하게 제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형제들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셨고, 실제로 진실의 문 앞에 저를 마주 서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바닥까지 가 보니 알겠더라고요

 

그렇게 형제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창이 온몸을 찌르는 듯이 아팠고, 저의 몸과 마음을 처참하게 무너뜨려 아래로, 아래로 곤두박질치고 말았습니다. 완전히 바닥까지 내려가 보니 알겠더라고요. 그동안 제가 얼마나 무례하고 막무가내로 공동체에서 살아왔는지를 말입니다. 그런데 수련장 수사님께서는 아셨던 것 같습니다. 저의 이 모든 행동과 생각이 집단 상담을 통해 싹 변화될 것을 말입니다.

 

눈물과 콧물이 뒤범벅되어 몇 날 며칠을 울었습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을 때 제 곁에는 따뜻하게 저를 안아 주신 수련장 수사님과 수녀님의 품이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던 수련장 수사님께서는 스스로 저의 부족한 점을 깨달을 수 있게, 먼 길을 함께 돌아 주시고 함께 견디어 주셨습니다. 그러한 수련장 수사님의 마음이 사랑이 되어 제게 돌아온 순간, 저도 후배를 위해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 나보다는 형제를 먼저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죠.

 


 

예수님께서는 정답 대신 이야기를 건네셨습니다

 

“그렇게 악한 자들은 가차 없이 없애 버리고, 제때에 소출을 바치는 다른 소작인들에게 포도밭을 내줄 것입니다.”(마태 21,41)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은 세상 똑똑한 사람이고 지혜로운 사람들이었겠죠. 이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예수님께서 직접적인 꾸지람과 반박할 수 없는 논리로 가르침을 주려고 하셨다면 이들이 들으려고 했을까요? 예수님께서는 먼 길을 함께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들에게 비유도 들어 주시고, 이야기도 나누시면서 그들 스스로가 하느님의 뜻을 다시 잘 알아차리기를, 그리고 변화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견디어 내셨던 것이죠.

 


 

오늘도 내 옆에서 같이 걸으십니다

 

우리 역시 오늘 복음을 통하여 예수님께서 우리를 기다려 주시고 함께 견디어 주시는 사랑을 만납니다. 내가 모든 것을 해내고 이끌어 가고 있다고 느낄 때 앞에서 끌어 주시고 뒤에서 밀어 주시며 묵묵히 내 발걸음과 합을 맞춰 주시는 예수님께서는 지금도 우리 곁에 계십니다.

 

오늘 하루,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체험하지 못했던 예수님의 사랑을 다시금 발견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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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사제. 미디어 사도직 위원회 위원장를 맡고 있습니다. 사진기로 하느님을 담고, 영상으로 하느님을 전하며, 글로 하느님의 마음을 전하는 수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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