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사제 이야기] “저 신학교에 합격했대요.”

영성과 신심

[새 사제 이야기] “저 신학교에 합격했대요.”

하느님 안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기까지

2026. 0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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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오랫동안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돌아보니 하느님께서는 거창한 확신이 아니라, 삶 곳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기도, 그리고 그 모든 순간에 함께 계시며 저를 이끌어 주셨습니다

 


 

평화가 이 글을 읽는 여러분과 함께.

 

저는 202616일에 서품을 받은, 대구대교구 사제 이상윤 사도 요한입니다. 사제가 되어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 길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를 매일매일 느끼고 있습니다. 저와 만나는 형제자매들과의 시간과 미사 안에서 누리는 주님의 은총이 저를 키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를 되돌아보니, 아직 묘목이었습니다. 이제 시작인 것이지요. 더 많은 햇빛과 바람과 비를 맞으며 큰 나무가 되도록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학창 시절의 고민

 

저는 학창 시절에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항상 내성적이었고, 말수가 적었고, 하고 싶은 것도 없었고, 누군가 이것을 해야 한다고 하면 할 수 있는 것만 하는 학생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를 아끼는 친구들 덕분에 학창 시절을 무난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라는 것들을 하면서 성당도 조용히 잘 다니니, 많은 분이 저를 예쁘게 보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그때는 어린 마음에 , 나는 사제가 되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춘기를 지나면서, 내가 정말 사제가 되고 싶은지, 아니면 그런 말을 많이 들어서 하려는 건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도 잘 못하는데, 사제는 매번 이동하면서 새로운 사람들과도 잘 지내야 하는 것 같고. 나는 공부도 정말 못하는데, 사제는 강론도 해야 하고 교리도 해야 하고.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상태였지요. 저 스스로 확신이 없었기에 성적에 맞추어 일반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대학에서의 경험

 

대학에 입학한 뒤, 교리 교사 활동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조금씩 저를 바꿀 수 있었습니다. F를 받지 않으려고 공부했지만, 공부가 맞지 않다는 사실도 절절히 느낄 수 있었고, 교리를 준비하기 위해 가톨릭 관련 책들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연습도 했습니다.

 

중고등학생 때처럼 가만히 앉아 선생님께서 판서하시는 것을 따라 쓰고 문제를 푸는 것만이 아니라, 저 스스로 무언가를 준비하고 연습해 보여 주는 삶을, 스무 살이 되어서야 살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내면의 변화가 일어나는 동안, 군대를 다녀오며 외면의 변화도 겪게 되었습니다. 꾸준히 운동하고 악에 받쳐 꼭 목표까지 가야겠다는 마음도 경험해 보면서,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몸을 움직이던 날들과 다른 또래들을 이끌었던 시간은 저를 변화시켰습니다.

 

처음 군대에 갔을 때는, 그곳에서 오래 머무를 생각도 했었습니다. 가족과 국가를 지킨다는 뿌듯함과 부족한 모습에도 용기를 주는 동료들 덕분에 우당탕탕하면서도 보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보람과는 별개로 제 안에는 기쁨이 없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영향을 많이 끼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하루가 온종일 지옥 같았던 경험도 했고, 그 시기를 통해 끝까지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는 연습을 하게도 되었습니다.

 


 

든든하신 분

 

그렇게 기쁨이 사라지니, 붙잡을 것이 필요했습니다. 특히 주일 미사를 참석했던 주간과 참석하지 못했던 주간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에게 주어진 소중한 미사 시간 안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할 때 기쁠까. 부대 일정이 없는 주일은 그것을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학창 시절에 뽑은 말씀 사탕을 성경에 꽂아 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4,13)

 

, 나는 성당에 있었을 때 행복했구나.

, 주님께서 선물처럼 마련해 주신 분들과 시간을 보낼 때 기뻤구나.

, 내가 많이 성장할 수 있었던 시기의 배경에는 꼭 하느님께서 계셨구나.

 

, 그럼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그럼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 그럼 나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을 때 선택해야겠구나.

 

그래서 의무 복무 기간만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나만의 비밀

 

그때의 저는 흔들리는 갈대 같았습니다. 예비 신학생 모임에 나간다는 것은 부모님께 말씀드렸지만, 제가 정말 신학교에 들어갈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 채 입학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어디서든 취업하려면 토익 공부가 필요하니 학원에 다닌다고 주변에 이야기하며,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했습니다. 그렇게 원서를 내고 입학 시험을 치른 뒤 합격 발표가 났을 때 부모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저 신학교에 합격했대요. 그래서 가정 방문을 오신다고 하는데, 그때 시간 되세요?”

 

아버지는 제 인생을 응원해 주셨고, 어머니는 정말 정말 기뻐하셨습니다.

  


 

고마운 마음

 

그리고 나중에 이모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너 군에 들어가기 전에 고민했던 것 기억나니? 전역할 때에도 그 마음 변치 않으면, 신학교에 지원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 기도해 달라고 연락했었잖아. 정말 정말 축하해!”

 

잊고 있던 마음이었습니다. 저 스스로도 떠올리지 못했던 말인데, 이모는 오랜 시간 저를 위해서 기도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이모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기도는 외할머니와 부모님, 친척들, 본당 신자분들에게까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많은 분께서 저의 신학교 입학이 발표되자 그동안 마음 졸이며 기도하셨다고 알려 주셨습니다. 처음에 일반 대학 들어갈 때,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며, 이제는 웃을 수 있다고 기뻐하셨습니다.

 

그 많은 분의 오랜 기도 덕분에 저는 지금 사제로 살고 있습니다.

그 많은 분을 제 인생의 선물로 보내 주신 하느님 덕분에 저는 지금 사제로 살고 있습니다.

그 마음이 변치 않도록, 첫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지금도 많은 기도가 필요한 사제입니다.

 


 

나의 서품 성구

 

이런저런 과정에서 저의 서품 성구는 필리피서 413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로 정해졌습니다.

 

***

 

첫째로 제가 지금까지 살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의 은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제가 지금까지 살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께서 선물해 주신 사람들 덕분이기 때문입니다.

셋째로 제가 지금까지 살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께서 저를 기다려 주셨기 때문입니다.

넷째로 제가 앞으로 살기 위해서는, 하느님 안에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섯째로 제가 앞으로 살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힘이 아니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여섯째로 제가 앞으로 살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닮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곱째로 제가 앞으로 살기 위해서는,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덟째로 제가 앞으로 살기 위해서는,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홉째로 제가 앞으로 살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하는 것이지 모든 것을 잘할 수만은 없기 때문입니다.

열째로 제가 앞으로 살기 위해서는, 저 혼자서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기 위해서입니다.

 

***

 

많은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 전에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조차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스스로 포기하지 않기 바랍니다. 인생에서 꼭 필요한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데는 그만큼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니까요.

 


 

🙏 함께 기도해 주세요.

 

<사제의 첫 계절>은 새 사제들의 첫 사목과 신앙의 여정을 함께 나누는 연재입니다.
오늘의 이야기를 전해 준 이상윤 사도 요한 신부님이 충만한 기쁨 가운데 늘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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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대구대교구 사제. 약함 가운데에서도 강함을 보여 주신 성모님의 삶을 제가 걸어가야 할 길의 모범으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많은 이의 손가락질 속에서도 오직 예수님만을 바라보며 굳건히 걸어가신 성모님의 모습을 본받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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