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의 영성이란?

성경 이야기

그리스도교의 영성이란?

영성은 결국 ‘하느님과 인간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

2024.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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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이란 단어는 성경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다.”라고 주장한 예로니모 성인의 글에서 처음 등장한다. 예로니모 성인은 성서학자이자 수도자로서 서방 교회의 중요한 교부로, 382년에 로마를 방문했을 때 다마소 교황에 의해 비서로 임명되어 신구약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하는 일을 맡았다. 그가 그 시대에 드물게 라틴어, 그리스어, 히브리어에 정통한 학자였기 때문이다. 서방 교회 안에 이미 여러 개의 라틴어 성경 번역본이 있었지만, 교황이 그에게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라틴어 성경본을 만들도록 위촉할 정도의 실력가였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예로니모 성인의 번역 작업을 통해 많은 사람이 성경을 직접 읽을 수 있게 되었고, 이는 그리스도교 영성이 더 확장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18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가톨릭 교회는 일반 신자들에게 영성을 크게 강조하지 않았다. 미사에 규칙적으로 참여하고, 교회가 제시하는 전례를 따르며, 교무금을 성실히 납부하고, 기도와 성지 순례 등 교회의 권고를 충실히 지키며 공적 악행을 저지르지 않으면 가톨릭 신자로 인정받았다. 영적 수련을 통해 하느님의 뜻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일은 개별적인 신앙 문제로 여겨졌을 뿐이다.

 

1891년 레오 13세 교황은 사회 회칙 <새로운 시대(Rorum Nonram)>를 공표한다. 레오 13세교황은 이 회칙에서 교회는 결코 귀족과 착취 계급의 동맹이 아님을 선언하고, 노동자의 적법한 요구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밝혔다. 이를 기점으로 가톨릭 영성이 사회 정의에 대한 실천적 삶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백준, 겨울에 꿈꾸다, 202).

 

관계 중심적인 그리스도교의 영성 

인간은 홀로 창조되지도, 홀로 구원받지도 않는다. 현대에 들어, 사람들은 더욱더 인간관계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그래서 더 영성적인 삶을 갈망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를 행복하게 할 영성적인 삶은 그리스도교에서는 철저하게 하느님과 이웃과의 관계에서 시작한다. 공동체 생활, 동료들과의 만남처럼 그리스도교 영성은 하느님과 만남에서 출발한다. 이는 단순히 심리적, 감각적인 것을 뛰어넘는 초월적이며 초감각적인 만남이다.

 

그리스도교 영성은 추상적인 지식이나 윤리의 문제도 아니며 자기완성의 도구나 영혼의 완덕을 산출해 내는 구조도 아니다. 오히려 영성은 이러한 모든 요소를 포괄한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그리스도교의 영성을 매우 복합적이고 포괄적이라 할 수 있는 이유는, 인간 최고의 영적인 삶을 추구하는 동시에 두 발을 땅에 딛고 사는 지금 여기라는 실존에 근거를 두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항상 긴장 관계가 존재하며, 이로 인해 다분히 역설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도교의 영성 생활은 단순히 인간적인 범주를 넘어, 그리스도 안에서 삶이 변화되어 하느님과 함께하는 생활이다.

 

영성은 결국 하느님과 인간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 자체인 하느님과 이미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깊이 체험하면 할수록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의무감으로 사랑하고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미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만큼 하느님을 사랑하고 싶은 마음과 그런 하느님을 만나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깃들게 된다. 해야 해서가 아니라 하고 싶어서 하는 이 모습이, 하느님 길을 걸으면서 얻게 되는 열매인 변화즉 삶의 관점, 시선의 변화라는 것이다.(* <「하느님 길만 걸으세요」 펴낸 민범식 안토니오 신부>, 가톨릭 신문, 2023.09.17., 17면 발췌)

 

그리스도교의 영성은 이처럼 역사와 시대 변화 속에서, 교회의 요구와 필요에 따라 독특하고 고유하게 교회 안에서 성장, 발전했다. 이처럼 교회에서 그리스도 영성은 우리의 실제적인 현실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참고 문헌>

1) Joseph. A. Fitzmger.S.J, 정양모 옮김, 《바울로의 신학》, 분도출판사, 1968.

2) A. H. McNeille, The Gospel According to Matthew, 1981.

3) E.E. LARKIN, New Catholic Encyclopedia, V.X, New York, 1966.

4) 마경일, 《바울의 신학사상》, 동아출판사, 1963. (pp. 56~65)

5) W.K Grossouw, Spirituality of the New Testament, B. Herder Book, 1961.

6) Prot. Firemand, The Theology of St. Paul, America, 1961.

7) Alfred Wikenhauser, Pauline Mysticism, New York, 1956.

8) New mam Card, The Mind and heart of Saint Paul, England, 1959.

9) 귄터 보른캄, 허혁 옮김, 《바울 그의 생애와 사상》, 이대 출판부, 1980.

10) 이덕근, <영성신학 강의록>, 1982.

11) 김백준, 《겨울에 꿈꾸다》, 나남, 2017

 

Profile
서울대교구 사제. 1984년 사제품을 받은 후, 다양한 성당에서 사목하며 18년간 서울대교구 대변인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현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을 맡고 있으며, 바쁜 사목 활동 속에서도 여러 매체에 꾸준히 글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저서로 《성경 속 궁금증》, 《성경 속 상징》, 《성경 순례》, 《당신을 만나 봤으면 합니다》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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