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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영화 <미션(Mission)>에 삽입된 엔니오 모리코네 작곡의 <Gabriel‘s oboe>라는 곡이 있다. 이 곡이 나오는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였다. 평화롭게 살아가던 과라니족과 그들에게 다가간 예수회 선교사 신부들을 이어 준 것은 바로 선교사들의 오보에 연주였다. 그리고 그 음악은 군대에 맞서 성체를 들고 앞장서 끝까지 과라니족을 위해 쓰러져 간 선교사들의 숭고한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 영화는 예수회 선교사들의 감동적인 실화를 재구성한 것이다. 그리고 이 오보에 연주곡에 이탈리아어 가사를 붙여 ’사라 브라이트만‘이 부른 노래가 바로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다. 사라 브라이트만은 이 곡을 매우 좋아해, 가사를 붙여 성악곡으로 만들자고 모리코네에게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러나 두 달 간격으로 약 2년 동안 지속적으로 모리코네에게 편지를 보내 결국 허락을 얻어 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Nella fantasia io vedo un mondo giusto. Li tutti vivono in pace e in onesta~(환상 속에서 나는 정의로운 세상을 본다네. 그곳에서 모두는 정직하고 평화롭게 살아갔었지~’
<미션>은 18세기 무렵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노예 상인들에게 과라니족을 보호하려 했던 예수회 신부들이 서구 열강의 침략에 끝까지 저항했던 실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속 신부들의 순교는 어둠 속 빛처럼 억압받는 이들의 희생을 어루만지기 위해 발현하신 성모님의 사랑처럼 언제나 깊은 감동을 준다.
후안 디에고와 만난 성모님
가톨릭으로 개종했지만, 스페인의 압제 속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하던 멕시코 원주민 농부 후안 디에고에게 성모님께서는 1531년 12월 9일부터 12일 동안 4차례 발현하셨다.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테페약 언덕을 넘어 성당으로 향하던 그에게 성모님이 ‘후안 디에고’라는 이름을 부르셨다. 성모님은 인디언의 피부색을 띠고 장밋빛 옷에 푸른 망토를 두른 채,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 모습으로 나타나셨다.
성모님은 “평생 동정이시며, 하느님의 어머니이심이 알려지기를 원하고, 어려울 때 정성을 다해 나를 찾는 이들에게 자비를 드러내도록 이 자리에 성당을 짓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다.
그는 그 지역의 주마라가 주교에게 달려가 테페약 언덕에 성당을 세우라는 성모님의 말씀을 전했지만 주교는 그의 이야기를 믿지 않았다. 허탈하게 돌아가는 중에 다시 성모님을 뵈었고, 12월 11일에 다시 주교를 찾아갔지만 문전 박대를 당했다.
후안 디에고는 다시 테페약 언덕에서 세 번째로 성모님을 만났다. 성모님께서는 12월 12일 주교에게 전달하는 증표로 테페약 언덕 정상에 있는 장미를 가지고 오라고 하셨다. 12월의 추운 겨울 산 정상에 꽃이 있을 리 없었지만, 그가 정상에 도착했을 때 가득 핀 장미를 보고 자신의 망토(틸마)에 싸서 성모님께 가져왔다. 그는 성모님의 지시대로 이를 주교에게 가져갔다.
주교는 그 장미가 멕시코산이 아니라 스페인의 카스티야 지방의 특별한 장미꽃임을 알고 깜짝 놀랐다. 게다가 장미를 담아온 후안의 틸마를 본 주교는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그 망토에 성모님의 형상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과달루페는 아즈텍 어 <테 콰틀라 쇼페우(Te Coatlaxopeuh)>에서 유래되었으며 그 뜻은 ‘돌 뱀을 쳐부수다’이다. 즉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라는 의미이다.
과달루페 성모 발현 이후, 성모님의 뜻에 따라 테페약 언덕에 성당을 세웠고 그곳에 성모님의 모습이 담긴 기적의 망토가 전시되었다. 이후 성모님은 멕시코의 수호자로 선포되었으며, 성모 발현 이후 멕시코 인구의 90%에 달하는 800만 명이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망토에 새겨진 성모님의 모습
기적의 망토에 새겨진 성모님은 다른 유명한 성모님들과는 조금 다른 점이 보인다. 성화에 새겨진 성모님의 피부색은 인디언처럼 거무스름한 황갈색이고 머리카락은 검은색이다. 프랑스의 루르드, 포르투갈의 파티마 같은 성지의 성모님 모습은 발현에 대한 증언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모습이지만, <과달루페 성모님 성화>는 망토에 직접 새겨진 형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성모님의 모습에는 다양한 상징이 표현되어 있다. 특히 당시 스페인과 멕시코 원주민 중 어느 한쪽의 입장을 대변하기보다는 화합과 일치를 상징하는 표징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기도하는 손을 보면 한쪽이 다른 쪽보다 더 하얗다. 이는 원주민과 스페인 백인을 각각 뜻하며 두 손을 모으고 계심은 두 민족의 화합을 의미한다.
성모님 아랫부분의 천사는 손으로 망토와 치마를 잡고 있는데 이는 하늘과 땅의 일치이며 이는 스페인인과 인디오들의 화해를 의미한다. 치마는 인디오의 복장을, 망토는 스페인 여성이 사용하던 의복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부분 원주민과 관련된 상징이 새겨져 있다. 가슴 부근에 달린 검은색 리본은 토착민 전통으로 임산부를 의미하며 이는 곧 ‘성자 예수님의 잉태하심’을 상징한다. 치마(튜닉)는 인디오식 옷으로 색은 분홍빛을 띠며 장미 아홉 송이가 새겨져 있다.
장미색은 가톨릭 전례에서 기쁨과 희망을 상징하며, 대림 제3주일과 사순 제4주일에 장미색 제의를 착용한다. 이는 성탄과 부활의 기쁜 소식을 앞두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장미는 성모님께서 후안 디에고에게 주마라가 주교에게 증표로 가져다 보여 주라 하신 테페약 언덕 위 장미꽃으로 천상의 신비를 의미한다.
또한 아즈텍 제국을 만든 9개의 아즈텍 부족을 뜻한다. 별이 새겨진 푸른색 망토는 예부터 가톨릭의 전통적 상징으로 천상의 거룩함, 천상의 성모를 의미한다. 망토의 별은 다양한 해석이 있으나, 성모님께서 발현하신 당일의 멕시코 밤하늘 별자리 혹은 죄 없이 잉태되신 순결함과 복음의 별로 볼 수도 있다.
목에 건 십자가 목걸이는 선교사들이 전한 가톨릭 교회를 상징한다. 성모님 뒤에서 밝게 빛나는 빛은 일반적으로 성모님의 거룩하심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아즈텍 사람들의 우주관에 따르면, 세상이 창조될 때마다 태양이 하나씩 있었으며, 그들은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창조에 살고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따라서 여기에 새겨진 태양이 다섯 번째 태양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반대로 성모님께서 밟고 계신 초승달은 악마를 상징하는 것으로, 성모님은 세상의 악을 밟아 없애시는 분을 의미하며 초승달을 뱀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과학이 증명할 수 없는 신비
테페약 성당에 모셔진 <과달루페 성모님>은 현대 과학으로도 그 신비가 완전히 풀리지 않는다. 망토에 새겨진 성모님의 형상에는 도료나 붓질의 흔적이 전혀 없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 섬유 조직과 색감의 변화가 거의 없다.
이외에도 <과달루페 성모님> 성화에 얽힌 신비와 기적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신비는 수많은 이들을 회개하도록 이끌어 주시어 하느님의 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매일 뉴스에서는 크고 작은 전쟁과 죽음, 증오, 보복의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사람들은 정치적, 경제적, 영토적, 사상적 갈등으로 인해 미움과 보복을 멈추지 않는다. 그런데 충격적이게도 그들이 내세우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종교, 즉 서로 다른 종교와 믿음, 가르침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중심에는 ‘하느님’이 계신다.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유대교는 모두 근본적으로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종교다.
그런데 그 존귀하신 ‘하느님’의 이름을 내세워 서로 싸우고 미워하며 서로 죽이고 있다. 자신들의 정치적, 경제적 이익과 영토 확장 등을 위한 전쟁과 보복을 합리화하기 위해 거룩하신 ‘하느님’과 ‘정의’를 들먹이고 있다.
<과달루페 성모님>께서는 500여 년 전, ‘하느님의 진정한 정의’인 화해와 평화를 위해 우리에게 오셨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를 여러 곳에서 반복해 말씀하셨다. 이번 5월, 성모님의 성화를 바라보며 신비나 기적을 바라기보다 ‘하느님 안에서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 함께 기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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