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사 할머니와 더불어, 포촐리 신부님이 제게 남겨 주신 또 하나의 큰 선물이자 제가 깊이 감사드리는 것은 성모님 신심입니다.
그분이 사목하시던 알마그로 지역의 성당에서, 저는 요한 보스코 성인이 직접 축복하시고 토리노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모셔 온 도움이신 마리아 성화 앞에서 자주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 성당의 성가대에서는 어린 시절 위대한 탱고 가수 카를로스 가르델이 노래했으며, 파타고니아의 성인이라 불리는 체페리노 나문쿠라 복자가 다니던 본당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제 삶을 통해 직접 체험했습니다. 성모님의 어머니다운 눈길이 어둠을 밝히고 희망을 다시 피워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 눈길은 우리에게 신뢰를 심어 주고 한없는 자애를 전해 줍니다. 이 ‘한없는 자애tenerezza’라는 말을, 오늘날 많은 이들이 사전에서 지우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강력하고도 혁명적인 말입니다. 성모님의 그 눈길은 우리가 역사와 교회 안에 뿌리를 내리고, 우리 자신은 물론 서로를 진정으로 보살필 수 있게 해 줍니다.
어머니의 따스한 눈길이 없는 세상의 미래는 근시안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질적 이익은 만들어 낼 수 있을지 모르나, 그것은 모두의 것이 아닌 소수의 몫이 될 것입니다.
그런 세상은 인간을 자녀로 바라보는 시선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한 지붕 아래 살게 되겠지만 진정한 형제자매는 되지 못할 것입니다. 분노와 독으로 가득 찬 오늘은 있을지 모르나 내일은 없을 것입니다. 스스로 자유롭다 믿겠지만, 실상은 노예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제가 어린 시절을 보낸 지 20년도 더 지난 어느 날, 벨기에의 한 학회에서 교리 교사 부부를 만났습니다.
둘 다 대학교수였고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고 있었으며,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서도 훌륭히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문득 여쭈어 보았습니다.
“성모님 신심은 어떠신가요?”
“아, 저희는 그런 단계는 이미 지났어요. 예수님을 충분히 잘 알고 있어서 성모님은 필요 없답니다.”
그 순간 제 마음속에서 절로 나온 말이 있었습니다.
“아이고…… 가엾은 고아들!”
할머니와 포촐리 신부님은 삶으로 제게 중요한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성모님은 결코 신앙생활의 장식품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죠.
성모 신심은 단순한 영적 예절이 아니라 그리스도인 삶의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인류라는 한 가족은 바로 그 어머니다운 눈길 위에, 어머니들의 사랑 위에 세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최초의 공식 자서전 《희망》
* 사상 최초로 교황 재위 중 출간
* 2025년 희년 추천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