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의 시작은 어땠나요? 잠시 아침에 눈을 뜬 순간으로 돌아가 봅시다. 살며시 해가 떠오르며 하늘이 밝아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분주히 출근 준비를 하는 가족들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간단히 아침으로 사과 하나를 천천히 깎아 먹으며 입안 가득 차오르는 상큼함을 느낍니다. 포근함으로 가득했던집을 나서는 즉시 손발에는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고, 코끝에는 겨울 냄새가 스치는 요즘입니다.
흔히 인간에게는 세상에서 오는 어떠한 자극을 받아들이는 감각, 즉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에이어 육감이 있다고 하지요. 여기에 더해 인간에게 필요한 일곱 번째 감각을 꼽아 본다면, 바로 ‘희망하는 감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분은 이 일곱 번째 감각을 잘 가지고 있나요? 혹시 나에게는 이 감각이 없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다면 왜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한지,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이야기에서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추워진 날씨뿐 아니라 여러 가지 일로 몸과 마음이 지치고, 답답한 세상을 향한 냉소적인 시선만이 남기 쉬운 이 계절에, 다시금 희망이라는 감각을 깨우는 교황님의 목소리에 집중해 봅시다. 성탄을 기다리는 시기에 꼭 읽어 보면 좋은 《그래도 희망》입니다.
point 1. 희망하는 사람이 되도록 부르심을 받은 우리
이 책에는 2016년 1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교황님을 만나기 위해 로마에 찾아온 전 세계 신자들을 위해 ‘그리스도인의 희망’이라는 주제로 말씀하신 강론이 담겨 있습니다. 이 기간은 대림 시기부터 성탄 시기, 그리고 사순 시기까지 이어지는데, 이러한 흐름 안에서 《그래도 희망》은 ‘기다림 가운데 희망하다’ ‘삶의 어둠 안에서 희망하다’ ‘모든 것 안에서 희망하다’라는 총 3장으로 나눠 교황님의 말씀을 소개합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고 그분의 수난과 죽음, 부활에 동참하는 시간 속에서 다양한 관점으로 희망을 읽어 낼 수 있는 흐름으로 구성된 것이지요.
특히 대림 시기에 구유에 등장하는 각각의 인물을 관상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신 내용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작은 마을 베들레헴에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과 그 곁을 지키시는 성모님과 요셉 성인, 또 그 곁에 머무는 목동들을 다시금 바라봅니다. 모든 사람을 위해 이 땅에 내려온 희망이신 예수님을 직접 만난 그들은 수천 년간 이스라엘이 기다려 온 하느님의 약속이 실현되는 현장에 함께했고, 그 가운데 하느님의 구원, 진정한 희망의 길로 나아가는 길이 자신들 앞에 다가왔음을 깨닫습니다. 우리도 예수님을 만나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기억하시고 늘 당신 자녀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나누고자 하시기 때문이지요. 바로 이러한 그리스도인의 희망을 어떻게 삶에서 품고 살면 좋을지 교황님은 각 주간에 연관된 성경 말씀과 그에 따른 해설, 각종 에피소드를 녹여 내 우리가 해당 전례 시기에 좀 더 효과적인 묵상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주님 성탄 대축일은 우리 마음을 열기 위한 날입니다. 아기 예수님 안에 있는 가장 작은 모습에, 그 놀라운 기적에 마음을 열도록 합시다. 대림 시기 동안 희망 가운데 준비하는 것은 성탄의 기적입니다. 그것은 아기이신 하느님, 가난한 하느님, 연약한 하느님, 우리 각자에게 가까이 다가오기 위해 당신의 위대함을 포기하신 하느님의 놀라움입니다.” (46-47쪽)
point 2.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희망’할까
어쩌면 ‘희망’이라는 가치가 내 삶에서 너무 멀게 느껴지고, 이를 어떻게 품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적응할 시간을 주지 않고 계속되는 기술 변화로 빠르게 변하는 세상, 끊이지 않는전쟁과 그로 인한 세계적인 어려움, 조금만 뒤처져도 패배자로 보며 끊임없이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기를 바라는 요즘의 사회적 경쟁 분위기는 더더욱 과열되며 ‘희망’이라는 말을 우리 안에 담아내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이러한 현재를 사는 우리가 어떻게 진정한 희망을 찾을 수 있는지 안내하기 위해 다양한 성경 속 인물들이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어떻게 참아 냈는지, 조금의 희망도 품기 어려웠던상황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전해 주십니다. 특히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전하며 희망과 인내가 떨어질 수 없다고 강조하시며, “가장 어렵고 혼란스러운 순간 속에서도 주님의 자비와 호의는 여타 모든 것보다 훨씬 크며, 그 무엇도 우리를 그분의 손에서 그리고 그분과 맺은 친교에서 떼어 낼 수 없다.”라는 것을 우리가 경험해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지난 가을을 돌아보면, 몸이 많이 아팠고 차가운 마음만이 남아 나 자신을 비롯해 누구에게도 깊게 관심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바쁘고 힘든 일상에 하느님을 잊고 살 때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어두웠던 제 마음이 조금은 밝은 빛으로 물드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교황님의 이야기 속에서 “아, 주님께서 내 곁에 계셨지, 나를 사랑하고 계셨지!” 하는 깨달음을 얻은 것입니다. 이러한 확신은 기도 안에서만 지속되겠지요. 그러니 이 희망을 유지하는 힘을 기도하며 더욱 청해야겠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선사해 주신 희망은 거저 주어졌습니다. 그분은 우리를 위해 당신의 생명을 기꺼이, 아무런 대가도 없이 내어 주셨습니다.”(101쪽)
희망이라는 감각을 받아들이면, 늘 우리 곁에 계시는 주님의 존재를 체험하고 더 나은 삶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점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의식이 변화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따라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는 그리스도인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우리가 머무는 세상에 책임을 질 마음을 품고 살아야 합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우리가 희망하는 감각을 통해 세상이 하나의 공동체라는 점을 이해하고, 그렇게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이를 사랑하고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가운데 또 다른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성탄을 기다리는 이번 대림 시기에 그렇게 희망 한 조각을 마음에 품고 더 나은 내일을 향해 한 발짝 나아가도록 다짐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세상에 오신 주님을 만나고 기꺼이 그분의 자녀가 되어 살아가겠다고 부르심에 응답했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시작이요 마침인 시기입니다. 한 해의 마지막, 교회력의 시작인 이 계절을 보내며 우리가 품고 살아야 할 또 하나의 감각, 희망에 관하여 함께 묵상해 보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결코 하느님께 어떤 조건도 달지 말아야 합니다.
그 대신, 희망하는 가운데 두려움을 이겨 내야 합니다.
하느님을 신뢰하는 것은 그분께 어떠한 요구도 하지 않은 채,
그분이 마련하신 계획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구원과 도움이
내가 기대했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주어진다 하더라도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 《그래도 희망》, 131쪽
by. 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