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보내는 나의 기도가 닿기를

가톨릭 예술

너에게 보내는 나의 기도가 닿기를

온기가 필요한 이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안, 《함께 기도하는 밤》

2024. 11. 28
읽음 56

 

나는 최근에 한 주에 한 번 있는 청년 성서 모임을 손꼽아 기다린다. 처음에는 낯선 이들과 함께 성경을 읽고 나눔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여러 번 참석을 망설였다. 그런데 이런 걱정이 무색하게 성경 말씀을 새롭게 알아가는 과정이 무척 즐겁다. 그러다 보니 갑작스레 궁금해진 것도 많고, 신앙생활을 하면서 그냥 흘려보냈던 여러 문제를 좀 더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함께 기도하는 밤》을 읽게 된 것도 내가 가진 궁금증에 이 책이 답을 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함께 기도하는 밤》은 가톨릭 신앙과 교리와 관련된 다양한 내용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가는 책이다. 흔히 가톨릭 교리를 다룬 책이라 하면 두껍고 딱딱한 내용의 교리서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래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궁금한 점이 생겨도 선뜻 관련 책을 집어 들기 어렵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교리에 관한 이야기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 저자 신부님이 사목 활동 중에 경험한 체험을 통해 이야기해 주어 진입 장벽을 낮춰 준다. 본당과 교구에서 사목하며 겪었던 일들, 청년들의 아픔과 고민을 나누며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갔던 일, 또 독실한 부모님 아래서 사랑을 느끼며 자랐던 어린 시절의 추억 등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이렇게 삶의 문제와 함께 연결하며 신앙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나씩 짚어 보며, 교리가 맹목적이나 수동적으로 지켜야만 하는 계명이나 낡고 고루한 가르침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교리는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치들에 
복음적 의미를 부여하고 하느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 주며 
또 그분의 말씀에 따라 살아가도록 이끌어 주는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5쪽)

무엇보다 책 속에는 나와 비슷한 또래의 청년들이 가진 고민도 진솔하게 담겨 있어서 눈길을 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일화는 ‘성당에 오는 사람들이 모두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라는 꼭지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글 속에 나오는 청년은 성당 마당에서 다투는 신자들의 모습을 보고 신부님께 실망감을 토로한다. 세례받은 그리스도인이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거 아니냐는 청년의 질문은 언젠가 내가 했던 질문이기도 하다. 나 역시 교회 공동체 안에서 사람으로 인해 받은 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이 물음에 대해 저자 신부님은 이렇게 답변하신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아. 부족하기에 
늘 주님 앞에 자신의 부족함을 안고 주님을 만나러 성당에 오는 사람들, 
세례 때, 혹은 살아가면서 체험한 그분의 놀라운 사랑을 기억하며 
오늘 지금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 바로 이런 사람들이 
예수님의 참다운 제자가 아닐까?” (31쪽)

이 답변은 내게도 따스한 위로를 선사해 주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가운데 가장 작은 이들, 즉 하느님의 사랑이 필요한 이들을 부르셨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완벽하지않은 우리를 당신 사랑으로 감싸 안아 주시는 그분의 이러한 사랑을 닮아 변하고자 노력하는이들이 모인 곳. 그곳이 바로 교회 공동체라는 이야기다. 이처럼 이 책은 단순히 교리 지식을 전해 주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하느님의 가르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며, 또 그분의 말씀을 어떻게 실천하며 살 것인가?’라는 주제까지 생각해 보도록 한다. 그래서 우리가 교리를 통해 하느님을 이해하며 그분을 따라 살아 수 있다고 알려준다.

책장을 덮고 난 뒤, 문득 고등학교 때 친구와 주고받았던 작은 쪽지가 떠올랐다. 감수성 예민했던 시절, 친구들과 나는 각자의 고민과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쪽지에 적어 보냈다. 메모지에 깨알 같은 글씨로 빼곡하게 적혀 있던 다정한 위로는 내게 큰 위안이 되었다. 이 책 역시도 글을 읽다 보면 저자 신부님의 따뜻한 조언과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또한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그분들의 마음속에 계신 하느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예수님처럼 나 역시 삶의 순간마다 하느님을 찾고, 그분의 뜻이 나를 통해 이루어지길 소망하며 기도하게 되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인생의 터널 앞에 좌절하며 밤을 지새워 본 적이 있다면, 또 기도할 힘조차 없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살며시 이 책을 건네고 싶다. 우리 안에 계신 하느님께서 당신 말씀에 따라 살아갈 힘을 주시길, 그리고 이를 청하는 나의 작은 기도가 그들에게 닿기를 소망해 본다.

“조용히 그분께서 우리를 통해 이루시려는 뜻이 무엇인지 여쭤보세요. 
분명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지혜와 
그 결정에 따라 살아갈 힘을 주시는 하느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164쪽)

by. 아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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