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삶은 “내일은 분명 더 나아질 것이라 믿는 그 마음”

가톨릭 예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삶은 “내일은 분명 더 나아질 것이라 믿는 그 마음”

《희망》을 번역한 이재협 신부님을 만나다

2025. 03.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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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본명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 2013년 가톨릭 교회의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최초의 라틴 아메리카 출신 교황이 삶을 돌아보며 펴낸 공식 자서전, 《희망》이 드디어 한국에 정식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의 대표 번역자 이재협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은 하느님의 자비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변방을 향해 나아가는 순례자의 여정이자, 희망이라는 작은 등불을 들고 모든 이의 발걸음을 비춘다.”라고 소개한다. 한국 교회의 중요한 영적 유산이 될 이 책의 출간을 기념해 그와 만났다.

 


 

《희망》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첫 자서전이죠. 이미 여러 나라에서 출간되었고, 한국에서도 드디어 독자들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번역을 맡게 되셨을 때의 어떤 마음이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번역을 할 때마다 참 어려운 작업이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특히나 교황님의 말씀을 한국어로 전할 때에는 더 큰 책임감이 따라옵니다. 가톨릭출판사 김대영 사장 신부님께서 교황님의 첫 자서전을 번역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 일은 참으로 영광스러운 일이었고, 한국 교회와 독자들에게 그분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소명 안에서 작업에 임했습니다.

 

그간 <바티칸 뉴스>를 번역하시며 교황님 소식을 전해 오셨는데, 이번 자서전 번역 작업에서 특별히 고려한 부분이나 고민하셨던 점이 있으신가요?

2020년부터 <바티칸 뉴스> 한국어 페이지 번역을 함께한 시간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교황님의 첫 자서전에는 개인적이고 솔직한 체험은 물론 교황직을 수행하며 강조했던 여러 주제가 다시 한번 등장합니다. 그동안 <바티칸 뉴스>를 번역하며 직역으로는 그 깊은 의미를 담아내기에 충분하지 않은 듯 보였던 단어들을 다시 한번 고심하고, 필요한 경우 역주를 통해 이 같은 교황님의 지향이 그분의 인생 안에서 어떻게 발전되었는지 독자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기 위해 특별한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무엇보다 독자들과 대화를 나누시려 끊임없이 시도하시는 교황님의 의도를 최대한 살리려 했습니다. 특히 한국 정서에 맞게 교황님의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의 관용적 표현이나 신자들의 신앙생활 현장에서 사용되는 표현을 그대로 살렸는데, 이는 교황님께서 대중 신심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의도적으로 사용하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바티칸 뉴스>를 다루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교황님의 신학적 용어와 표현을 한국 교회의 맥락에 맞게 옮기려 노력했습니다.

 

이 책은 신부님과 3명의 번역자가 공동으로 작업에 참여했는데, 여러 사람과 함께 작업하면서 힘들었던 일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원서가 이미 올 1월에 세계 곳곳에서 출간되었기 때문에 한국어판을 오매불망 기다리신 독자분들이 있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한국어판 번역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바티칸 뉴스> 한국어 페이지 번역팀 신부님, 선생님들과의 공동 번역 작업 덕분입니다. 촉박한 일정에 공동 번역을 부탁드렸음에도 교황님의 자서전 번역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고 영광이라며 기꺼이 동참해 주신 번역진에게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이미 오랜 기간 <바티칸 뉴스> 기사를 번역하며 합을 맞춰 온 시간이 이번 작업에서 더욱 빛을 발했습니다. 한 사람이 오해한 번역을 다른 사람이 검토하며 교정할 수 있었다는 점, 번역할 때 나의 욕심을 비우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며 받아들일 때 더욱 아름다운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때로는 한 단어의 의미를 두고 몇 시간씩 토론하기도 했지만, 이러한 과정이 오히려 번역의 깊이를 더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번역 과정에서 교황님께서 강조하시는 시노달리타스를 실제로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자서전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감명 깊었던 부분은 어느 장면이었나요? 혹은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꼭 읽어 보길 권하고 싶은 챕터나 문장이 있다면, 그 이유와 함께 소개해 주세요.

교황님은 이 책에서 과거의 기억을 되돌아보시며 사소한 것 하나까지 들춰내십니다. 이냐시오 영신수련에서 나의 역사에 관한 성찰을 통해 죄가 작용한 지점과 정화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교황님의 어린 시절과 성장 과정을 따라가면서, 교황 역시 나약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는 중요한 핵심이 있습니다. 바로 부끄러워하는 마음입니다. 숱한 잘못과 실수를 저질렀지만,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살아 있는 한, 언젠가 하느님께서는 그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를 마련해 주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교황님은 어린 시절 저질렀던 잘못에 대해, 세월이 흘러도 당사자에게 용서를 청하고 싶은 마음을 이어 오셨습니다. 때가 언제인지 몰라도, 항상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하느님 섭리에 따라 그때가 올 때, 주저하지 않고 용서를 청할 수 있는 교황님의 모습이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특정 챕터가 아니라 자서전 곳곳에 이러한 이야기들이 보화처럼 숨어 있습니다.

꼭 권하고 싶은 부분은, 25저는 한낱 지나가는 발걸음일 뿐입니다입니다. 이는 하느님 섭리 안에서 자기 자신이 보잘것없다는 것을, 하느님의 시간 안에서 찰나에 불과하다는 교황님의 겸손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겸손한 고백은 오늘날 교회와 세상이 가장 필요로 하는 덕목을 보여 줍니다.

 

원문에는 주석이 없지만, 번역된 이 책에 많은 주석이 추가되었습니다. 주석을 추가하는 과정에서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이 내용은 꼭 포함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내용이 있었을까요?

교황님은 실제로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셨고, 특히 문학적 표현을 자주 사용하시는 편입니다. 교황님은 우리에게 익숙한 낡은 신앙 언어에 얽매이지 않으시고, 본인이 삶에서 만난 여러 스승들, 특히 교회 안팎의 문학 작가들, 교회의 변방에 머물렀던 신학자들과 영성가들의 이야기에 끊임없이 주목하십니다.

그동안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들과 역사적 배경이 등장하기 때문에, 이를 모르고서는 교황님의 본뜻이 축소되거나 과소평가될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 아르헨티나의 역사적 맥락이나 라틴 아메리카 교회의 특수한 상황들은 한국 독자들에게 생소할 수 있기에, 이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어요. 원래 역주가 많으면 가독성을 해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역주가 많은 책은 좋아하지 않는데요. 가톨릭출판사에서도 필요한 부분은 주석을 달아 달라고 요청을 했기 때문에 다양한 정보를 담아 주석을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교황님께서 인용하시는 성경 구절이나 교회 문헌의 경우는 한국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번역을 참고하여 주석을 달았어요. 이를 통해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독자들이 더 깊이 있게 교황님의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관련된 여러 책이 출간되었지만, 이 책은 정말 교황의 삶을 한 권에 다 담아낸 것 같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 ‘희망을 돌아보는 일이 오늘날 가톨릭 신자들, 특히 한국 독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 책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교황님과 관련된 서적은 한국어로 번역된 다수의 책 외에도 매우 많습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이번 자서전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삶과 생각을 집약한 책으로 남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수많은 연설과 인터뷰를 통해 강조해 오신 교황님의 성찰과 지향을 그분 삶의 발자취와 함께 살펴볼 수 있기에 독자들은 《희망》을 통해 더 진솔하고 내밀한 교황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을 읽을 때는 단순히 교황님의 일대기를 파악하는 것을 넘어, 그분의 영적 여정에 동참하는 자세로 읽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각 장에서 소개되는 사건이나 결정의 순간들을 자신의 삶과 연결 지어 묵상하면서 읽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교황님께서 강조하시는 식별의 자세로, 우리 각자의 삶에서 하느님께서 어떻게 현존하시고 이끄시는지를 발견하는 기회로 삼아 보시기 바랍니다.

또한 이 책은 한 번에 다 읽으려 하기보다는, 천천히 곱씹어 읽으면서 자신의 신앙생활을 돌아보는 영적 독서의 자세로 접근하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교황님의 삶 속에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이끄심을 발견하고, 그것이 우리의 삶에도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실제로 출간된 이 책이 바티칸으로, 교황님께 직접 전달될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이 책을 번역하는 작업이 신부님께는 어떤 의미였을지 궁금합니다.

이 번역 작업은 저희에게 있어 단순한 언어적 전환이 아닌 영적 순례와도 같았습니다. 교황님의 삶을 한 문장 한 문장 우리말로 옮기면서, 그분의 영성과 깊이 있는 신앙 체험을 직접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마치 교황님과 함께 걸으며 대화를 나누는 은총의 시간과도 같았습니다. 이 번역서가 교황님께 전달될 때, 한국 교회의 진실된 마음과 함께 우리 신자들의 믿음과 사랑이 고스란히 전해지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이 작업을 통해 한국 교회가 세계 교회와 더욱 깊이 있게 소통하고 일치를 이루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신부님이 생각하는 희망의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희망》을 통해 교황님의 삶을 처음 접할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교황님은 《희망》 22장에서 20세기 초 프랑스의 시인 샤를 페기의 아름다운 시를 인용하십니다. 페기는 희망을 작은 아이로 표현했습니다. 믿음이 충실한 아내이고 사랑이 어머니라면, 희망은 두 언니 사이에서 걸어가는 보잘것없어 보이는 작은 아이라고 했습니다. 겉으로는 하찮아 보이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이 아이가 실은 온 세상을 품에 안고 나아가며”, “홀로 모든 이의 발걸음을 이끌어 가는놀라운 힘을 발휘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희망이야말로 오늘날 우리 교회와 세상이 가장 필요로 하는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황님께서 자서전에서 페기의 시를 특별히 언급하신 것도, 희망이라는 작은 덕이 지닌 놀라운 힘을 강조하시기 위함일 것입니다. 교황님의 삶에서 우리는 이 희망의 모습을 봅니다. 현실이 아무리 어둡고 고단할지라도 하느님의 현존을 믿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바로 희망입니다. 마치 페기가 말한 것처럼, 교황님의 삶은 오늘의 현실이 이토록 힘겨운데도 내일은 분명 더 나아질 것이라 믿는 그 마음을 보여 줍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자서전 《희망》은 단순한 삶의 기록이 아닙니다.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희망을 붙들고 살아갈 수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리스도인의 희망은 겸손하면서도 강한 덕입니다. 삶의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를 굳건히 지탱해 주고, 결코 가라앉지 않게 해 주는 힘입니다. 이 책을 통해 여러분 각자 자신의 삶 속에서 희망의 씨앗을 발견하고, 그것을 키워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얻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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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깊이를 더하고, 삶의 영감을 주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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