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1주기, 그는 왜 장례를 단순하게 했을까?

교리와 전례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1주기, 그는 왜 장례를 단순하게 했을까?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례 유산 12

2026. 0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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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줄 요약

 

1. 프란치스코 교황은 장례 예식을 간소화해 권위보다 본질을 드러냈습니다.

 

2. 장례 전례의 변화는 그리스도를 더 분명히 드러내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3. 교황의 마지막 유산은 그리스도를 중심에 두는 신앙이었습니다.

 


 

🙏 다가오는 4월 21일은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1주기입니다. 그분을 기억하며 이 글을 읽어 보세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상의 삶을 마치며 하느님 아버지의 품으로 떠날 때, 마지막으로 남긴 전례 유산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자신의 장례 예식 거행을 위해 새로 마련한 전례서입니다.

 

교황은 선종 1년 전 2024년에 《로마 교황 장례 예식서(Ordo Exsequiarum Romani Pontificis)》를 개정했습니다. 이 작업에서 교황은 훗날 자신의 장례 예식을 전반적으로 간소화하고 단순하게 거행하도록 했습니다.

 


 

단순해진 교황 장례 예식

 

선종한 로마 교황의 시신은 장례 미사 거행 전까지 베드로 대성전에 모시는 것이 관례입니다. 신자들과 시민들이 직접 고인을 바라보며 추모하고 기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이전까지는 카타팔코(Catafalco)라는 높은 구조물 위에 시신을 모셨습니다.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로서 또한 교회의 수장으로서 모든 신앙인의 삶을 이끈 업적을 기리고 존경을 드리고자, 외형적으로도 높은 곳에 자리하도록 특별히 마련한 것이죠.

 

그런데 이 구조물은 선종하신 역대 교황들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비판의 표적이 되곤 했습니다. 몇몇 카타팔코는 2~3미터 이상의 높이에, 장식도 과장되게 하여 존경심보다는 혐오를 일으켰기 때문입니다(그래서 무엇인가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별것도 아닌 것을 부풀리는 행동 등을 비아냥거리며 조롱할 때 카타팔코 같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바오로 6세 성인 교황의 장례식부터 이 구조물의 높이가 낮아지기 시작했는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예 이를 사용하지 않게 했습니다. 그저 평범한 단상 위에 납을 덧댄 단순한 목관을 놓고 그 안에 자신의 시신을 두도록 한 것입니다.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교황의 장례 미사가 끝나면

 

교황의 장례 미사가 끝나면, 다시금 두 번째 관에, 이어서 세 번째 관에 시신을 모신 후 최종적으로 전체 관을 봉하곤 하던 삼중관의 전통도 폐지했습니다. 또한 자신이 안치되는 무덤에 이름을 표기할 때 그 어떤 권위를 드러내는 호칭도 덧붙이지 않고 교황으로 선출되었을 때 선택한 이름의 라틴어명 프란치스쿠스(Franciscus)”만을 남겨 두게 했습니다. 이 외에도 간소화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삼중의 관을 하나로 축소하고, 카타팔코라는 구조물을 없앤다고 해도, 교황의 장례 절차 전체 비용이 혁신적으로 절감될 만큼 그 효과가 극적이지는 않습니다.

 

또한 아무리 검소하게 자신의 장례 예식을 구성하고 묘비명에 권위를 드러내는 호칭을 달지 않는다 해도 당신이 교황으로 땅에 묻힌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그러한 행보는 더욱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드높일 것이고, 교황 자신도 이를 잘 알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이 모든 것을 준비해서, 그것도 로마 교황의 장례 예식이라는 전례 행위에 공식적으로 담고자 했을까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전례 유산

 

교황이 자의 교서 〈나는 간절히 바랐다(Desiderio desideravi)〉에서 밝혔듯, 전례는 다름 아닌 그리스도와 만나는 자리입니다. 교황이 장례 예식을 단순하게 개정한 본질적 의도는 개인의 영성을 반영하고자 한 것이라기보다는, 장례 예식 거행이라는 전례 행위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를 신자들이 더욱 생생하게 만나도록 도우려는 것입니다.

 

교황청 전례예절장 디에고 라벨리 대주교는 인터뷰에서, 교황이 대주교에게 로마 주교의 장례식이 부활하신 그리스도에 대한 교회의 신앙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도록 특정 예식을 간소화하고 조정할 것을 자주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개정된 예식은 로마 교황의 장례식이 이 세상의 권력자가 아닌 그리스도의 목자이자 제자의 장례식임을 더욱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므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 지상 교회에 마지막으로 남긴 전례 유산은 전례서가 아니라, 살아 계신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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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서울대교구 사제. 교황청립 성 안셀모 대학에서 전례학을 전공했습니다. 현재 서울대교구 대신학교 전례-행정 담당으로, 귀국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여전히 배울 것이 많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 맡은 자리에서 부제님들과 학사님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나누고 싶고, 더 나아가 평신도들이 전례 거행 안에서 하느님의 얼굴을 찾도록 돕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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