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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줄 요약
1. 십자가는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베푸신 사랑의 신비입니다. 2. 우리는 십자 성호라는 작은 몸짓으로 그 사랑을 받아들이고 신앙을 고백합니다. 3. 미사에서 사제가 신자들을 향해 긋는 십자 성호는 하느님의 은총이 우리 삶으로 보내짐을 드러냅니다. |
왜 사제는 다른 모양으로 십자 성호를 긋는가
지난 질문을 기억하십니까? 미사의 시작과 마침에 긋는 십자 성호의 모습을 보면 신자들은 두 경우 모두 같은 동작이지만, 주례 사제는 조금 다른 동작을 한다는 점입니다. 미사 마침 예식 때 주례 사제는 손바닥을 자신에게 향하지 않고, 손날이 신자들을 향하도록 하여 십자 성호를 긋습니다. 사제는 왜 이러한 동작을 할까요? 먼저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의 정체성을 이해하면, 이 동작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드러난 십자가와 성찬례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성사이신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세상에 온갖 좋은 것을 다 베풀어 주십니다"(감사기도 제3양식 참조). 하느님께서는 보이지 않는 분이시지만, 당신 외아들을 사람의 아들로 보내시어 우리와 같은 지상의 삶을 살아가게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아버지의 사랑을 감촉하도록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 제사에서 절정에 이르러, 사람의 감각으로도 인식될 수 있는 봉헌과 희생의 형상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제 그 형상은 미사 안에서 지극히 거룩하신 주님의 몸과 피로 우리에게 주어지며, 심지어 우리는 그 놀라운 은혜를 음식으로 받아 모십니다. 이처럼 미사 안에서 거룩한 성찬례를 집전하는 사제는 성사적으로 그리스도 자신을 드러냅니다(In persona Christi).
미사 마침의 강복과 사제의 역할
영성체를 통해 신자들이 지극한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각자 삶의 자리로 파견될 때, 거룩한 성체를 나누어 준 신부님은 다시 하느님께서 함께한 모든 이에게 복을 내려 주시기를 청하며 신자들을 “향하여” 십자 성호를 긋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기도합니다.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있는 모든 이에게 강복하소서!”
곧 미사를 집전한 사제는 아버지께서 신자들에게 내려주시는 모든 은혜를 실제로 나누어 주는 그리스도로서, 천주 성삼위의 은혜가 우리 모두의 삶의 현장에까지 미치도록 청원하는 것입니다.
신자들을 향한 십자 성호의 의미
이때 주례 사제의 손날이 신자들을 향하는 것은, 모든 은혜는 언제나 높은 곳, 즉 하느님께로부터 와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세상에 베풀어짐을 표현합니다. 교회의 《축복 예식》지침도 이를 설명합니다. 곧 사람에게 필요한 성화와 은총은 “사람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고 사람을 통하여 오는 것”(《축복 예식 총지침》 17항)이며, 복을 내린다는 것, 곧 축복한다는 것은 “그리스도의 사제직 수행과 결부”(《축복 예식 총지침》 18항)된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미사를 마치며, 주례 사제는 “전례 회중을 향하여” 십자 성호를 긋습니다. 이는 미사 거행 안에서뿐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의 사랑이 세상을 향해 있음을 드러내는 표현입니다. 신자들은 그에 동의하며, 성체를 받아 모신 하느님의 성전인 자신의 몸에 십자 성호를 긋습니다. 이처럼 십자 성호에는 은총을 보내시는 하느님과, 그것을 전달하시는 그리스도, 그것을 감사히 받는 우리의 모습이 아름답게 담겨 있습니다.
십자 성호가 지닌 신앙의 상징
십자 성호는 한편으로 삼위일체께 대한 신앙 고백이며,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음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동작입니다. 동시에 이는 사랑하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높은 곳에서 팔을 벌려 못 박히신 십자가의 형상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소중한 상징이기에 교회는 처음부터 십자 성호를 중요하게 여겼고, “매사에”, 곧 일상생활의 곳곳에서 이 동작을 하도록 권해 왔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형태의 십자 표식으로 입술이나, 이마 등 여러 감각기관에 긋던 이 상징은, 시간이 흐르면서 전례 안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전합니다. 동작의 크기도 커지고, 수행하는 동안 다양한 기도문(Lex orandi)이 결합되었습니다.
그렇게 하여, 그리스도인의 신앙의 법칙(Lex credendi)을 굳건히 하고, 마침내 신자들이 성화의 길을 걸어가도록 삶의 법칙(Lex vivendi)을 형성하는 굳건한 상징이 됩니다.
십자가를 새기며 살아가는 신앙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거룩한 상징 언어인 십자 성호를 헛되이 또는 대충 긋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또한 십자 성호 상징의 의미가 내적으로 인식되도록 성령을 청하라고 권고합니다.
선임 베네딕도 16세께서는 이 십자가 표식과 상징은 실상 “선재”하고 있었다고까지 말합니다. 세상은 비록 모르고 있었으나, 하느님께서는 영원으로부터 “구원의 십자가 나무”를 마련해 두고 계셨던 것입니다.
이 십자가가 바로 우리 구원을 위한 승리의 상징임을 잊지 말고, 자기 십자가의 무게를 느낄 때 십자 성호를 그으며, 하느님의 사랑을 우리의 몸과 마음에 새깁시다.
그리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는 성주간을 시작할 때 바치는 교회의 저녁기도 찬미가의 다음 구절을 떠올리며 힘을 냅시다.
“유일한 우리 희망 십자나무여(O, crux, ave, spes unica),
수난의 귀한 시기 다가왔으니,
열심한 신자에게 은총 주시고,
죄인들의 모든 허물을 씻어 주소서.”
(성주간 저녁기도 찬미가 여섯째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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