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선종하시고, 우리는 교황님을 애도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며 그분의 영원한 안식을 하느님께 청했습니다. 온 교회 공동체는 교황님의 장례 미사가 거행되는 날을 기점으로 9일간의 애도 기간을 보냈습니다. 이 기간이 9일 동안(per novem dies) 계속된다고 해서 ‘노벤디알리스(Novendialis)’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9일 동안 성찬례를 봉헌하고, 준비된 기도를 바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영혼이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평화의 안식을 얻기를 바라며 모든 교회 공동체 구성원이 일치를 이루기를 기도했습니다. 애도 기간이 시작되기 전에도, 그러니까 교황님의 선종 소식을 접하고 나서도 우리는 지역마다 마련된 빈소를 방문하고, 기도를 바치고,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그런데 그 미사, 어떤 전례문들이었는지 기억하십니까?
부활 팔일 축제 중에 위령 미사를 드릴 수 있을까?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선종하신 날은 4월 21일, 부활 팔일 축제 월요일이었습니다. 부활 팔일 축제 동안엔 선종하신 분의 시신을 매장하거나 화장하기 전에 봉헌하는 ‘장례 미사’를 제외한 다른 위령 미사가 ‘금지’됩니다.
그래서 부활 팔일 축제 미사의 고유 전례문(입당송, 본기도, 예물 기도, 영성체송, 영성체 후 기도, 독서, 화답송, 복음 등)으로 미사를 봉헌하면서 그 미사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영원한 안식을 지향으로 두도록 결정되었습니다. 따라서 죽은 이를 위하여 봉헌하는 위령 미사의 고유 전례문은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사실을 통해, 한 미사를 거행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전례문과 사용할 수 없는 전례문이 있다는 것, 또 사용할 수 있냐 없느냐를 결정할 수 있는 기준이나 지침이란 게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홈페이지에서는 그에 관한 지침을 볼 수 있습니다(해마다 출판되는 《전례력》의 앞부분에도 있습니다). 주교회의 사이트의 첫 화면에서 [‘매일 미사’ ⇨ ‘전례력의 이해’ 항목 ⇨ ‘미사 거행에 관하여’ 항목](https://missa.cbck.or.kr/LiturgyInfo)으로 가셔서 아래로 내려보면 ‘예식 미사, 신심 미사, 여러 기원 미사와 죽은 이를 위한 미사를 허용 또는 금지하는 시기’에 관한 일람표가 있습니다. 이 지침을 보면 우리가 어느 때 어떤 미사를 거행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찾아보니 이렇게 나옵니다.

먼저 거행할 미사가 어떤 미사인지를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선종 이후부터 장례 미사가 바티칸에서 봉헌되기 전까지, 우리가 봉헌할 수 있는 미사는 ‘사망 소식을 들은 다음 곧바로 드리는 미사’입니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381항 참조). 그리고 이 미사는 ‘위령2’라는 카테고리에 속해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표를 보면서 시기에 따라 허용인지 금지인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교황님은 부활 팔일 축제 때 선종하셨으니, 부활 팔일 축제 항목을 찾아갑니다.

6번에 ‘부활 팔일 축제’가 있습니다. 오른쪽을 보면 ‘위령1’은 + 이고 ‘위령2’는 - 입니다. + 표시는 허용이고 - 표시는 금지를 뜻합니다. ‘위령1’은 장례 미사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부활 팔일 축제 동안 장례 미사는 허용이고, ‘위령2’에 속하는, 우리가 봉헌하려고 했던 ‘사망 소식을 들은 다음 곧바로 드리는 미사’는 금지인 것입니다.
‘위령 미사가 금지라니……! 선종하신 교황님이 너무 서운해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드십니까?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영원한 안식을 위하여
허용과 금지의 의미를 아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허용과 금지는 아예 미사를 거행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전례문 사용에 관한 허용과 금지일 뿐입니다. 우리는 부활 팔일 축제의 고유 전례문을 사용하면서도 얼마든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하며 미사를 봉헌할 수 있는 것입니다.
위령 미사가 아니어도, 우리는 미사를 거행할 때 언제나 살아 있는 이들뿐만 아니라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모든 감사 기도에는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한 전구를 청하고,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서도 전구를 바칩니다. 산 이들과 세상을 떠난 이들이 모두 함께 만나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를 올리면서 모든 교회가 하나로 일치하고 친교하기를 하느님께 청하는 전례, 그것이 바로 미사입니다.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하여] 부활의 희망 속에 고이 잠든 교우들과
세상을 떠난 다른 이들도 모두 생각하시어
그들이 주님의 빛나는 얼굴을 뵈옵게 하소서.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하여] 저희에게도 자비를 베푸시어
영원으로부터 주님의 사랑을 받는 하느님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와
그 배필이신 성 요셉과 복된 사도들과 모든 성인과 함께 영원한 삶을 누리며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소서.”
─ 감사기도 제2양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