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와 온유함으로서의 겸손

신학 칼럼

진리와 온유함으로서의 겸손

<위기에서 배우는 겸손> 2화

2025. 02.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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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은 모든 이의 삶에 꼭 필요한 요소지만 오늘날과 같은 위기의 시대에는 훨씬 그 중요성이 드러납니다. 이 글은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겸손의 개념을 분석한 후 이를 진리와 온유함으로 정의합니다. 우리가 현재의 위기 속에서 어떻게 겸손이라는 미덕을 배울 수 있을까요? ‘겸손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인간이 하느님과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살펴봅시다.

| 마르타 메디나 발게리아스Marta Medina Balguerías (교황청립 코미야스 대학교)


피상성과 이기심의 악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진정성과 헌신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미덕이 있습니다. 바로 겸손입니다. 겸손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 겸손이라는 단어는 항상 같은 의미로 이해되지 않으며, 사람마다 그 의미를 다르게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안타깝게도 겸손을 자존감이 낮다거나 거짓된 모습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저는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출발하여 이 미덕의 진정한 특징이 무엇인지 고려하며 겸손을 정의하려고 합니다.

 

겸손에 대한 정의

 성경에는 겸손에 대한 두 가지 상호 연관된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다른 사람을 대하는 온유함 또는 온화함이고, 다른 하나는 누군가를 특징짓는 보잘것없음 또는 가난함입니다. 성경은 가난하고 보잘것없고 약한 사람들을 하느님께 다가갈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들로 간주합니다. 하느님만이 그들을 그 상황에서 구원하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보잘것없음을 인식함으로써 자기 자신과 자신의 힘에 집중하지 않고 주님을 소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다 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하느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기적으로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립니다. 반면 자신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마음을 열고 타인과 하느님과 진정한 만남을 시도하기가 더 수월합니다. 또 자신을 보잘것없는 존재라고 인식하면 다른 사람을 온유하고 온화하게 대하게 됩니다.

 

그리스도교 전통에서도 겸손의 개념은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금욕적인 차원에서 발전해 왔습니다. 신비주의자들에게 이러한 금욕적 의미의 겸손은 영적인 길의 필수 덕목으로, 하느님과 만나기 위해 자신을 여는 데 필요합니다. 예수의 데레사 성녀는 겸손을 진리와 연결하고, 진리를 통해 하느님과 연결했습니다.

 

한번은 우리 주님께서 겸손이라는 미덕에 왜 그토록 친근하신지 생각해 보았는데 …… 다음과 같은 말이 제 앞에 나왔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최고의 진리이고, 겸손은 진리 안을 걷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예수의 데레사 성녀

 

그러나 저는 여기에 더하여 이 미덕의 신비로운 차원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겸손은 사랑의 요건으로서 노력해야 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하느님과 다른 이들에게 선물을 받고 감사하며 살 수 있을 때 발견하는 기쁨이기도 합니다. 전통적으로 겸손을 주로 인간의 미덕으로 이해해 왔지만, 겸손을 하느님의 속성으로 다룬 영성 작가들도 적지 않습니다.

 

성경과 그리스도교 전통을 통해 우리는 겸손에 대한 다음과 같은 개념을 얻습니다. 인간의 가난과 보잘것없음, 이것은 부분적으로는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것(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이지만, 부분적으로는 선택한 것(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보잘것없음과 단순함으로 행동하기로 한 결정)입니다. 겸손은 하느님과 다른 사람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자신을 여는 능력입니다. 겸손하게 타인을 대할 때 나타나는 온화함, 자신의 진리를 직시하기, 이 모든 것은 겸손하신 하느님의 모범에서 비롯됩니다.

 

이는 진리와 온유함이라는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겸손한 사람은 자신의 진리를 아는 사람입니다. 이는 자신의 미덕과, 무엇보다도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일반적으로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이 사람은 다른 사람의 진리와 자유를 존중하고, 자신의 이익과 판단을 강요하지 않으며, 섬세하게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습니다. 그래서 보통 다른 사람을 위해 헌신하고 나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말해, 겸손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그 자신이 되도록 함으로써 자기 자신으로 거듭납니다.

 

스페인어 사전에 따르면, 겸손의 첫 번째 의미를 자신의 한계와 나약함을 알고, 그 깨달음에 따라 행동하는 미덕이라고 정의합니다. 첫 구절은 진리와 관련이 있으며 자신의 가능성과 자질에 대한 깨달음이 포함되며, 두 번째 구절은 온유함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 글은 스페인 학술지 <Razón y Fe>에서 발췌 및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 원문 출처 ■

Medina Balguerías, M. . (2020). La humildad como aprendizaje de la crisis.

<Razón Y Fe> 282(1447), 167-177.

https://revistas.comillas.edu/index.php/razonyfe/article/view/1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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