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 건강하다고 생각하나요

가톨릭 예술

지금 당신, 건강하다고 생각하나요

누구나 암 환자가 될 수 있는 세상에서 읽어야 할 책, 《성모님과 암을 이겨 내기》

2024.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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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변에서 암 투병 중인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우리나라 국민 중 4분의 1은 암 환자라는 이야기를 들어 봤지만, 가까운 사람들이 암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정말 남 일 같지 않았다. 환자본인도 처음 겪는 상황에 힘들어하지만, 그 가족들도 괴로워하는 모습에 위로를 건네고 싶었으나 섣불리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어서 참 어려웠다. 그렇게 출퇴근길마다 암으로 고통받는 환자들,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던 중에 한 책을 읽게 되었다. 바로 《성모님과 암을 이겨 내기》라는 책이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암 발생이 아니더라도, 인생을 뒤바꿀 어떤 사건이 닥쳤을 때 많은 사람이 이러한 질문을 떠올린다.‘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왜 하느님께서 나한테 이런 일을 겪게 하셨을까?’

캐서린 스튜어트 수녀가 쓴 《성모님과 암을 이겨 내기》는 저자가 암 투병 생활을 하며 성모님의 삶을 함께 바라보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자신이 수도자임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한 의문이 들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총 3장으로 나눠진 책 전반에 걸쳐 저자는 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거치며 얻은 충격과 두려움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그리고 자신의 투병 생활을 진솔하게 공유하며 질병에 따라오는 여러 육체적, 정서적, 영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밝힌다. 이를 통해어떻게 고통 속에서도 신앙의 끈을 놓지 않고 용기 내어 살아갈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각각의 이야기들이 끝날 때마다 주의 깊게 들여다볼 부분이 있다. 바로 ‘오늘의 기도’다. 이 기도문에는 주변 환자들에게 내용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감동적이고 진실한 마음이 담겨 있다. 담담한 언어로 쓰였지만, 담대한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이끌어 주는 이 기도문만 봐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성모님의 생애와 우리 삶을 함께 바라보며

성모님의 생애를 따라가며 투병 여정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는 점이 이 책의 중요한 특징이다.저자는 성모님께서 처음 주님의 부르심에 “예.” 하고 응답했던 일에서 우리 역시 어떻게 모든 순간에 “예.”라고 말할 수 있을지 돌아보며, 아들이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는 것을 바라보는 성모님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죽음의 과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연결 지어 생각해 보게끔 한다.

또한 이 책의 마지막은 성모 찬미가 ‘아카티스토스’가 장식하고 있다. 동방 교회에서 널리 사용되는 그리스어 성모 찬가다. 책을 읽고 마무리하는 느낌으로 찬찬히 이 부분을 읽어 보면 복음 속 성모님의 삶이 짧고 굵게 머릿속에 정리된다.

이처럼 신앙의 모범이신 성모님의 삶의 순간순간을 오늘날 우리 삶과 나란히 놓고 묵상하며, 삶의 아픔과 고통을 어떻게 순종과 인내, 믿음과 사랑의 태도로 전환하면 좋을지 고민해 보게 되었다. 나아가 날마다 찾아오는 어떤 고통으로 인한 아픔과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내려놓고, 다시 새로운 출발, 부활과 기쁨의 삶으로 향하고 싶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어떤 형태의 삶도 선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

얼마 전 암 투병을 시작한 가까운 친척이 있다. 그가 처음 암 선고를 받았을 때 충격과 좌절이 매우컸다. 생각보다 심각한 단계였기 때문이었다. 그가 오랫동안 독실한 신앙생활을 해 왔기에 더욱 그랬던것 같다. 그런데 몇 개월 후 그의 소식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다. 어떤 치유 프로그램 참석을 계기로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 삶 자체로 선물이고 기쁨이라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병원에 갔더니 상당히 높았던 한 수치가 40배 이상 낮아졌다고 한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

이 책 역시 비슷한 깨달음을 전한다. 지금 건강한 사람이나 아픔으로 고통받는 사람 모두 이 삶이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전히 하루에 집중하고 현재를 받아들일 때, 살아 숨 쉬는 이 순간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므로 언제 끝날지 모를, 이 소중한 은총의 순간들을 어떻게 채울지는 그 시간을 사는 우리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이 책을 읽고 주변에서 암으로 고통받는 이들, 그 가족들에게 어떤 말, 어떤 위로의 메시지를 전할수 있을지 고민해 봤다. 여전히 내가 건넬 수 있는 말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저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길 바랄 뿐이다. 그렇지만 암 환자는 물론이고, 그 가족이나, 암이 아닌 다른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 모두 이 책을 꼭 읽어 보면 좋겠다. 캐서린 스튜어트 수녀가 병마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 영적 치유를 향한 길을 앞서 보여 준다는 점이 큰 용기와 격려가 된다.

누구나 다양한 형태의 아픔을 겪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치료의 의미와 목적을 찾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삶이 끝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읽어 봐야 할 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선하시고 자애로우신 하느님
누구나 삶의 큰 변화 앞에서는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잘 다니던 회사에서 갑자기 해고를 당하거나
낯선 도시로 발령이 나거나
건강에 문제가 생겨 수술과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어둠에 갇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어둠 속으로 빛이 뚫고 들어오면서
새로운 성장이 시작되기도 한다는 걸
과거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저의 마음은 더 깊어졌고
제 안에서 시작된 성장이 완전한 새로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새로움을 기다리는 동안 저와 함께해 주소서.
서로를 지지하며 어둠 속에서 견딜 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
─ ‘오늘의 기도’ 중에서   

by. 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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