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톨릭 신자로서 미사에 참석한다. 여기서 질문 하나. 그동안 내가 참례했던 미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미사가 언제였는지 생각해 보자. 쉽게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우리 신앙생활에서 미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존재지만, 사실 한편으로는 미사는 꼭 해야하는 숙제처럼 부담스럽게 여겨진다는 이들도 많다. 그래서 미사의 기쁨을 느끼지 못하여, 무미건조한 마음으로 미사에 참례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런 이들에게 오늘 소개하고 싶은 《미사에 초대합니다》는 미사의 참된 의미를 일깨워 주는 책이다. 그래서 미사가 우리 신앙생활의 많은 부분과 연결되어 있으며, 이 미사 안에서 우리가 깨닫게 되는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이 무궁무진하다는 것 또한 알려 준다. 그러나 일반적인 미사의 전례 의식을 자세히 설명하는 교리서 같은 책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우리가 미사에서 얻은 깨달음을 삶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주목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한 편의 에세이를 읽듯, 저자들의 개인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해 주고 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다.
일단 ‘시작 예식’부터 다루지 않고, ‘파견 예식’부터 다룬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적인 구성이라고 생각했다. 흔히 우리는 파견 예식의 중요성을 간과하곤 한다. 나 역시도 미사가 끝났다는(?) 안도감에 ‘미사가 끝나면 뭘 할까? 점심은 뭘 먹지?’ 같은 생각을 하며 마음이 콩밭에 가있던 적이 많기 때문이다. 미사는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라는 사제의 말로 끝을 맺는다. 이것이 바로 파견 예식을 통해 우리를 세상으로 파견하시는 하느님의 당부와도 같은 말씀임을 깨닫게 된다. 책에서는 이 부분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평화로이 가서 주님을 사랑하고 섬기도록 준비시켜 주시는
주님의 만찬에 초대받은 그리스도인은 행복하다.
미사가 끝나고 하느님의 사랑과 평화를 이웃에게 나눌 수 있는 새 힘을 얻고 성당을 떠날 수 있음을
마음 깊이 즐거워하자. 그리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자.
마치 몇 달간의 혹독한 훈련을 마치고 이제 경기장의 출발선에 서서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선수처럼 말이다.
모든 것이 바로 그 순간을 위해 필요했다. (35-36쪽)
이를 통해 파견 예식의 마지막 말씀은 우리를 세상으로 파견하시는 하느님의 당부임을 깨닫게 된다. 또한 미사에서 얻은 깨달음과 힘을 지닌 채, 이를 삶에서도 ‘실천’해야 하는 의무가 지워져 있다는 것 또한 말이다. 이처럼 이 책은 미사 전례에 담긴 궁극적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도록 이끌어 준다.
예를 들면 ‘시작 예식’에서의 ‘참회 예식’이 단순히 내가 한 주간 동안 저지른 죄를 참회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음을 알려 준다. 이를 더 나아가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참회 예식은 이제 우리가 “변화를 위한 마음과 정신의 문”을 연 것이며, “내가 아닌 타인에게로 관심을 돌리라는 회개의 초대”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이 예식을 통해 나의 구원만을 위해 집중하는 게 아니라, 타인의 구원을 위해서도 함께 기도하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이처럼 미사 전례에 관한 내용을 교리적으로만 풀어서 설명하지 않고, 우리 삶의 많은 부분과 연결하며 신앙생활에 대한 자연스러운 묵상으로 이끌어 준다는 점이 좋았다. 또한 매 장의 끝부분에는 ‘오늘부터’라는 꼭지가 있다. 이 꼭지는 각 장에서 설명한 미사 예식의 의미를 되새기며 이를 일상에서 실천해 볼 것을 제안하는 여러 주제가 소개되어 있다. 따라서 《미사에 초대합니다》는 단순한 ‘미사 안내서’가 아니라, 우리가 미사의 기쁨을 일상에서도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영적 실천서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예비 신자들이나 새 신자들뿐만 아니라, 이미 신앙생활을 시작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새로운 힘을 더해 준다. 나 역시도 새롭게 깨닫게 된 부분도 있었고, 또 미사의 가르침을 삶에서 실천하고 있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기 때문이다. 가장 인상에 남았던 부분을 꼽으라면 ‘평화 예식’을 설명하는 장을 이야기하고 싶다.
평화 예식은 우리가 이루려는 친교가 하느님뿐만 아니라 이웃과도 함께 나누는 친교라는 사실을 깨닫도록 도와준다.
그리스도의 평화를 서로 나눔으로써 성체성사의 강력한 친밀감을 미리 보여 주게 되는것이다. ……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이 문을 닫아걸고 숨어든 2층 다락방에 오시어 평화로 두려움과 불안을 몰아내신 것처럼,
그 평화가 나의 두려움과 불안을 몰아내도록 해야 한다. (196쪽)
내 마음에 와닿은 부분은 “평화가 나의 두려움과 불안을 몰아내도록 해야 한다.”라는 문장이었다. 평화 예식 때에는 상대방의 마음속에 있는 예수님께 인사를 드리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나 역시 마음에 평화를 지니고, 진정으로 그에게 그리스도의 평화를 빌어 주며 환대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언젠가 양로원 할머님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했던 적이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님들도 많이 계셨는데, 수녀님은 할머님들이 미사는 꼭 빠지지 않고 참석하신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때 그 미사에서 나눈 평화의 인사를 지금도 기억한다. 작고 마른 몸의 할머님들은 연신 몸을 굽혀 인사하시며, 내 눈을 바라보며 “평화를 빕니다.”라고 이야기하셨다. 그 시간 안에서 나는 진심으로 환대받고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나도 평소처럼 말로만 “평화를 빕니다.”라고 말하지 않고, 진심으로 할머님들의 영육 간의 건강과 평화를 담아 기도하는 마음으로 인사를 건넸다. 잠시 잊고 있던 기억이었는데, 다시금 이 책을 읽으며 그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현존을 통해 발견한 평화를 다른 이들과 ‘나눌’ 책임이 있다는 것 또한 되새겨보게 되었다.
혹시 미사가 의무감으로 느껴져 부담스럽게 느껴지거나, 미사 안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습관적인 루틴처럼 되어 버린 이들이 있다면 《미사에 초대합니다》를 추천하고 싶다. 말 그대로 우리를 미사의 기쁨 안으로 초대하여, 일상 안에서도 미사의 가르침을 ‘살도록’ 이끌어 주기 때문이다. 또한 책을 읽으면서 나처럼 가장 인상 깊었던 미사의 순간을 함께 떠올려 보는건 어떨까? 그렇게 되면 새롭게 깨달은 미사의 의미를 삶에서 되새기며 실천할 힘이 되어 주리라 믿는다.
by. 아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