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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가 열광한 애니메이션 속 헌터들이 사실 우리 모습이었다고요?
✝ <케이팝 데몬 헌터스> 안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소명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데몬 헌터들이 세우는 ‘혼문’과 우리가 성사로 세워 가는 영혼, 무엇이 닮았을까요? |
나는 고등학교에서 ‘철학·종교 교과’를 가르치는 교사이자 교목 신부다. 작년 이맘때쯤 여러 학생이 “신부님, 케데헌(k-pop Demon Hunters) 보셨어요?”라고 물었다. 학생들은 정말 재미있다고, 꼭 봐야 한다면서 케데헌 OST를 흥얼거렸다.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이 시청된 작품이라지만, 애니메이션을 즐기지 않는 나는 반신반의하며 케데헌을 시청했다. 놀랍게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케데헌에서 발견한 영적인 사명

“세상은 너희를 팝스타로 알겠지만,
너희는 훨씬 더 중요한 존재가 될 거다. 너희는 헌터가 될 거야.”
─ <케이팝 데몬 헌터스> 중에서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케데헌이 보여 준 ‘영적인 사명’이다. 영화 속 헌터에게 주어진 가장 큰 몫은 영적인 사명을 완수하는 일이다. 자신의 정성과 진심, 비움, 목소리와 노래 등 전인격적인 존재를 바쳐 사람들의 영혼을 울리고 그 마음을 모으는 사명 말이다.
결국 사람들의 일상을 짓누르는 악령(절망, 미움, 분노, 온갖 부정성)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는 수호자의 역할을 다하고, 구원자로서의 정체성을 실현할 때 비로소 그 사명을 완수할 수 있다. 나는 이 모습을 보며 인간의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사명, 그리고 현대 사회의 가톨리시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데몬 헌터스와 그리스도인의 소명
“악마의 간계에 맞설 수 있도록 하느님의 무기로 완전히 무장하십시오. ⋯⋯ 진리로 허리에 띠를 두르고 의로움의 갑옷을 입고 굳건히 서십시오. 평화의 복음을 위한 준비의 신, ⋯⋯ 믿음의 방패, ⋯⋯ 구원의 투구를 받아 쓰고 성령의 칼을 받아 쥐십시오.”(에페 6,11-17)
세 명의 데몬 헌터스 루미, 조이, 미라는 각자 고유한 무기를 받아 세상 구원을 위해 투쟁하는 영적 투사로 부름을 받은 존재들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영성 생활(성사 생활과 기도 생활)과 성경·성전 묵상에 마음을 쏟고, 타자를 향한 희생·자선·봉사를 실천하도록 부름을 받은 존재들이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갈라 2,20) 사심을 믿고 살아가며, 악의 유혹과 간계에 맞서 영적 투쟁을 치른다. 곧 그리스도인들이 내적·외적 정화와 성화를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 하느님 나라를 이 세상에 구현하는 것이다.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소명이다.
혼문(魂門)과 칠성사
어떠한 악령도 접근하지 못하고 평화와 안녕이 가득한 곳, 사람들의 진실한 마음이 모여 만들어지는 영혼의 방패를 ‘혼문’이라 부른다. 데몬 헌터스를 중심으로 수만 명의 군중이 함께 k-pop을 노래할 때, 충만한 신성함으로 둘러싸인 ‘영혼의 성’, 곧 ‘혼문’이 건설된다.
가톨릭의 ‘성사(聖事)’는 예수님께서 세우시고 교회에 맡기신, 보이지 않는 성총(聖寵)의 유효한 표징들이다. 준성사와 더불어 인간 삶의 가장 중대한 순간에 내려지는 일곱 가지 은총의 성사(세례, 견진, 성체, 고해, 병자, 성품, 혼인)가 있다. 성사가 집전되는 그 순간 우리 영혼의 혼문이 만들어진다.
우리의 혼문은 어떠한가? 때로 우리는 이기심과 우울, 미움, 절망, 질투, 분노, 탐욕 같은 부정성으로 인해 은총을 잃고, 혼문은 무너져 버린다.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짓고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것도 이와 같다.
죄와 악의 손을 잡지 않는 것, 삶이 불평·불만·불안이 아니라 감사·감동·감탄으로 가득 차 있음을 아는 것 역시 혼문을 지키는 길이다. 이 모든 것은 은총의 성사 생활을 통해 혼문을 다시 세우고, 잃어버린 낙원을 회복하는 작업이다.
가톨릭 전례 문화: 한마음, 한목소리로

데몬 헌터스는 자신들의 목소리와 노래로 사람들을 한데 모은다. 국적과 인종을 초월해 전 인류가 함께 마음을 모아 한목소리를 낼 때, 악령은 물러가고 혼문이 만들어진다.
이처럼 전 세계 가톨릭 교회는 교도권 아래 통일된 기도문을 하느님께 봉헌한다. 언어와 문화는 다르지만, 공통된 미사 통상문으로 기도하며 한목소리를 낸다. 우리의 성전은 오랜 시간 수많은 기도가 스며든 성스러운 공간이다. 이 성전에서 우리는 각자 데몬 헌터로서 목소리를 내며 “한마음 한뜻”(사도 4,32)으로 세상의 성화를 위한 신앙 공동체를 이룬다.
삼위일체 사랑의 신비: 사랑의 공동체적 속성
“삼위는 한 하느님이시다. 세 신들이 아니라, 세 위격이신 한 분 하느님, 곧 ‘한 본체의 삼위’에 대한 신앙을 우리는 고백한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제253항)
데몬 헌터 팀인 헌트릭스의 멤버는 루미, 조이, 미라 세 사람이다. 각자 개성이 강하고 외모, 생각, 가치관 모두 다르다. 세 인물은 하나의 이름, 하나의 사명 아래 일치를 이룬다. 서로의 부족함을 이해하고 수용하며 채워 줌으로써 악령을 물리치는 사명을 완수해 간다.
가톨릭 교회의 공동체성이 여기에서 드러난다. 개인주의가 심화되는 현대 사회일수록,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적 연대 의식은 신앙 안에서 드러나야 할 삼위일체적 속성이다. 혼자 걸으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걸으면 멀리 갈 수 있는 법이다.
케데헌이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
“영혼들의 구원을 명심하여야 한다. 이것이 교회에서 항상 최상의 법이어야 한다.”(《교회 법전》, 제1752조)
케데헌에서 발견한 네 가지 핵심은 다음과 같다. 세례와 견진으로 축복을 받은 우리 그리스도인의 소명을 기억하기, 성사를 중심으로 한 영성 생활로 혼문을 잃지 않기, 한마음 한목소리로 기도하며 교회 공동체와 함께 일상을 걸어가기, 삼위일체 사랑의 신비를 묵상하며 나의 일상 안에서도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기. 영화를 다 보고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하느님께서 나를, 우리 모두를 가톨릭 교회로 초대하신 것은 속된 것으로 물들어 가는 이 세상에서 성스러운 혼문을 지켜 달라고 외치시는 것 아닐까?”
케데헌이 큰 사랑을 받은 이유는 신앙과 종교를 떠나 모든 사람의 영혼 깊은 곳에 있는 복된 삶에 대한 갈망을 일깨웠기 때문이 아닐까. 가톨리시즘의 보화는 지금도 빛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빛날 것이다. 그리스도의 심장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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