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특집②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혼자서는 아니었습니다

영성과 신심

월간 특집②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혼자서는 아니었습니다

말씀 안에서 걸어 온 새 신부의 ‘성소’ 여정

2026. 06. 08
읽음 477

9

3

 

✨ 사람들은 그를 반짝반짝 빛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빛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 흔들리던 고3 시절, 두려움 속 붙잡았던 단 하나의 말씀. 그 말씀 덕분에 많은 어려움을 견딜 수 있었지만, 어느 순간 가장 중요한 한 분을 놓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 필리피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413절과 함께한, 반짝반짝 새 신부의 솔직하고도 유쾌한 신앙 성장기입니다.

 


 

반짝반짝 새 신부, 실존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2월에 사제품을 받은 반짝반짝 빛나는 주요한 사도 요한 신부입니다. 새 사제라는 이유만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정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는 요즘, 특별히 제 머릿속에 깊이 자리 잡은 수식어로 반짝반짝 빛난다.’라는 말이 떠올라 한 번 사용해 보았습니다.

 

동요를 연상케 하는 이 표현은 본당 중고등부 교사회 선생님들이 저에게 붙여 주신 수식어인데, 들을 때에는 무척 쑥스럽다가도 홀로 되뇌다 보면 기분 좋아지는 말입니다. 비록 제가 항상 반짝이는 사람일 수는 없겠지만, 용기를 북돋아 주는 응원이라 생각하며 저 역시 하느님의 흠 없는 자녀가 되어 이 세상에서 별처럼 빛날 수 있기를희망합니다(필리 2,15 참조).

 


 

3 시절, 마음에 꽂힌 한 구절

 

제가 자주 되뇌는 말씀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저의 서품 성구이기도 한 필리피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413입니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성경 구절을 고등학교 3학년, 신학교 입학 전에 성소국장 신부님과의 면담을 준비하며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신부님께서는 예비 신학생이던 저희에게 마음속에 품을 만한 성경 구절을 하나씩 정해 오라는 숙제를 주셨습니다.

 

그때 우연히 필리피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을 읽게 되었는데, 그중에서도 413절 말씀이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던 저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구절을 외워 면담에 들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평생?”이라는 질문 앞에서

 

19세의 저는 당시 신학교 입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신학교 입학은 그야말로 제 인생을 뒤흔들어 놓을 만한 선택이었기 때문입니다.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사제 성소의 길을 고등학교 2학년 2학기 때 걸어 보겠노라고 당차게 응답한 후, 제 삶은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었습니다. 매달 예비 신학생 모임에 참석하여 또래 친구들과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고, 주일 교중 미사 때마다 복사를 서면서 제대가 점점 친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복사단 경험이 전혀 없었던 저에게 이러한 변화는 아주 소중하고 특별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늘 결정적인 순간에 찾아오는 두려움은 저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평생 하느님만 바라보며 살 수 있겠어?”

 

이 질문은 사제직을 준비하던 저에게 자주 떠올랐지만, 들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결정적인 물음이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이 길을 걸어가기 위해 포기해야 한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떠올랐고, 그것들을 기꺼이 포기할 용기를 쉽게 내지 못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당신을 따르는 삶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루카 9,62)

 

머리로는 알겠으나 몸이 따라 주지 않을 때마다 저는 이렇게 부족한 내가 과연 신학교에 갈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고민의 과정 중, 신학교 입학 면접을 앞두고 성소국장 신부님과의 면담을 준비하던 때에 마주한 말씀이 바로 필리피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413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바오로 사도가 옥중에서 담대히 고백했던 이 말씀에 힘입어, 두려움이 생길 때마다 속으로 이 구절을 되뇌며 힘을 얻곤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뒷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기도했습니다.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필리 4,13)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막연했던 두려움을 잘 극복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 경험을 바탕으로 신학생 시절 겪었던 많은 어려움 역시 이 구절을 묵상하며 이겨 내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 가운데 벽을 느끼게 되곤 했습니다. ‘왜 그럴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잊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이신 그리스도, 곧 예수님이셨습니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굳게 믿으며 기도하고 말씀을 되뇌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어느새 예수님을 잊은 채 저의 힘만으로 모든 어려움을 이겨 내려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결국 허울뿐인 기도를 드려 온 셈이었습니다.

 

이를 깨닫게 된 후부터 저는 오히려 앞부분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필리 4,13)

 

실제로 이 구절에 선행되는 부분을 살펴보면 그 의미는 더욱 분명해집니다. 바오로 사도는 배부르거나 배고프거나, 넉넉하거나 모자라거나, 어떠한 경우에든 만족하는 법을 배웠다고 고백합니다. 결국 바오로 사도는 외부 환경에 좌우되지 않고 예수님 한 분만으로 충분함을 배웠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필리피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413절에서 말하는 모든 것 주님께서 허락하신 모든 상황을 견뎌 내고 수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때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게 했던 유혹들은, 주님 안에서 바라보았을 때 아무런 가치를 지니지 못했습니다.

 


 

하느님만으로 충분하다는 고백

 

그래서 저는 하느님 때문에, 또 예수님 때문에 그러한 유혹들을 쓰레기로 여깁니다(필리 3,8 참조).

 

저의 성소 여정의 시작을 함께해 준 이 성경 구절을 서품 성구로 삼아 끝까지 함께할 말씀으로 선택하게 된 데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있었습니다.

 

필리피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413절은 제가 하느님만으로 만족할 줄 아는 삶을 살도록 이끌어 주었습니다. 이러한 삶을 통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아 주었기 때문에, 지금도 저는 어려움을 마주할 때마다 이 구절을 되뇌며 기도를 드리곤 합니다.

 

6월은 우리 인간을 위해 지극한 사랑을 보여 주신 예수 성심을 기리는 달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옥중에서도 당당히 신앙을 고백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예수 성심과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우리 모두에게 힘을 주시는 주님 안에서, 어떠한 상황에 놓여 있더라도 모든 것을 할 수 있음을 굳게 믿으며 주님께 대한 순명의 마음을 키워 가는 예수 성심 성월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 함께 읽으면 더 좋은 아티클

 

 

 

Profile
서울대교구 사제. 장안동성당에서 보좌 신부로 사목 중입니다. 달리기와 음악을 좋아하며, 요즘은 예수님의 다정함을 닮아 가는 삶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다른 분들이 함께 본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