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상에 숨어 있는 황금을 찾아서

가톨릭 예술

우리 일상에 숨어 있는 황금을 찾아서

일상에서 찾아가는 기쁨, 영혼의 빛

2025. 01. 31
읽음 64

0

0

몇 달 전, 한 신자 분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되었다. 연세는 있으셨지만 건강하셨고, 누구보다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신 분이었는데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시게 되어 가슴이 아팠다. 신부님은 장례 미사 강론 때 고인의 모습을 떠올리시며, 그 누구보다 신앙생활에 충실하신 분이었고, 본인의 일에 충실하시면서도 늘 하느님과 가까워지고자 하셨음을 이야기해 주셨다. 강론 말씀 을 들으며 가슴이 먹먹해져 오는 동시에, 내 마음속에서 문득 떠오른 질문이 있었다. ‘나는 내게 주어진 하루를 기쁘게 살고 있는 걸까?’

 

사실 내 삶을 되돌아보면 기쁜 일보다는 짜증스럽고 불만족스러운 일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충동적으로 쇼핑을 하거나, 먹을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며 순간순간의 기쁨만을 찾기에 바쁘다. 하지만 이런 데에서 얻는 기쁨은 달콤하지만 일시적이다. 시간이 좀 흐르고 나면 슬며시 올라오는 죄책감 때문에 마음이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꾸며 기쁘게 살기를 원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삶의 기쁨을 물질적인 것에서 찾기도 하고, 자기만족과 성취감을 이루는 것을 통해 찾기도 한다. 《기쁨, 영혼의 빛》은 기쁨과 행복을 먼 곳이 아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서 일상의 황금을 찾도록 이끌어 준다. 저자 안셀름 그륀은 우리가 물질적인 황금을 찾기보다 자기 삶과 영혼 안에서 황금을 발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우리가 일상에 묻혀 있는 황금빛 행복과 기쁨을 찾는 여정을 떠날 수 있도록 격려한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행복과 기쁨을 발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우리 일상을 잠겨 있는 보물 창고라고 생각하라고 조언해 준다. 나의 삶을 값지고 귀한 것이 가득 차 있는 보물 창고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창고를 여는 열쇠를 찾을 수 있는 요소로 침묵, 고요, 용서, 경험, 우정, 자연 등을 예시로 든다.

어떻게 보면 우리 일상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빤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이 건네는 조언은 조금 특별하다. 마치 고요한 피정에 참여한 것처럼,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떠올리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묻어 두었던 감정들을 하나씩 꺼내어 볼 수 있도록 안내해 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용서를 통해서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고통스럽고 가슴 아팠던 경험까지 직시해 보도록 한다.

 

흔히 우리는 지나온 시간에 감사하기보다는, 부족하고 약한 모습을 탓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오히려 과거에 겪은 아픔과 상처가 있었기에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었다고 말하며, 그 시간 덕택에 지금의 내가 더 성숙하고 강해진 것이라는 따스한 조언이 인상 깊었다. 이 밖에도 사색, 만남, 여행 등을 통해서도 일상 속의 황금을 찾을 수 있다고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한다.

또한 고된 일상에 지친 우리가 나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기쁨을 찾게 될 때, 비로소 우리 마음속에 아로새겨진 황금이 하느님의 빛이라는 사실도 일깨워 준다. 그래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내 삶을 둘러싼 모든 걸 바라볼 때, 비로소 하느님과도 가까워질 수 있음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오로지 자신의 영혼 깊숙한 곳에서 황금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 보화는 당신의 영혼 깊숙한 곳에 감추어져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일찍이 땅에 묻힌 보물에 관해 가르치셨듯이 말이지요. …… 당신은 내면에 감추어진 황금빛 광채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미 하느님의 생명을 나누어 받았기 때문이지요. 중세의 많은 화가들은 언제나 황금빛 광채를 배경으로 성인들을 그렸습니다. 이처럼 하느님의 생명은 그분을 찾아 거룩하게 살아가려는 모든 이 안에 그 광채가 관통하고 있습니다. (106)

 

이 책을 읽다 보면 마치 한편의 우화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황금을 찾아 떠났던 주인공이, 황금은 먼 곳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에 있었음을 깨닫는 동화처럼 말이다. ‘기쁨행복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리스도인인 우리가 참된 기쁨을 찾아 일상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 묵상해 볼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나 역시 책장을 덮은 뒤, 평범하다고 느껴졌던 일상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자고 결심했다. 예를 들면, 길거리에 뒹구는 낙엽도 거리를 지저분하게 만드는 불편한 존재라고 생각하기보다, 피고 지는 계절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하느님의 도구라고 말이다. 그리고 출근길마다 무심코 지나쳤던 아이들의 해사한 웃음도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무심코 지나쳤던 모든 순간 속에서도 하느님의 현존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경이롭게 다가왔다.

 

혹시 삶의 무게에 지쳐 모든 게 회색빛으로 느껴지는 이들이 있다면, 이 책에서 제안하는 삶의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해 보면 어떨까 싶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기쁨을 누리기 위해 태어났으며, 하느님께서 우리 마음속에 심어 주신 황금을 찾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나날이 기쁨으로 충만해지리라 믿는다.

 

by. 아녜스

Profile
신앙의 깊이를 더하고, 삶의 영감을 주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갑니다.

다른 분들이 함께 본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