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와 자비,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의 첫 소리

성경 이야기

용서와 자비,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의 첫 소리

연중 제30주일 |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2025.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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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는 하느님을 향해 외치는 소리이자, 나를 향해 되뇌는 고백입니다. 오늘 복음은 자기 안에 갇혀 버린 바리사이의 당당한 기도와 성전의 가득 채운 떨리는 세리의 속삭임을 전해 줍니다. 이한석 신부님과 함께 복음을 묵상하며, 나를 흔들고 주님께서 응답하는 길을 열어 주는 기도에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가 봅시다.

 

기도하다라는 의미의 여러 이탈리아 단어 중에 돋보이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Invocare(인보카레)’입니다. ‘기도하다라는 의미에 딱 맞지는 않지만, 자주 성서의 본문에서 기도를 바치는 맥락에서 활용됩니다.

 

Invocare = ‘in’ ~을 향해 + ‘vocare’ 말하다

 

이 단어는 하느님을 향해 소리치는 애원을 기도하는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애원하다’, ‘소리치다라고 번역할 수 있습니다. 시편 18,4찬양받으실 주님을 불렀을(invoco) 때 나는 원수들에게서 구원되었네.”라고 이 단어를 활용합니다.

 

그런데 같은 단어를 다른 맥락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Invocare =‘in’ ~안에 + ‘vocare’ 말하다

 

바로 안으로 말하는 것’, ‘나를 향해 되뇌는 것입니다. 이렇게 ‘Invocare(인보카레)’라는 단어에 따르면, 기도는 밖을 향해 소리치는 것일 수도 있고, 내 안에서 되뇌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기도하다라고 옮길 수 있는 이 단어(Invocare)는 두 가지 다른 방향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단어를 통해 기도의 방향을 생각하게 됩니다.

 

복음에서 두 사람의 기도는 서로 다른 방향을 드러냅니다. 바리사이는 혼잣말로 기도합니다. 자신을 향해 기도하는 것과 같지만, 태도는 당당히(꼿꼿이 서서) 하느님을 향해 외칩니다. 반면에 세리는 멀찍이 서서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 엄두조차 내지못합니다. 그가 하는 기도는 하느님을 향하기는커녕, 자신 안에 갇힌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말씀에 따르면, 그의 기도는 온 성전을 채우고, 하느님을 흔든 거센 외침이었습니다.

 

당당히 외친 이의 기도는 자신에게 갇혀 있고, 스스로에게도 들리지 않은 부끄러운 기도는 하느님을 향했습니다. 그들이 생각한 기도의 방향이 온전히 하느님에 의해 뒤집혔습니다. 물론 누군가가 목소리를 높여 무언가를 외친다면, 그 외침은 외치는 이의 귀에 제일 먼저 가닿습니다. 꺼내진 말은 듣고 있는 이보다 말하는 이에게 먼저 들립니다. 그래서 우리의 기도는 제일 먼저 나를 향합니다. 바리사이가 아닌 세리처럼 나를 향해야 합니다. 하느님을 향한 우리의 모든 기도는 부당하기에, 그 부당함은 제일 먼저 기도하는 나를 뒤흔들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기도는 나를 먼저 흔들어야 합니다.

 

반면에 함부로 외친 고함은 산자락을 맴도는 메아리처럼 하느님을 향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가닿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주님께 청할 것은 용서와 자비밖에 없습니다. 하느님께 청하는 용서와 자비는 기도의 첫 소리입니다. 내 기도의 부당함에 몸서리칠 때, 나보다도 더 가까이에서 듣고 계시던 주님께서 응답하실 겁니다. 혼자만 되뇌었다고 오해했던 후회와 눈물을 큰 환호로 바꾸어 주실 것입니다.

 


 

오늘의 묵상 포인트

이번 주 복음에서 당신이 붙잡은 한 문장은 무엇인가요?

 


 
Profile
서울대교구 사제. 로마 교황청립 성서 대학에서 성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가톨릭대학교 종교학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루카 6,20)라는 말씀을 사제 생활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사랑으로 실현하고자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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