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믿고 구원받으세요”

성경 이야기

“예수님 믿고 구원받으세요”

연중 제29주일(전교 주일) |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2025. 10. 18
읽음 64

4

3

 

우리는 거리에서 쉽게 마주하는 예수님의 이름앞에서 때로 어색함과 불편함을 느낍니다. 그러나 복음은 윽박지르는 전도가 아니라, 음악과 춤처럼 매혹과 기쁨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전교 주일을 맞아, 이한석 신부님과 함께 숫자가 아닌 사랑과 기쁨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함께 묵상해 봅시다.

 

가끔 혼자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져 서늘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학교 뒷산인 원미산 방향이 아니라, 번잡해서 잘 가지 않던 역곡역 쪽으로 산책을 합니다. 역을 지나 조금만 더 걸어가면 나오는 수목원이 좋기 때문입니다. 거리를 지날 때면 유흥을 즐기는 사람들이 반갑습니다. 모여 있는 사람들 사이로 웃음과 소란이 뒤섞여 흐르고, 이는 혼자인 저에게 좋은 자극이 됩니다.

 

그러다가 종종 사고처럼 삶과 구원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들을 만납니다. 그들은 거리에서 차를 나눠 주기도 하고 화장지와 사탕을 봉지에 담아 건네며 예수님 믿고 구원받으세요.”라고 말합니다.

 

예수님. 제가 입에 자주 담는 단어였지만, 그들의 입에서 나온 예수님이라는 이름은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사실 저만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교문 앞 경계에서 그들이 건네는 선물을 피해, 숨듯이 걸어가는 학생들도 저와 비슷한 어색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재빠르게 그들을 지나치고는 생각에 잠깁니다. ‘마음 깊은 곳에 일렁이는 이 감정은 무엇일까?’ 그 감정은 용기가 없는 제가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손에 있는 선물과 달리 그들의 얼굴이 너무나 힘들어 보여서, 거리에서 건네지는 다른 전단지와 같은 취급받는 예수님의 이름이 안쓰러워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마저도 아니라면 제 스스로 나누어 놓은 일상과 거룩함이 뒤섞여 버려 불편해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 감정의 이름을 여전히 모르지만, 그들과 같은 선택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은 그렇게 전해져서는 안 됩니다. 나의 삶을 걸고 선택한 그분의 이름은 좀 더 섬세하고 귀하게 전해져야만 합니다. 광고와 같이 예수님의 이름이 먼저 나오기보다, 삶의 고난과 사랑에서 이미 그분을 만난 이들에게 선물처럼 건네져야 합니다.

 

전교가 무엇입니까? 참 어렵습니다. 전교를 설명하는 가장 좋은 단어는 음악일 겁니다. 사람들을 매혹시키고, 끌어당겨 함께 즐기도록 이끄는 아름다운 음악과 춤입니다. 삶에 대한 누군가의 시선이 담긴 아름다운 음악과 그것에 화답하듯 즐기는 춤이 우리가 품은 믿음이 전해져야 할 길일 겁니다. 귀와 눈을 사로잡듯이 윽박지르는 고함은 사랑에 맞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전교 주일을 맞아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가톨릭의 교세가 아닙니다. 새로 세례받은 이들의 숫자와 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들의 숫자를 살필 것이 아닙니다. 그 숫자가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은 하느님 때문에 행복한 이들과 관계가 없습니다. 하느님은 당신과 일치한 단 한 명의 사람으로도 교회와 세상을 바꾸실 분입니다. 교회는 그런 시간 너머 세상에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는 사랑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과 생각이 담고 있는 사랑을 보아야 합니다. 내가 하느님으로 인해 충분히 기쁘다면, 그 기쁨으로 인해 노래 부르고 있다면, 그 기쁨은 나를 넘어 이웃과 낯선 이를 채우고 세상을 하느님의 나라로 바꿀 것입니다.

 


 

오늘의 묵상 포인트

 

나는 일상에서 예수님의 이름을 어떻게 드러내고 있나요?

신앙과 관련된 내 말과 행동이 광고처럼 소비되는 게 아니라, 삶에 깊은 뿌리를 두고 전해지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Profile
서울대교구 사제. 로마 교황청립 성서 대학에서 성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가톨릭대학교 종교학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루카 6,20)라는 말씀을 사제 생활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사랑으로 실현하고자 꿈꾸고 있습니다.

다른 분들이 함께 본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