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9주일 복음 묵상

성경 이야기

연중 제29주일 복음 묵상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

2024. 11. 27
읽음 53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승천하시기 직전, 제자들에게 남겨 주신 그분의 마지막 말씀을 전합니다. 이 말씀을 곰곰이 되새기다 보면, 진정한 믿음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묵상하게 됩니다.

먼저 제자들의 모습을 바라봅시다. 열한 제자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체험했고 그분의 명령대로 산으로 모여듭니다. 그런데 마태오 복음사가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뵙고 엎드려 경배하였다. 그러나 더러는 의심하였다.”(마태 28,17)

 

믿음을 생각할 때, 우리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완벽히 신뢰하는 믿음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러나 신뢰와 믿음의 관계는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함께 지낸 시간을 통해 신뢰가 형성되듯, 하느님에 대한 믿음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만남의 친교를 통해 친밀감을 형성하고,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용이 생겨날 때 그 사람에 대한 신뢰가 쌓이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기도를 통한 하느님과의 만남 속에서 친교가 이루어지고, 친교 안에서 주님과 깊은 일치를 체험할 때 믿음은 신뢰로 발전하게 됩니다.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는 믿음은 삶의 고난 앞에서 하느님보다는 미신에 의지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취업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 등 내 안에 있는 여러 가지 불안은 하느님에 대한 신뢰로 극복해야 하지만, 그 신뢰가 부족하다면 미신적인 해결책을 찾게 됩니다. 이때의 하느님은 세상에 존재하는 주님이시지만, 그분은 나와 상관없는 주님일 뿐입니다.

분명 제자들도 부활하신 주님을 목격하고 그분께 경배하지만, 몇몇 제자들은 그분과 깊은 일치가 없어서 의심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분이 언제나 나와 함께 있으실까?” 신뢰가 부족한 믿음 속에서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바오로 사도는 콜로새 신자들에게 세례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여러분은 세례 때에 그리스도와 함께 묻혔고, 그리스도를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으키신 하느님의 능력에 대한 믿음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과 함께 되살아났습니다.”(콜로 2,12)

즉 세례는 그리스도와 하나 되는 과정으로, 주님과 함께 묻혀 죽음을 맞이하고 주님과 함께 성령 안에서 다시 태어나 주님과 하나 된 새 생명을 받는 것입니다. 그래서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와 하나 된 우리는 그분의 삶을 따라 살아가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당신을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이는 ‘세상의 주인은 누구이신가?’에 대한 말씀입니다. 그러나 내 안의 불안은 세상의 주인을 하느님으로 인정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앞서 말한 미신적 행위가 바로 이런 모습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분명 미래는 하느님께 달려 있습니다. 그러나 결정된 삶에 대해 알고 싶은 내면의 욕망은 하느님을 내 삶의 주인으로 인정하지 못하고, 미래를 알려 주겠다는 다른 미신을 찾도록 하기도 합니다. 심하면 참된 계시자를 받아들이지 못하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하느님의 참된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전해지는데도, 일부 사이비 종교들은 미래에 어떻게 될 것이라는 주술적 말들을 하며 주님의 계시가 교주를 통해 온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참된 계시자란 바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완벽한 믿음은 처음부터 형성되지 않습니다. 세례를 통해 그분과 하나가 되었듯이, 주님이 나와 함께 있다는 신뢰 안에서 성숙한 믿음으로 성장해 나가야 합니다. 내 신앙에 의심이 있다고 실망하기보다는 나와 함께하시는 주님의 손길을 찾으면서, 좀 더 성숙한 믿음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여정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주일 복음: 마태 28,16-20.

Profile
서울대교구 사제. 성서신학을 전공했고, 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 담당 신부로 활동 중입니다. "인간의 지식을 뛰어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에페 3,19)라는 말씀을 늘 마음에 새기며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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