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8주일 복음 묵상

성경 이야기

연중 제28주일 복음 묵상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마르 10,21)

2024. 11. 27
읽음 61

오늘 복음에서 재물을 많이 가지고 있던 한 사람이 찾아와 예수님께 묻습니다.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간단합니다. 하느님께서 가르쳐 주신 계명을 충실하게 지키면 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다 보면 과연 계명을 충실히 지키며 살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부모님의 말씀도 잘 듣지 못하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말씀을 온전히 지킨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유다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에게 계명은 십계명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토라, 즉 모세 오경에 담긴 율법을 진정한 계명으로 여깁니다. 예를 들어, 레위기에 따르면 유다인들은 돼지고기를 먹을 수 없습니다. 돼지는 새김질하지 않기에 부정한 동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레위 11,7 참조). 이 외에도 율법에는 유다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하느님을 어떻게 경배해야 하는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첫 번째 율법 규정이라고 할 수 있는 계약의 책(탈출 20,22~23,19 참조)을 보면 율법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예언서를 보면 어떤 삶이 진정한 율법을 지키는 삶인지 알 수 있습니다.

계약의 책의 첫대목은 제단에 관한 법(탈출 20,22~26 참조)입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에는 종에 관한 법(탈출 21,1~11 참조)이 언급됩니다. 종에 관한 법은 종을 함부로 대하라는 것이 아니라, 종이 일정 기간 근무를 했으면 자유의 몸으로 풀어 주라는 법입니다. 이 기간이 7년입니다. 또한 약자 보호법(탈출 22,20~26 참조)이 있습니다. 결국 하느님의 가르침, 율법은 주님을 경배하는 것이 첫 번째이지만, 둘째는 바로 사회적인 약자들을 배려하도록 이끄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오히려 율법의 정신을 훼손하고 자신들의 안위와 풍요를 위한 법으로 바꾸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예언자들은 사람들에게 진정한 율법의 정신에 대해서 외쳤던 것입니다.

“무엇하러 나에게 이 많은 제물을 바치느냐? 나는 이제 숫양의 번제물과
살진 짐승의 굳기름에는 물렸다. 내 눈앞에서 너희의 악한 행실들을 치워 버려라.
악행을 멈추고 선행을 배워라. 공정을 추구하고 억압받는 이를 보살펴라.
고아의 권리를 되찾아 주고 과부를 두둔해 주어라.”(이사 1,11; 16-17 참조)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가난을 무능력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떤 부모는 노숙자들을 가리키며 “공부 못하면 너도 저렇게 된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난한 이들은 무능력한 이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회에서 배려받고 보호를 받아야 할 존재입니다. 또한 가난이란 물질적인 가난만이 아니라, 영적이고 정신적인 가난도 있습니다. 이들은 사회적인 고립과 외로움 속에서 내면의 가난을 겪습니다. 이들에게도 관심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결국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듯이,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는 나눔의 정신입니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은 그가 가진 것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자신의 것을 나누지 않았고, 다른 이들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에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묻습니다.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 물음에 그리스도인들은 당당하게 대답해야 합니다. 내 것을 다른 이들과 나눌 때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선적 배려가 있을 때 세상이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지금도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 이 말씀을 통해 우리 모두 나눔의 정신을 일깨우고, 사회적 약자와 물질적, 정신적 가난한 이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나누고자 노력했으면 합니다.

 


주일 복음: 마르 10,17-30.

Profile
서울대교구 사제. 성서신학을 전공했고, 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 담당 신부로 활동 중입니다. "인간의 지식을 뛰어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에페 3,19)라는 말씀을 늘 마음에 새기며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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