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3주일 복음 묵상

성경 이야기

연중 제23주일 복음 묵상

“사람들이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예수님께 데려왔다.”(마르 7,32 참조)

2024. 11. 27
읽음 39

예전에 뜻하지 않게 중국 한인 사목을 위해 3년간 해외에 나가, 마치 귀먹고 말을 더듬는 듯이 답답한 시절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중국에 도착했을 때, 처음에는 사제관 아파트 문을 나서는 것도 참 힘들었습니다. 물론 교우들에게 전화로 동행을 요청하면 원하는 장소에 갈 수 있었고, 필요한 물건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언어 공부를 해도 금방 실력이 늘지 않았기에 어떤 글자를 봐도 보는 것이 아니고, 무슨 소리를 들어도 알아듣지 못하는 그런 시간을 몸으로 경험해야 했지요.

당시 교우들과 만날 때면 그들이 중국에서 살았던 기간과는 상관없이 ‘어렵다’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말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도움이 꼭 필요하지 않을 때는 혼자서 자주 외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제대로 듣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면서 말이지요.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혼자 다니기 시작한 것은 교우들이 해외 생활에서 어렵고 힘들다고 하는 것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던 중 저의 생활에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 이미 해외 사목 중이던 동기 신부들이 방문했는데, 그중 한 동기가 진짜 몇 개 안 되는 중국어로 어디를 가던 중국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재미있고, 즐거운 마음으로 말이지요. 그때 제가 중국 생활에서 느끼는 불안함과 두려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중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것도 아닌데, 틀리고 실수할까 봐 조심스럽고 말하는 것조차 꺼렸던 것입니다. 이후 자신감을 갖고 틀리든 맞든 상관없이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중국 생활을 마칠 때까지 언어를 잘 알아듣고 유창하게 구사하기보다는, 어설프더라도 온몸으로 익힌 언어에 익숙해진 사람으로 살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중국 생활의 어려움이 계속 어려움으로 남아 있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낯설고 어려움 많은 해외 생활에서도 신앙을 지키며 기도하고 함께 살아가려는 교우들의 모습에서 살아 계신 주님을 찾고 만날 수 있어, 저에게 참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직도 중국 발령을 내며 외국어에 매우 취약한 저에게 해 주신 (지금은 교구장으로 계신) 주교님의 말씀이 생생히 기억납니다. 해외는 머리(능력)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가슴(신앙)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그래서 지금도 완전하지 않아 불안하지만, 언제 어디서든 주님을 만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마 완벽하고 완전한 모습으로 주님을 만나려고 했다면 평생 주님과 단절된 관계로 고통스럽고 어두운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현재 어떤 주님을 만나고 또 그분께 사람들을 데리고 가려고 할까요? 이를 위해 먼저 닫히고 단절된 부정적인 마음에 머무르기보다는, 언제나 열려 있는 주님의 현존이 느껴지는 성전과 십자고상 앞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일부러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우리 모습을 기다리시는 주님께서 우리를 진심으로 만나 주실 것입니다.

 


주일 복음: 마르 7,31-37.

Profile
인천교구 사제. 역사신학을 전공했고, 현재 시흥 은계성당에서 사목하고 있습니다. '미움으로 살지 않고 선한 마음으로 말씀 살아내기'라는 좌우명을 지키며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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